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J "英, 브렉시트 번복 가능"…'제2국민투표' 주장 탄력받아(종합2보)

입력 2018-12-10 19:17  

ECJ "英, 브렉시트 번복 가능"…'제2국민투표' 주장 탄력받아(종합2보)
英의회 브렉시트 비준동의 표결 하루 앞두고 판결…표결에 영향줄듯
메이 총리, 의회 반대우세 불구 표결 강행?…연기 가능성 배제 못 해
표결 부결되면 혼란 불가피…조기총선? 제2국민투표? 브렉시트 연기?


(브뤼셀=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 유럽연합(EU) 최고법원인 유럽사법재판소(ECJ)는 10일 국민투표를 통해 EU 탈퇴(브렉시트)를 결정한 영국이 브렉시트 결정을 번복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결정했다.
영국 의회의 브렉시트 합의문에 대한 비준동의안 표결을 하루 앞두고 ECJ가 이같이 유권해석함으로써 표결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며, 영국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브렉시트에 관한 '제2 국민투표' 실시 주장이 탄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ECJ는 이날 판결문에서 "회원국은 EU에서 탈퇴하려는 의도를 통보한 것을 일방적으로 번복할 수 있다"고 밝혀 영국이 나머지 EU 회원국들과 협의 없이 브렉시트를 되돌릴 수 있다고 유권해석했다.
ECJ는 다만 이 같은 번복 결정이 "영국의 헌법적 요구에 부합해야 효력을 갖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4일 ECJ 판사들의 업무를 보조하는 한 ECJ 법무관도 영국이 일방적으로 브렉시트 결정을 번복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영국이 지난 2016년 6월 국민투표를 통해 브렉시트를 결정한 뒤 브렉시트에 반대하는 스코틀랜드 의회의 일부 의원들은 스코틀랜드 법원에 영국이 브렉시트를 일방적으로 번복할 수 있는 선택권이 있는지를 물었고, 스코틀랜드 법원은 이에 대한 유권해석을 ECJ에 의뢰했다.
EU의 헌법 격인 리스본 조약에서 회원국 탈퇴에 관해 규정한 제50조는 탈퇴를 결정한 회원국이 일방적으로 이를 철회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ECJ는 영국이 브렉시트 결정을 일방적으로 철회할 수 있는지를 둘러싼 논란에 대한 심리를 지난달 27일 시작했고, 정치적 민감성을 고려해 속전속결로 심리를 진행해 이날 이같이 결정했다.
스코틀랜드 법원은 ECJ에 유권해석을 의뢰하면서 "ECJ에서 유권해석을 해주면 의회가 영국 브렉시트 합의문에 대해 비준동의 표결을 할 때 의회가 선택 가능한 옵션을 명확하게 해줄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의 통상적인 해석대로라면 영국 의회는 브렉시트 합의문 비준을 동의해 영국이 내년 3월 29일 EU에서 질서 있게 탈퇴하도록 하거나, 비준동의를 거부해 '노 딜' 상태로 EU를 탈퇴하도록 하는 방법밖에는 없다.

그동안 스코틀랜드 의원들은 만약 ECJ에서 영국이 일방적으로 브렉시트를 번복할 수 있다고 유권해석을 한다면 국민투표 재실시도 의회가 선택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옵션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이번 ECJ의 선고로 인해 영국 내에서 브렉시트에 관한 국민투표 재실시를 요구하는 주장이 확산할 것으로 보이며 오는 11일 예정된 영국 의회의 표결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영국과 EU가 우여곡절 끝에 타결한 브렉시트 합의문에 대해 영국 의회에서 반대 의견이 우세함에 따라 이번 ECJ 판결을 계기로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상황변화를 이유로 의회표결을 연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메이 총리 측은 일단 11일 의회표결을 예정대로 실시하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클 고브 영국 환경장관은 ECJ의 판결 이후 BBC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의회에서 표결은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는 EU에 잔류하기를 원하지 않는다. 국민투표에서 우리의 이 같은 뜻이 매우 명확하게 드러났다"면서 "이것(이번 판결)이 국민투표의 결과나 EU를 떠나겠다는 정부의 명확한 의도를 바꾸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의회가 예정대로 오는 11일 브렉시트 합의문 비준동의 표결을 강행할 경우 가결되면 무난하게 이후 절차가 진행될 수 있지만, 부결될 경우 향후 브렉시트의 운명은 다시 불확실해질 것으로 보인다.
또 비준동의안이 의회에서 부결될 경우 영국은 곧바로 '노딜 브렉시트' 상황으로 직행하기보다는 의회를 해산하고 총선을 다시 치르거나, 2차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선 이런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내년 3월 29일로 예정된 브렉시트 발효가 늦춰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 브렉시트를 둘러싼 논란과 그로 인한 혼란은 더 거세지는 게 불가피해 보인다.
한편, ECJ의 이번 판결에 대해 EU 내에선 제2 국민투표를 통한 영국의 EU 잔류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환영하는 반응과 함께 다른 회원국들이 정치적 목적을 위해 EU 탈퇴를 통보했다가 일방적으로 철회하는 등 이를 남용함으로써 EU의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bingso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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