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이어 스위스…EU '양자협상 조기 마무리' 압박

입력 2018-12-09 23:58  

영국 이어 스위스…EU '양자협상 조기 마무리' 압박
노동력 자유 이동 보장 요구…스위스는 내부 논의 이유로 거부


(제네바=연합뉴스) 이광철 특파원 = 영국과 막바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협상을 벌이는 유럽연합(EU)이 이번에는 스위스를 대상으로 양자 협상을 조기에 마무리하라며 압박에 나섰다.
9일(현지시간) 공영방송 SRF 등에 따르면 EU는 현재 120여개에 이르는 양자 협정을 단순화해서 올해 안에 타결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스위스 정부는 내부 협의가 필요하다며 EU가 제시한 협상 시한을 무시하면서 내년 봄에나 논의할 수 있다고 맞섰다.
알랭 베르세 스위스 대통령은 이달 7일 기자회견에서 "상당히 논의가 진척됐지만, 매우 중요한 문제에 관해 여전히 이견이 있다"고 말했다.
이냐치오 카시스 스위스 외교부 장관은 다양한 의견 수렴 절차가 내년 봄에나 이뤄질 수 있다고 말해 사실상 EU 협상 시한을 거부했다.


가장 큰 쟁점은 자유로운 노동력의 이동에 관한 문제다.
EU 회원국이 아닌 스위스는 2014년 국민투표에서 이민자 수를 제한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는 스위스에서 일할 수 있는 EU 시민권자의 수를 제한하는 근거 규정이 돼 EU로부터 거센 반발을 샀다.
스위스 정부는 EU의 입장을 고려해 2016년 국민을 우선 고용한다는 내용으로 법안을 완화했지만, EU는 역내 다른 회원국들처럼 노동력의 완전한 이동을 보장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EU는 노동력의 자유 이동을 포함해 양자 협정을 단순화하는 협상이 올해 안에 마무리되지 않으면 스위스 증권거래소의 동등 지위를 갱신하지 않겠다고 압박하고 있다.
동등 지위가 갱신되지 않으면 스위스 증권거래소는 유럽 내 다른 국가들의 증권거래소와 동등한 대우를 받는 지위를 잃게 된다.
동등 지위를 잃게 되면 EU 투자자들이 스위스 증권거래소에서 일거에 빠져나가게 돼 스위스로서는 금융 산업에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된다.
EU와 스위스는 지난해에도 동등 지위를 인정하는 문제로 신경전을 벌이다가 1년마다 이를 갱신하는 것으로 합의했다.
스위스에서는 EU 시민권자의 취업 제한을 풀어주는 것에 반발하는 여론도 높아 양쪽의 힘겨루기는 상당 기간 지속할 전망이다.
minor@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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