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이주협약 서명 갈등으로 벨기에 연립정부 사실상 '붕괴'

입력 2018-12-09 19:08  

유엔이주협약 서명 갈등으로 벨기에 연립정부 사실상 '붕괴'
최대 정파 N-VA, 협약 서명 방침에 반발해 연정 탈퇴 선언
미셸 총리 '소수정부'로 국정운영…조기총선 가능성은 작아

(브뤼셀=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 유럽연합(EU) 일부 회원국에서 유엔이주협약(유엔 이주 글로벌콤팩트)을 둘러싸고 내홍을 겪고 있는 가운데 벨기에에서 이 문제를 둘러싼 논란으로 연립정부가 사실상 붕괴했다.
벨기에는 지난 2014년 총선 이후 네덜란드어권의 민족당(N-VA)과 기독민주당(CD&V), 자유당(Open VLD), 프랑스어권의 자유당(MR) 등 4개 정당이 연립해 정부를 구성했다.
MR 소속인 샤를 미셸 벨기에 총리는 8일(현지시간) 저녁 기자회견을 열어 연립정부 내 최대 정파인 N-VA의 탈퇴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며 '소수 정부'로 계속 행정부 업무를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N-VA가 유엔이주협약에 서명하지 말라는 요구가 받아들여 지지 않았다며 연정 참여 자당 소속 장관들을 철수시키겠다고 밝힌 데 대한 대응이었다.
미셸 총리는 회견에서 "지난 2014년 형성된 4개 정당 연립정부에서 N-VA가 연정을 탈퇴하겠다는 통지를 받았다"며 "이에 따라 그동안 N-VA 출신이 차지했던 장관직을 재임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N-VA에서는 얀 얌봉 내무장관을 비롯해 5명의 장관이 연립정부에 참여해왔다.
프랑스어권과 네덜란드어권이 합쳐져 한 국가를 이룬 벨기에는 프랑스어와 네덜란드어를 구사하는 장관이 동수로 내각에 참여하도록 법에 규정돼 있다.
N-VA는 그동안 유엔이주협약에 서명하면 유럽으로 들어오는 난민이 증가할 것이라고 반대입장을 밝히면서 자당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연정에서 탈퇴하겠다고 압박해왔다.
이런 가운데 미셸 총리가 오는 10일 모로코에서 열리는 유엔이주협약 서명식에 참석하겠다고 밝히자 당 소속 장관들을 연정에서 탈퇴시키겠다고 거듭 밝혔다. 실제로 이날 저녁 미셸 총리 주재로 열린 비상내각회의에서 얌봉 내무장관 등 2명은 N-VA의 연정탈퇴 방침을 통보하고 회의장을 박차고 나갔다.
앞서 벨기에 연방의회는 제1당인 N-VA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지난 6일 실시한 표결에서 유엔이주협약 서명동의안을 가결 처리함으로써 미셸 총리에 힘을 실어줬다.
이로써 벨기에는 사실상 연정이 붕괴했으나 내년 5월에 총선을 앞두고 있어 선거일정이 앞당겨져 조기총선이 실시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우파 성향의 N-VA는 유엔이주협약 서명에 반대하며 연정탈퇴를 선언함으로써 사실상 총선 체제에 들어간 것으로 분석된다.
N-VA는 현재 네덜란드어권에서 반(反)난민을 내세우는 극우정당의 도전에 직면해 있어 차기 총선에서 수성(守城)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bingso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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