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ECJ 판결, 11일 英의회 표결, 13·14일 EU정상회의 잇따라 예정
英의회 표결 연기설까지…오리무중 브렉시트 금주 지나면 윤곽 잡힐듯
(브뤼셀 런던=연합뉴스) 김병수 박대한 특파원 = 우여곡절을 거친 끝에 협상을 마무리 짓고 비준 국면에 들어간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Brexit)가 금주 중대 분수령을 맞이하고 있다.
내년 3월 29일 자정(3월 30일 0시)으로 예정된 영국의 EU 탈퇴를 111일 남겨 놓은 9일까지 영국이 끝내 EU를 떠나게 될지, 어떤 모양새로 EU를 떠나가게 될지 여전히 전망을 예측할 수 없는 가운데 향후 브렉시트의 운명을 좌우할 중요한 일정이 잇따라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번 주를 지나고 나면 향후 브렉시트 전망에 대해 좀 더 뚜렷한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주목되는 것은 오는 10일 EU 최고법원인 유럽사법재판소(ECJ)의 판결이다.
ECJ는 스코틀랜드법원의 의뢰에 따라 지난달 27일부터 EU 탈퇴를 통보한 영국이 일방적으로 이를 철회할 수 있는지에 대해 심리를 벌여왔으며 오는 10일 이에 대한 결정을 발표한다.
EU 헌법 격인 리스본 조약에서 회원국 탈퇴에 관해 규정한 50조에 대한 지금까지의 해석대로라면 영국 의회는 EU와 영국 정부가 체결한 브렉시트 합의문 비준을 동의하거나, 이를 거부하거나 두 가지만을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ECJ가 영국이 일방적으로 브렉시트를 철회할 수 있다고 결정할 경우 영국 의회는 브렉시트를 철회하는 방안도 선택지에 포함할 수 있게 된다.
이 경우 영국 의회 내 EU 잔류파를 중심으로 제기되는 '제2 국민투표 실시' 주장이 탄력을 받게 돼 브렉시트라는 물줄기가 크게 바뀌게 될 수도 있다.
이미 ECJ의 한 법무관은 영국이 일방적으로 브렉시트를 철회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아 최종 판결로까지 이어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어 오는 11일에는 영국 의회가 브렉시트 합의문 비준 동의안을 놓고 표결할 예정이어서 그 결과에 따라 브렉시트의 전망은 더 구체화할 것으로 보인다.
의회가 브렉시트 합의문 비준 동의안을 가결할 경우 영국은 브렉시트 합의문에 규정된 대로 내년 3월 30일부터 브렉시트 전환 기간이 적용되는 등 질서 있게 EU를 탈퇴하게 된다.
반면에 의회가 비준동의를 거부하면 영국은 아무런 합의 없이 EU를 떠나는 이른바 '노딜 브렉시트'를 면할 수 없는 최악의 상황에 처하게 된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9일에도 언론 인터뷰를 통해 오는 11일 의회 투표에서 브렉시트 합의문 비준동의안이 부결될 경우 전례 없는 혼란이 우려된다고 경고하며 가결을 호소했지만 표결 시 부결 가능성이 더 크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메이 총리의 강력한 부인에도 불구하고 영국 의회의 표결 연기설이 지속해서 제기되는 이유다.
영국의 선데이타임스를 비롯한 일부 언론들은 9일에도 익명의 소스를 인용, 각료들이 오는 11일 예정된 투표를 연기하고 유럽연합(EU)의 추가 양보를 얻어내도록 메이 총리를 압박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오는 13, 14일 브뤼셀에서 열릴 예정인 EU 정상회의도 브렉시트의 흐름을 좌우할 중대 행사다.
EU 정상회의에서 어떤 내용이 논의될지는 전적으로 영국의 상황에 따라 결정된다.
먼저 영국 의회에서 오는 11일 표결이 예정대로 실시되고 가결될 경우엔 큰 문제가 없이 순탄하게 갈 수 있다.
하지만 부결될 경우 영국을 제외한 EU 27개 회원국의 정상들은 그냥 '노딜 브렉시트'로 가느냐,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재협상을 통해 한 번 더 절충점을 찾을 것이냐를 놓고 고심하게 될 것으로 관측된다.
메이 총리가 영국 의회 표결을 연기할 경우에도 EU 정상들의 고민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영국이 의회 표결을 연기한 이후 제2 국민투표를 실시하는 쪽으로 갈 수도, EU에 재협상을 요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메이 총리가 제2 국민투표를 선택할 경우 EU로선 영국이 브렉시트를 번복하고 잔류를 선택하도록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영국이 재협상을 요구하면 이를 받아들일지 여부에서부터 향후 협상 대책까지 모색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 EU는 영국과 타결한 브렉시트 합의문이 '유일하게 합의 가능한 합의문'이라며 "추가 협상은 없다고" 쐐기를 박아왔다.
하지만 '노딜 브렉시트'라는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서 재협상 수용 여부와, 재협상할 때 어떤 부분에서 양보하고, 반대로 어떤 부분에서 영국으로부터 얻어내야 하는지를 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bing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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