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비핵화 의지 밝히고 행동 취해…항복 요구하면 역효과 낼 것"
"김정은 답방, 내년이어도 문제없어…북미정상회담 후면 더 좋아"
"북미 정상 간 파격적 '딜' 불가능하지만은 않아"
(서울=연합뉴스) 박경준 기자 =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은 10일 "미국은 '너무 남북관계가 앞서가면 북미관계에서 미국이 북한을 설득하고 북한의 입장을 바꾸는 데 어려움이 있는 것 아닌가' 하는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 특보는 이날 연세대 동문회관에서 아태정책연구원이 주최한 외교통상정책연구포럼 기조강연과 사전 배포된 강연문을 통해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문 특보는 "한국 정부는 '북미 관계가 어려울 때 남북관계가 앞서가면서 한국이 북한을 설득할 수 있지 않으냐'는 입장과 함께 미국에 '걱정하지 말라'고 하지만 이런 문제(미국의 불만)가 있는 것도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남북 행보의 속도를 북미 행보의 속도에 맞추자는 미국의 입장은 현 국면을 풀어나가는 데 제약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특보의 이러한 입장은 한미 관계에 불협화음은 없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입장과는 결이 다른 것으로 읽힌다.
문 대통령은 지난 1일 아르헨티나에서 뉴질랜드로 이동하는 대통령 전용기 내 기자간담회에서 '한미 관계에 엇박자가 있다'는 일각의 지적을 두고 "근거 없는 추측성 얘기"라고 반박한 바 있다.
문 특보는 비핵화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이유 중 하나로 비핵화 개념을 두고 북미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들었다.
아울러 미국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전제로 대북제재를 완화해줄 수 있다고 하는 반면, 북한은 영변 핵시설 영구 폐기 등 구체적 행보에 대응해 부분적 제재완화 등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도 하나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문 특보는 대북제재 완화와 함께 북한이 요구하는 상응 조치 중 하나인 종전선언을 두고 '선 핵신고·사찰 후 종전선언'을 주장하는 미국과 '선 종전선언 후 핵신고·사찰'을 요구하는 북한의 입장이 갈리는 것도 문제로 지적했다.
문 특보는 "최근 북미 협상에서 미국은 북측이 신고 의지만 구두로 보여도 종전선언을 해줄 수 있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북한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문 특보는 현재 미국이 보이는 태도는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합리적이지 않다고 비판했다.
문 특보는 "이미 북한의 지도자는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했고 일부 구체적 행동도 취하고 있다"며 "북한의 항복을 요구하는 듯한 일방주의적 태도는 역효과를 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긍정적 행보에 대한 보상과 격려는 상황 진전을 위해 상식에 가까운 것"이라며 "북측이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불가역적 단계에 해당하는 조치를 취한다면 미국과 국제사회도 상응하는 제재완화 조치를 취하는 게 순리"라고 밝혔다.
다만, "미국이 완강하게 '제재완화' 카드를 최후에 쓰리라 보지는 않는다"면서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최근 인터뷰에서 제재완화 용의가 있다고 한 만큼 북미 정상이 만나면 '딜'이 있지 않을까 추정해본다"고 언급했다.
문 특보는 "북미 간 고위급 내지 실무회담에서 큰 결과는 나오기 어려울 것 같다"며 "금년 한해 전개돼 온 상황을 보면 북미 정상이 만나 파격적 수준의 '딜'을 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문 특보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답방을 두고 "김 위원장의 답방 결단과 문 대통령의 설득에 2019년 한반도의 운명이 걸려 있다"며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성공적으로 끝나면 2차 북미정상회담에 청신호"라고 언급했다.
문 특보는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연내에 이뤄질 것인가'라는 참석자의 물음에 "시간표를 봐서는 연내에 오기가 상당히 타이트하다"면서 "연내가 어려워지면 내년에 와도 문제가 없는 것 아닌가"라고 대답했다.
문 특보는 "문 대통령도 말했지만 너무 시간에 집착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생각한다"면서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후 김 위원장이 오면 더 좋을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kj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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