한파 뚫고 나흘째 오체투지…칼바람 맞으며 거리 나선 농성자들(종합)

입력 2018-12-09 15:44  

한파 뚫고 나흘째 오체투지…칼바람 맞으며 거리 나선 농성자들(종합)
"'파인텍 굴뚝 농성' 해결하라" 20㎞ 오체투지 행진
전공노 지도부 해고자 복직 요구하며 2주째 단식 농성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최평천 기자 = 서울 아침 최저기온이 10도 아래로 떨어지며 한파가 이어진 9일 '스타플렉스(파인텍) 투쟁 승리를 위한 공동행동'은 나흘째 오체투지 행진을 이어갔다.
오체투지(五體投地)란 무릎을 꿇고 팔을 땅에 댄 다음 머리가 땅에 닿게 절하는 것을 뜻한다.
공동행동은 지난 6일 파인텍 노동자의 고공농성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가 나서달라고 촉구하며 청와대 앞부터 서울 양천구 목동의 스타플렉스 사무실까지 약 20㎞의 오체투지 행진을 시작했다. 행진 나흘째인 이날은 오전 10시 30분께부터 영등포전화국 로터리에서 행진을 출발했다.
공동행동 소속 30여명은 소복을 입고 바닥에 절을 하며 행진했다. 잠깐만 밖에 있어도 손과 발이 얼어붙을 것 같은 날씨였지만, 이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행진을 이어갔다.
이들은 10걸음가량을 이동한 뒤 북소리에 맞춰 찬 아스팔트 바닥에 몸을 완전히 눕혔다. 행진 나흘째라 모두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절을 하는 모습은 첫날과 마찬가지로 흐트러짐이 없었다.
'최장기 굴뚝 농성 408일을 넘길 수 없다'는 현수막을 든 노동자들이 행진을 선두에서 이끌었다.
이들은 이날 서울 지하철 9호선 당산역·선유도역을 지나 서울 양천구 목동 열병합발전소 굴뚝까지 행진한 뒤 굴뚝 밑에서 문화제를 개최한다. 10일에는 목동의 스타플렉스 사무실까지 이동하며 오체투지 행진을 마무리한다.
공동행동은 "파인텍지회 노동자들의 투쟁에 대한 책임은 명백히 스타플렉스 김세권 대표에게 있다"며 "김 대표는 공장을 헐값에 인수해 2년 만에 폐업하며 노동자들을 거리로 내몰고, 그에 맞선 408일의 고공농성으로 이룬 노사합의를 휴짓조각으로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금속노조 파인텍지회 소속 홍기탁 전 지회장, 박준호 사무장은 파인텍 공장 모기업인 스타플렉스가 노조와 약속한 공장 정상화와 단체협약 이행 등을 촉구하며 지난해 11월 12일부터 목동 열병합발전소 높이 75m 굴뚝에 올랐다.
이날 청와대 인근에 마련된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의 농성장에는 칼바람이 불었다.
천막을 뒤덮은 비닐이 겨우 매서운 바람을 겨우 막아주긴 했지만 침낭과 휴대용 난로, 핫팩만으로는 바닥에서 올라오는 냉기를 피할 수 없었다. 천막 한편에 놓인 휴대용 가스레인지에는 농성자들의 몸을 따뜻하게 덥혀줄 물이 조용히 끓고 있었다.
전공노 김주업 위원장과 희생자원상회복투쟁위원회 김은환 위원장은 해직자 복직과 노동3권 보장을 요구하며 지난달 26일부터 단식 농성을 벌이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한파까지 몰아치면서 농성자들은 굶주림과 추위에 맞서 싸우고 있다.
공무원노조 관계자는 "아무래도 날이 춥다 보니 농성을 이어가는 데도 어려움이 많다"며 "그나마 내일부터 날이 풀린다고 하니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정부가 하루빨리 해직자 복직의 약속을 지켜 농성자들이 단식을 풀고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전공노 옆 농성 천막 옆에서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가 법외노조 취소와 노동3권 쟁취 등을 요구하며 노숙농성을 이어오고 있다.
pc@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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