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고 답하다] 이기순 이사장 "'학교 밖 청소년'에 대한 편견 없애야"

입력 2018-12-16 09:00  

[묻고 답하다] 이기순 이사장 "'학교 밖 청소년'에 대한 편견 없애야"
"비행 청소년, 사회 부적응자 아닌, 다른 선택을 한 보통의 청소년"
"지원 사업에 지자체의 적극적인 참여 필요"



(서울=연합뉴스) 김은주 논설위원 = "'학교 밖 청소년'들은 공동체의 일원으로 성장하는 데 있어서 다른 방법을 선택한 젊은이들입니다. 비행 청소년이나 사회 부적응자로 보는 부정적인 인식을 버려야 합니다."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 이기순 이사장은 "학교 밖 청소년들에게는 법적으로 허용되더라도 사회적 인식이 따라주지 못해 차별받는 사례들이 있다"라고 말하고, "학교에 다니는 청소년들과 똑같은 청소년으로 바라보면서 자신의 꿈을 찾아 잘 성장하도록 돕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이 이사장은 "정부의 각종 지원 사업이 지자체와의 협업을 통해 이루어지는 만큼 각 지자체가 청소년들에게 보다 관심을 갖고 정책의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 '학교 밖 청소년'의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 학령인구 (7~18세) 621만여명 중 학교를 떠난 청소년의 규모는 35만8천명 정도로 추산된다.
2015년 여성가족부가 실시한 학교 밖 청소년 실태조사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생각하듯이 아이들이 모두 문제가 있어서 학교를 그만둔 것은 아니다. 학교 밖 청소년의 34%가 '자신이 원하는 것을 배우고 특기를 살리고 싶어서' '학교와 다른 체제에서 체험하고 싶어서' 학교를 나왔다고 답했다. 검정고시를 통해서 스스로 뭔가를 해보겠다고 학교를 떠난 경우는 15% 정도였다. 결론적으로 학교 밖 청소년의 절반 가까이는 자신만의 목적을 갖고 있었다. 학교 폭력이나 가정 문제 등 환경으로 인해 원하지 않았는데도 어쩔 수 없이 학교에 다니지 않는 학교 밖 청소년은 5명 중 1명 정도였다.
가출 쉼터, 보호시설, 소위 '가출팸'을 만들어 자기들끼리 삶을 이어가는 청소년들도 있다. 정부 산하시설에 참여하는 청소년들은 통계에 잡히는데, 그 밖의 학교 밖 청소년들은 규모가 파악되지 않는다.

-- 학교 밖 청소년에 대한 정부 지원은 어떻게 이루어지나.
▲ 2015년 '학교 밖 청소년 지원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학교 밖 청소년에 대한 지원이 본격화됐다. 전국 206개소에 학교 밖 청소년 지원센터(꿈드림)가 문을 열었다. 꿈드림에 참여하는 청소년들은 6만8천명 정도이다. 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이 중앙지원단의 역할을 하고 있다.
학교 밖 청소년들을 꿈드림으로 데려오는 것이 우선이다. 경찰청, 교육청, 여성가족부가 협업한다. 경찰에서 청소년을 입건했을 때 학교 밖 청소년인 경우에는 꿈드림으로 연결한다. 학교를 그만두면 해당 청소년에 대한 개인정보가 교육청에서 바로 꿈드림으로 연계된다. 다만 청소년과 부모가 동의하는 경우에만 개인정보가 시스템상으로 연계된다. 동의하지 않는 경우 지원에 어려움이 있고, 동의했어도 전화번호를 바꿨거나, 꿈드림 서비스를 거부할 수도 있다. 지역사회와 협력하여 쉼터나 공공기관 등과도 연계하고 있다.
꿈드림이 만들어진 지 4년이 됐다. 매달 정기적으로 길거리에서 홍보하고 있고, 입소문을 통해 스스로 찾아오는 경우도 있다.

-- 꿈드림에서는 어떤 프로그램을 운영하나.
▲ 학교 밖 청소년은 학업 복귀형, 사회 진입형. 진로 미결정형의 세 유형으로 나눈다. 첫 번째는 복교, 상급학교 진학을 원하는 청소년들로, 검정고시 준비, 학습을 지원한다. 사회 진입형의 경우 취업, 창업 준비를 시킨다. 진로를 아직 결정 못 한 청소년들을 위해서는 자신이 뭘 원하는지 진로를 탐색하도록 하고, 사회 진입을 하더라도 자립할 수 있도록 역량을 키워주는 '두드림'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꿈드림 프로그램에 참여해서 원하는 성과를 얻게 되면 서비스를 종결한다. 꿈드림을 떠난 뒤에도 사후관리 과정을 진행한다. 성과가 어떻게 유지되고 있는지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혹시 위험한 상황이 되면 다시 지원한다.

-- 대학 진학에 관심이 있는 학교 밖 청소년들도 많다.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
▲ 대학입시에서 중요한 생활기록부가 없어 수시전형의 기회가 적다. 그러니 어쩔 수 없이 정시전형으로 가야 한다. 몇년 전 한 교대에서 검정고시 출신자의 응시를 제한하다가 헌법소원을 거쳐 위헌 결정을 받은 적이 있다. 학교 밖 청소년 관련해서는 법적으로는 허용되더라도 사회적 인식이 따라주지 못하는 문제들이 아직 있다.

