켈리, 주변에 "민감 지역서 트럼프 경솔한 군사조치 막은게 성과"
트럼프 2020년 대선·하원장악 민주당 공세 대비 하반기 친정체제 구축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0년 차기 대선을 앞두고 재집권 플랜을 본격 가동하기 위한 '재선 맞춤형' 내각 물갈이에 본격 시동을 건 모양새이다.
경질설이 계속 나온 4선 장성 출신인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의 교체를 8일(현지시간) 공식적으로 밝힌 것이다. 대신 그 자리에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비서실장으로 선거 전문가인 36세의 젊은 정치참모 닉 에이어스를 앉히겠다는 구상으로 알려졌다.
이는 제프 세션스 전 법무장관 후임에 윌리엄 바 전 법무장관을, 연말에 떠나는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대사의 후임에 헤더 나워트 국무부 대변인을 각각 지명하고, 조지프 던포드 합참의장 후임으로 마크 밀리 육군참모총장을 지명한다고 밝힌 직후 나온 언급으로, '도미노 교체'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1·6 중간선거 이후 일찌감치 예고돼온 트럼프 행정부의 인적 개편은 무엇보다 차기 대선 준비 체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민주당이 하원 다수당을 탈환, 내년부터 의회 내 공세가 강화될 것으로 보이는 데다 막바지로 치닫는 '러시아 스캔들' 특검 수사가 옥죄는 상황에서 진용 재정비를 통해 첫 임기 하반기의 국정 동력을 다잡고 재선 가도에 속도를 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친정 체제 강화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켈리 비서실장이 곧 백악관을 떠날 것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는 고통스러웠던 (두 사람의) 관계 종식 이상을 의미한다. 그것은 2020년 재선 캠페인에 집중하겠다는 걸 보여주는 가장 최신의 신호"라고 보도했다.
'정치적 음치'(politically tone deaf)인 켈리 비서실장을 내치고 30세가 되기도 전에 대선 캠프를 경험해온 에이어스를 후임으로 낙점하려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재집권 구상을 보여주는 단면이라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WP)도 켈리 비서실장의 퇴진에 대해 "민주당의 하원 장악에 대한 대비 및 재선 캠페인 준비 집중 등과 맞물린 중대한 인적 개편의 전조"라고 풀이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켈리 비서실장에게 '정치적 기량'이 부족하다고 불평해왔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의 하원 장악에 따른 행정부에 대한 의회의 감독·조사 강화와 '러시아 스캔들' 특검 수사의 막바지 압박이 가해지고 있는 현실에 직면, 몇 달 동안 구상해온 인적 쇄신 작업에 본격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백악관 정치전략 국장인 빌 스테피언과 대외협력 국장인 저스틴 클라크가 최근 백악관을 떠나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캠페인 사무실로 옮길 것이라고 공식화하는 등 차기 대선을 향한 재집권 플랜 가동 움직임은 벌써 가속하는 흐름이다.
대언론 분야 고위 참모인 제시카 디토 등 백악관 인사들의 추가 재선 캠프행 '엑소더스'가 일어날 가능성도 점쳐진다.
트럼프 대통령측 관련 정치 조직들도 재선 준비를 위해 벌써 활발하게 움직이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켈리 비서실장의 퇴진은 충동적인 스타일의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견제와 균형' 역할을 해오며 이른바 '어른들의 축'으로 불려왔던 그룹의 사실상 붕괴 내지 몰락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지난 3월 '퇴출'된 렉스 틸러슨 전 국무장관에 이어 켈리 비서실장마저 워싱턴 무대에서 떠나게 됨에 따라 '어른들의 축' 그룹 가운데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정도만 남고 다 퇴장하게 된 셈이다. 매티스 장관도 한때 교체설이 돌았으나 일단 유임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고 외신들이 보도한 바 있다.
폴리티코는 "켈리 비서실장의 퇴진은 초당적 지지 속에 충동적인 대통령을 제어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여겨졌던 몇 안 남은 군 또는 사업가 출신 참모 인사가 또 한 명 제거됐다는 걸 뜻하기도 한다"고 보도했다.
WP도 "대통령의 무모한 충동을 억제했던 숙련된 참모가 하나 더 없어진 것"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 켈리 비서실장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비서실장 재임 중 가장 큰 성과 중 하나는 대통령이 민감한 지역에서 병력을 철수시키는 것과 같은 경솔한 군사적 조치를 하는 것을 막은 것이라고 말했다고 WP가 보도했다.
지난 2월 평창동계올림픽 전에 트럼프 대통령과 켈리 비서실장이 심한 언쟁을 벌였는데, 이때 켈리 비서실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 전원 철수 명령을 내리는 것을 단념하도록 제지했다고 미 NBC 방송이 지난 4월 말 보도한 바 있다.
켈리 비서실장은 또한 트럼프 대통령과 격한 언쟁을 벌이고 난 뒤에는 "나 이제 여기서 나간다"는 말을 버릇처럼 되뇌어왔다고 WP는 전했다.
NYT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일 백악관 관저에서 저녁때 켈리 비서실장과 만나 그의 퇴임 계획과 관련해 마무리 논의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자리에는 펜스 부통령과 에이어스도 있었다.
이 자리에서 켈리 비서실장이 10일 백악관 참모들에게 자신의 퇴임을 알리며 거취를 공론화하는 쪽으로 '교통정리'가 이뤄졌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결국 이때까지 참지 못하고 8일 기자들에게 터트렸다는 것이다.
켈리 비서실장의 '퇴출'은 추가 인선에 대한 도미노 효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당장 켈리 비서실장의 측근으로, 지난 몇달 동안 교체 리스트에 이름을 올려왔던 커스텐 닐슨 국토안보부 장관의 앞날이 더 불투명해진 가운데 켈리 비서실장과 가까운 백악관 내 일부 참모들의 추가 사임이 잇따를 수 있다는 것이다.
켈리 비서실장의 퇴진은 백악관 내 권력지형 내지 역학 구도의 변화를 예고하는 것이기도 하다.
켈리 비서실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 백악관 보좌관 및 사위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수석 보좌관에 대해 "백악관에 들어와서는 안 됐을 사람들"이라고 사석에 말할 정도로 이들과 대립각을 세워왔다. 실제 에이어스는 이방카 부부가 적극적으로 켈리 비서실장의 후임으로 지원한 인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NYT는 "에이어스가 결국 비서실장을 맡게 된다면 이는 이방카의 쿠데타 승리로 비칠 것"이라고 보도했다. 백악관 내부에서는 이방카 부부가 '쥐락펴락한다'는 시각이 팽배하다는 것이다.
다만 대통령 딸 부부의 신임을 업은 30대의 신예 에이어스가 백악관 전체를 관장하는 비서실장에 오를 경우 내부 갈등이 증폭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고 외신들은 보도했다.
현재 백악관 안팎에서는 에이어스의 낙점이 기정사실로 되고 있으나 '비서실장 임기'를 놓고 트럼프 대통령과 에이어스 사이에 협상이 계속되고 있다고 CNN방송은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에이어스가 2020년 대선 때까지 함께 하며 재선 플랜을 진두지휘하기를 희망하고 있으나 에이어스는 어린 자녀들을 거론, 조지아로 돌아가야 한다며 비서실장직을 이보다 짧게 맡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현재로선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에이어스 카드가 불발될 경우 대안으로는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믹 멀베이니 백악관 예산국장,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이 거론된다고 NYT는 전했다.
hank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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