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소재 개발·인간에 미칠 부작용' 등 난관 극복해야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중국이 뇌과학 연구의 혁명을 위해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자기공명영상장치(MRI)를 개발하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0일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중국과학원 선전(深천<土+川>)선진기술연구원은 기존 MRI보다 훨씬 강력한 14T(테슬라·자기장의 세기를 나타내는 단위) 수준의 MRI를 개발하기 위한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MRI는 강력한 자기장과 고주파를 사용해 인체 내 원자의 분포와 다른 원자와의 결합 상태를 알려 주는 신호를 컴퓨터로 처리해 영상을 만드는 장치다. 뇌, 척추 등 신경계통 환자에 많이 쓰인다.
자기장의 세기가 높을수록 더욱 정밀한 영상을 촬영할 수 있는데, 현재 일반 병원에서는 1.5∼3T 수준의 MRI를 사용한다. 미국과 프랑스 등에서는 11T MRI까지 개발했다.
이러한 초강력 MRI도 지름 1㎜ 미만의 물질은 찍기 힘든데, 중국이 개발하는 14T MRI는 이론상으로 1㎛(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m) 단위의 물질까지 촬영할 수 있다.
인간 뇌에 있는 뉴런(신경세포)의 지름은 4∼100㎛ 수준이다.
더구나 이 MRI는 기존 MRI가 촬영했던 수소 핵의 공명은 물론, 뉴런과 뉴런 사이에 전기화학적 신호를 보내는 나트륨, 인, 칼륨 등의 핵의 공명까지 촬영할 수 있다.
한 중국 과학자는 "이는 뇌과학 연구에 혁명을 불러올 것"이라며 "인간 뇌에 있는 모든 뉴런의 구조와 활동에 대한 관찰을 통해 의식의 기원과 진화를 밝혀낼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 프로젝트에 투입되는 예산도 막대해 중국이 세운 세계 최대 전파망원경보다 더 큰 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추산된다.
중국과학원 국가천문대는 구이저우(貴州) 성 산림지대에 '구경 500m 구형 전파망원경'(FAST)을 세워 2016년 9월부터 시험 가동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12억 위안(약 2천억원)의 자금이 투입됐다.
다만 이 프로젝트의 성공을 위해 극복해야 할 난관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지적된다.
기존 MRI는 강력한 자기장 발생을 위해 '니오븀'과 '티타늄' 합금을 초전도체로 사용하는데, 이보다 더 강력한 자기장을 발생시키기 위해서는 새로운 초전도체 물질을 개발해야 한다.
14T MRI는 기존 MRI보다 훨씬 강력한 자기장이 발생하는 만큼, 이것이 인간 뇌에 미칠 부작용을 철저하게 예방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의 한 과학자는 "어떤 인간도 아직 14T 수준의 자기장에 노출된 적이 없다"며 "이 기기가 인간 뇌에 적용되기 전에 철저한 검토와 연구가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ssah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