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장관 "국제 법정 제소에 필요한 절차 이행했다"
대통령실 공보국장 "사우디 용의자 인도 거부 실망스러워"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터키 정부가 사우디아라비아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사건 수사에 비협조적인 사우디 정부를 비난하며, 국제 법정에서 단죄를 추진하겠다고 거듭 압박했다.
압둘하미트 귈 터키 법무장관은 10일(현지시간) 터키 하베르튀르크 방송과 인터뷰에서 "필요한 기술적·법적 절차는 이행했고, 이제 결정만 내려지면 카슈끄지 사건을 국제 법정에 제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귈 장관은 "사우디 정부가 건설적으로 행동해야 하는데, 우리는 사우디로부터 그런 행동을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사우디 정부가 카슈끄지 살해 기획 용의자의 송환을 거부한 데 대해 비판했다.
귈 장관은 "우리가 반복적으로 끈질기게 사우디인 (용의자) 송환을 요구했지만 사우디로부터 답을 받지 못했다"면서 "우리 정부는 국제사회의 도움으로 (송환) 성과를 내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터키 대통령실 공보국장 파흐렛틴 알툰도 사우디 정부의 송환 거부에 "실망스럽다"고 반응했다.
알툰 국장은 국제 수사와 관련한 로이터통신의 질의에 "세계가 국제법에 따라 이번 사건을 단죄해야 한다"면서 "그것이 국제사회에 가장 이로울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또 용의자 송환 거부는 사우디가 사건을 은폐하려 한다는 의심을 굳힐 뿐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이달 5일 이스탄불 법원은 카슈끄지 살해를 기획한 혐의로 전 사우디 왕실 고문 사우드 알카흐타니와 전 사우디 정보기관 2인자 아흐메드 알아시리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이들 2명은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의 측근으로 알려졌다.
아델 알주바이르 사우디 외무장관은 9일 리야드에서 열린 걸프협력회의(GCC)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국민을 외국에 인도하지 않는다"며 송환을 거부했다.
한편 피살 당시 카슈끄지의 입에서 나온 최후의 말은 "숨을 못 쉬겠다"였다고 미국 CNN방송이 피살 당시가 담긴 녹음의 녹취록을 보고 받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9일(미국동부 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묘사된 녹취록 내용에 따르면 카슈끄지는 주(駐)이스탄불 사우디 총영사관에 들어가자마자 사우디 요원들과 맞닥뜨렸고, 그 가운데 무함마드 왕세자를 자주 수행한 마헤르 무트레브 장군을 알아봤다.
무트레브로부터 "당신은 (사우디로) 돌아가는 거야"라는 말을 들은 카슈끄지는 "너희들은 그렇게 못해. 밖에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어서"라고 대답하자마자 현장의 사우디 요원들에게 제압당했다.
"숨을 못 쉬겠다"는 카슈끄지의 말이 세 차례 반복된 후 녹취록에는 '비명', '비명', '숨넘어가는 소리', '톱', '절단' 등 현장의 소음을 표현한 단어들이 나열됐다.
무트레브는 사우디 총영사관에서 외부로 전화를 걸어 통화 상대방에게 현장 상황을 단계별로 상세히 전달했고, 마지막에는 "그쪽에다 보고하시오, 일이 다 끝났다고. 다 끝났소"라고 말했다고 CNN은 전했다.
CNN이 보도한 녹취록 내용은 앞서 터키 매체 등에서 터키 당국을 인용해 다뤄진 것과 거의 동일하다.
이러한 녹취록 내용은 카슈끄지 살해가 사우디 검찰의 발표와 달리 사전에 기획됐으며, 무함마드 왕세자 측근들이 연루됐음을 보여준다고 국영 테레테(TRT) 방송 등 터키 매체는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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