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과수 감정 결과 나와야 가스발생원인 윤곽 그려질 듯
원인 나와도 처리·위탁업체 주장달라 책임규명은 힘들 수도
(부산=연합뉴스) 손형주 기자 = 지난달 28일 부산 사상구 폐수처리업체 황화수소 누출 사고가 발생한 지 보름 가까이 됐지만, 중상자들은 여전히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경찰은 작업자들이 깨어나지 못해 사고원인 규명과 책임소재를 가려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10일 부산 사상경찰서에 따르면 황화수소 누출 사고 중상자 4명 중 지난 2일 숨진 작업자 이모(52)씨 외 권모(42)씨 등 3명은 아직 의식불명 상태다.
경찰은 사고가 난 A폐수 처리 업체 관계자와 폐수 처리를 맡긴 포스코 기술연구원 포항연구소 관계자에 대해 참고인 조사를 일부 마쳤고, 사고 장소에 있던 폐수를 종류별로 국과수에 감정을 의뢰한 상태다.
국과수는 폐수가 섞일 당시와 비슷한 조건에서 실험을 해 황화가스 발생 이유를 파악하는 데 주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과수 감정 결과는 다음 주께 나올 것으로 경찰은 예상했다.
국과수 감정 결과가 나오면 사고원인은 윤곽이 드러나지만, 책임소재를 규명하는 데는 여전히 난항이 예상된다.
사고 당시 폐수 처리 책임자였던 권씨가 깨어나지 못하고 있어 국과수 감정 결과와 A사, 포스코 측 진술 내용만으로 책임소재를 가리기 힘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포스코 측은 금속 부식 실험에 사용한 황화수소에 수산화나트륨에 녹인 용액을 A사에 법적 처리 기준에 따라 맡겼고 폐수 처리 업체에서 제대로 처리했다면 이상 화학반응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A사는 "포스코가 계약과 다른 폐수를 줬고 혼합에 따른 이상 화학반응이 원인이 아니라 A사가 위탁한 폐수 자체에서 황화수소가 안정화되지 않아 사고가 발생했을 개연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수질 환경처리기사 1급 자격증을 가지고 있던 권씨는 포스코로부터 받은 폐수에 대해 간이검사를 마치고 집수조에 들어있던 기존 폐수와 섞을 것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양측 주장이 엇갈리는 만큼 국과수 감정 결과를 토대로 사고원인이 규명되면 이후 책임소재를 가려내는 데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국과수 결과가 나오면 포스코가 절차를 지켜 폐수를 배출했는지와 권씨가 폐수 처리 지시를 하며 과실은 없었는지를 들여다본다는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참고인 조사를 하고 있다"며 "국과수 감정 결과가 나오면 본격적으로 피의자 소환 조사를 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handbrothe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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