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지난 6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홑. 이날 열린 세계적 클래식 음반사 도이체 그라모폰(DG) 120주년 기념 연주회는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센스 넘치는 앙코르 선곡으로 잔칫집 분위기가 살아났다.
본 공연 프로그램으로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0번을 연주한 조성진은 모차르트 판타지 K.397을 첫 번째 앙코르로 들려준 뒤 두 번째 앙코르로 '해피 버스 데이' 선율을 깜짝 선사했다.
쓸쓸하고 신비로운 분위기가 짙은 베토벤 '월광 소나타'를 치는가 싶더니 능청스레 생일 축하곡으로 전환한 그의 연주에 객석에선 웃음이 터졌다.
이날 관객석에 앉은 바이올린 여제 정경화도 예상치 못한 전개에 박장대소를 하며 흥겨운 분위기를 즐겼다.
조성진은 올해 1월 열린 리사이틀에도 '앙코르 선물 폭탄'을 안긴 바 있다.
2부로 구성된 본 프로그램이 끝난 뒤 그는 전매특허와도 같은 쇼팽의 발라드 전곡(1~4번)을 들려주며 사실상 '3부'에 가까운 연주회를 펼쳤다.
조성진이 마지막 발라드 4번 연주를 앞두고 손가락을 펼쳐 '마지막 한 곡을 마저 치겠다'는 신호를 보내자 객석에서는 비명에 가까운 환호가 터지기도 했다.
미국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우승한 피아니스트 선우예권 역시 작년 리사이틀에서 앙코르로만 5곡을 연거푸 연주하며 관객 환호에 답했다.
'앙코르(encore)'는 본래 '다시 한번' 등을 뜻하는 프랑스어지만, 음악회에서는 본 프로그램이 끝난 뒤 청중들의 박수에 대한 예의로 추가 곡을 연주하는 것을 뜻한다.
본 공연에서도 시도하기 어려운 참신한 선곡이나 관객을 향한 '팬서비스' 등이 주로 앙코르 연주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본 공연 못지않은 재미를 자랑하곤 한다.
최근 앙코르 무대로 화제를 모은 이는 단연 피아니스트 예브게니 키신이다.
지난 10월 한국을 찾은 키신은 본 공연이 다 끝난 후에도 무려 1시간 25분간 이어진 커튼콜 속에서 앙코르로 8곡이나 연주했다.
관객들은 집요하리만치 기립 박수를 계속하며 큰 소리로 '브라보!'를 외쳤고 키신은 끝까지 정중하고 성실하게 환호에 답하며 본 공연과는 또 다른 감동을 선사했다.
클래식 음악의 진지한 분위기를 덜어내고 관객들과의 친밀감을 더하기 위해 연주되는 앙코르도 잦다.
지난달 지팡이를 짚고 등장한 거장 주빈 메타와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 연주회에서는 요한 슈트라우스의 '폭발 폴카'를 앙코르로 연주했는데, 단원들이 실제 파티용 폭죽을 터트려 연말 분위기를 한껏 살렸다.
지난 10월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내한 공연을 연 거장 성악가 플라시도 도밍고는 마지막 앙코르로 한국 가곡 '그리운 금강산'을 불러 객석의 큰 호응을 끌어냈다.
검은 연미복에 옥색 쾌자(조끼 형태의 한복)를 두르고 나와 안경까지 끼고 한국어 가사를 또박또박 전하려 애를 쓰는 그의 모습에 관객들은 힘찬 박수를 보냈다.
다만 모든 연주회에서 앙코르가 연주되는 것은 아니다.
서울시향 관계자는 "오케스트라 정기 연주회의 경우 앙코르를 하지 않는 일도 꽤 많다"며 "곡 분위기가 엄숙하거나 길이가 긴 경우에도 앙코르는 사족처럼 느껴지기 때문에 생략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이유로 베토벤의 '합창 교향곡' 바흐의 '마태 수난곡', 진혼곡 의미의 '레퀴엠' 등에서는 앙코르가 연주되는 일이 거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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