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 답방' 요청에 北 확답안해…소강 지속시 金신년사 메시지 '변수'
연내 북미 고위급회담 가능성은 남아있어…한반도 정세 중대 국면
(서울=연합뉴스) 이정진 기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연내 서울 답방이 어려워지는 분위기로 흘러가면서 비핵화 협상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정부는 김정은 위원장의 답방을 통해 최근 주춤한 북미 간 비핵화 협상에 새 동력을 불어넣고 내년 초 2차 북미정상회담으로 이어지는 발판을 놓으려는 구상이었지만 일단은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지금의 소강상태가 연말까지 이어진다면 비핵화 협상의 동력이 내년에는 상당히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북한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간의 고위급회담을 열자는 지난달 미국의 제안에 응하지 않은 데 이어 남측의 '김 위원장 연내 답방' 요청에도 아직은 똑 부러진 답을 내놓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김정은 답방, 별다른 징후도 없어" / 연합뉴스 (Yonhapnews)
김 위원장이 서울 답방에 응하지 않은 이유로는 남북관계보다는 미국과의 협상에서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많다.
외교 소식통은 10일 "미국이 제시한 카드가 마음에 들지 않은 북한이 현 협상 국면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하는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기한 데 이어 동창리 미사일 엔진시험장 폐기를 거론하고 미국의 상응 조치를 전제로 영변 핵시설 폐기까지 언급했는데 미국이 제재완화 등 만족할만한 '보상'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불만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김 위원장이 연내 방남을 하지 않기로 결정한다면 그 배경의 하나는 북미 협상에 미칠 영향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과 치열한 '기싸움'을 벌이는 상황에서 남북정상회담에 응했다가 크게 얻는 것 없이 대미 '정면승부'(진지한 비핵화-상응조치 협상)를 피하려 한다는 인상을 미국에 줄 수 있음을 우려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제재 때문에 남측으로부터 대규모 남북경협 등 '선물'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 김정은 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제시할 추가적인 비핵화 조치가 마땅하지 않다는 점 등도 고려됐을 수 있다.
문제는 연말까지 지금의 소강상태가 이어진다면 내년 1월 1일에 나올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 내용에 따라 한반도 정세가 지난 1년과는 다른 국면을 맞을 수 있다는 점이다.
북한은 최근 잇단 미국발 유화 제스처에도 꿈쩍하지 않아 북한내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은 지난달 남북 철도 공동조사에 제재 면제 조처를 내리고 대북 강경파인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최근 한 인터뷰에서 이례적으로 '경제제재 해제'를 언급했지만, 북한에서 아직은 이렇다 할 반응이 오지 않고 있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 연구위원은 "가장 걱정인 부분은 김정은 위원장이 현 상황에 대해 재점검하고 있을 수 있다는 점"이라며 "김 위원장이 속도조절 정도가 아니라 신년사에서 방향을 일부라도 수정한다면 상황은 굉장히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경우 내년 1∼2월로 추진되는 2차 북미정상회담도 성사되기 어려운 국면으로 진행될 수 있다. 미국 조야에서도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의심하는 견해가 더 커지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협상에서 과감한 접근을 할 여지가 줄어들 수 있어 보인다.
물론 연내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은 어렵더라도 북미 고위급회담은 성사될 수 있다는 기대는 남아있다.
북한이 리용호 외무상의 중국 방문을 통해 파악한 '미·중 정상회담' 상황과 볼턴 보좌관의 발언 등 최근 미국의 달라진 분위기를 종합적으로 판단한 뒤 미국과의 협상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이 아직 공식 매체 등에서 '판'을 깨려는 조짐은 전혀 감지되지 않고 있다는 점도 이런 관측에 힘을 실어준다.
조성렬 연구위원은 "정상회담은 의전과 경호 등 챙겨야 할 게 한둘이 아니어서 물리적 여건상 어렵더라도 북미 고위급회담은 마음만 맞으면 연내라도 신속하게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북미 고위급회담이 열려 다시 긍정적인 모멘텀이 마련된다면 이를 계기로 내년 초 2차 북미정상회담과 남북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수도 있다. 이는 시기는 다소 미뤄졌지만 당초 지난 가을 우리 정부가 구상하던 흐름이기도 하다.
transil@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