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이유로 난색…주민들 "겨울엔 고립무원…대책 필요"
(울릉=연합뉴스) 손대성 기자 = 경북 울릉군이 주민 해상 이동권 확보를 위해 거액의 보조금까지 제시하며 대형 유객선 유치에 나섰지만 선사들이 외면하고 있다.
11일 울릉군에 따르면 군은 지난 9월 군의회 의결을 거쳐 대형 여객선이 취항하면 운항보조금으로 10년간 최대 100억원을 지원한다는 내용의 대형 여객선 지원 조례를 마련했다.
군이 100억원이란 거액을 제시하면서까지 대형여객선 유치에 나선 것은 결항이 잦은 동해안 뱃길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조례 이후에도 현재까지 울릉군의 손짓에 응답하는 선사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울릉도와 포항, 울진 후포, 강원 동해·묵호, 강릉을 오가는 모든 뱃길은 동해안 기상 여건으로 인해 연간 100일 이상 끊기는 실정이다.
현재 울릉도와 육지를 오가는 가장 큰 여객선은 울릉∼포항 항로에 투입된 썬플라워호로 총톤수 2천400t에 길이 74m, 정원은 920명이다. 선박출항 통제기준 파고는 3.4m다.
나머지 여객선은 총톤수가 338∼550t으로 정원이 400∼500명에 불과하다.
썬플라워호 외에 나머지 2천t 미만 여객선은 풍랑주의보가 뜨면 아예 운항할 수 없다.
그나마 썬플라워호도 선령이 2020년 2월까지여서 곧 사라질 운명에 놓여 있다.
게다가 겨울에는 선박 점검을 이유로 운항하지 않는다.
울릉군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총톤수 2천500t 이상, 길이 74m, 항해속력 40노트(시속 74.08㎞), 선박출항 통제기준 파고 4.0m 이상인 배가 취항하기를 원한다. 현재 썬플라워호보다 더 큰 배다.
이 정도 여객선을 운항하는 여객선사에 보조금을 지원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당근에도 어떤 선사도 선뜻 나서지 않는다는 점이다.
선사들은 울릉군이 제시한 기준을 충족한 여객선을 만들려면 550억원 이상 필요할 것으로 본다.
썬플라워호를 운영하는 대저해운은 썬플라워호 운항 정지 이후에 새 여객선이 들어올 때까지 대체선을 투입하는 데에도 150억원가량 필요하다.
지금부터 새 배를 만든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700억원이 필요한 셈이다.
대저해운은 다른 지역과 울릉을 오가는 배 노선이 늘어나면서 탑승률이 떨어져 올해 20억∼30억원의 적자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새 배를 만들어 100억원의 보조금을 받아도 적자라는 입장이다.
대저해운 관계자는 "예전 울릉과 육지를 잇는 뱃길이 포항에만 있을 때와 달리 지금은 여러 곳에서 여객선이 다녀 수지타산이 안 맞다"며 "새 배를 만드는 데 2년 6개월 정도 걸리기 때문에 여러 조건을 놓고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선사도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부분 여객선이 올해도 11월부터 내년 2월까지 휴항해 울릉군민의 불만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미 강릉∼울릉 씨스타 5호와 씨스타 11호, 묵호∼울릉 씨스타 1호와 씨스타 3호, 후포∼울릉 씨플라워호가 운항을 중단했다.
포항∼울릉을 오가는 썬플라워호도 이달 1일부터 내년 1월 말까지 선박 정기검사를 이유로 운항을 중단했다.
현재 포항∼울릉 뱃길에만 썬라이즈호와 우리누리1호가 다니고 있다.
그러나 썬플라워호를 대체해 투입한 썬라이즈호는 파도가 조금만 높아도 결항할 수밖에 없어 늘 불안하다.
울릉도에서 환자가 발생해도 육지로 이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최근 울릉도에서 뇌출혈로 쓰러진 응급환자가 육지 병원으로 이송을 못해 끝내 목숨을 잃었다
이 때문에 울릉읍 도동리 주민 100여명은 지난달 23일 울릉군청 앞에서 집회를 열어 "매년 겨울에 도동항으로 들어오는 대형여객선이 없어 주민이 경제적 손해를 본다"며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최근에는 울릉도동발전협의회가 '주민여객선 추진운동본부'를 발족해 해운사 설립에 들어갔다.
울릉군 관계자는 "여객선을 유치하기 위해 선사와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sds1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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