-- 취업이나 창업 관련해서는 어떻게 지원하고 있나.
▲ 꿈드림에 참여하는 청소년 중 많은 수가 자격증 취득 준비를 하고 있다. 예를 들면 바리스타 자격증이나, 요가나 PT 같은 스포츠 강사 자격증을 따는 것이다. 창업진흥원과 연계해서 창업을 위한 교육도 받게 하고 있다.



-- 학교 밖 청소년들도 법적으로 충분히 보호받고 있나.
▲ 학생 요금 할인 등 학생들과 동일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시, 군, 구 지자체에서 만 9세에서 18세까지 청소년에게 청소년증을 발급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잘 알려지지 않아서 학생증과 차별받는 사례가 있다.
아르바이트 등 근로현장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는 경우가 있다. 꿈드림에서 취업을 원하는 청소년들에게 자신들이 어떤 근로권을 가졌는지, 근로계약서 작성은 어떻게 하는지 등을 교육한다. 근로권과 관련해서 문제가 생기면 여성가족부 청소년근로보호센터, 고용노동부 청소년근로권익센터를 통해서 해결하도록 한다.
청소년들은 임금체불 같은 문제가 생겨도 행정절차가 복잡하고 시일이 걸려 중도에 소송을 그만두는 일이 많다. 따라서 사후대책보다는 사전교육이 중요하다고 본다. 학교 밖 청소년들의 인권, 근로권에 대한 교육을 확대해나가려고 하고 있다. 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에 청소년희망센터가 있어서 이러한 교육을 하고 있다.

-- 학교 밖 청소년들이 차별받는 경우가 있다.
▲ 지방으로 갈수록 청소년증이 인지가 덜돼 사용 시 차별을 겪는 경우가 있다. 청소년 대상 대회에서 수상했는데도 소속 학교가 없다고 해서 수상이 취소되는 일도 있었다.
학교 밖 청소년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이러한 사람들이 던지는 말들이 이들 청소년에게 상처를 준다. 이는 인권침해이다. 이 청소년들이 원하는 것은 자신들을 특별하게 취급하고 더 지원해달라는 것이 아니라, 학교에 다니는 청소년들과 동등한 청소년으로 자연스럽게 인정해달라는 것이다.

-- 일선 학교에서 하는 음악이나 체육교육, 급식과 관련된 지원도 받을 수 없다.
▲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과 연계해서 학교 밖 청소년들에게 문화예술교육을 지원한다. 한국마사회 레츠런 재단이 52개 꿈드림 센터에 자유 공간을 제공해서 다양한 활동과 휴식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대구광역시의 경우 구당 3천300만원의 예산을 들여 학교 밖 청소년들을 위한 급식비를 지원한다. 꿈드림 센터별로 사업비에서 검정고시 준비 청소년들을 위해 음식을 제공하는 경우도 있다.

-- 학교 밖 청소년 지원 사업에서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
▲ 청소년상담복지센터와 꿈드림 모두 지자체와 협업해서 사업을 벌이는데, 해당 지자체가 청소년 문제에 얼마나 관심을 갖느냐가 문제이다. 청소년 지원이 지자체 정책의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경우가 많다.
경찰청, 교육청, 보호관찰소 등이 연계해서 지역사회청소년사회안전망(CYS-net)을 만들었다. 지자체의 청소년 관련 국장이 책임지고 운영하도록 하고, 실행은 청소년상담복지센터가 하고 있다. 이런 것들이 잘 돌아갈 수 있도록 지자체가 관심을 갖고, 기관 간 협업이 잘 이루어져야 한다.

-- 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이 하는 일은.
▲ 각 지자체 소속으로 228개의 청소년상담복지센터가 운영되고 있다. 청소년상담복지센터를 지원하고,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이 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의 일이다. 위기에 처하거나, 문제가 있거나, 정신적으로 어렵거나, 폭력을 당한 청소년들이 상담 전화(1388)를 하거나 직접 찾아온다. 이들을 상담하고 정상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폭력 피해를 받은 청소년들의 치유도 여기서 지원한다.
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은 전국 꿈드림의 중앙지원기관이다. 또한 여성가족부의 위탁을 받아 정서·행동 치유 전문기구인 국립중앙청소년디딤센터를 경기도 용인에서 운영하고 있다.

-- 학교 밖 청소년들에 대해 국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 학교 밖 청소년들은 우리 공동체의 일원으로 성장하는 데 있어서 다른 방법을 선택한 이 나라의 똑같은 젊은이들이다. 편견을 갖고 부정적으로 보지 말고 보통의 청소년들처럼 받아들이기 바란다.
학교 밖 청소년 외에도 미디어 과의존 청소년, 학교 폭력 피해자, 가출청소년들처럼 우리 사회에는 관심과 지원이 절실한 청소년들이 많다. 오늘날과 같은 저출산 시대에, 태어난 아이들을 정성껏 잘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건강하게 자신의 꿈을 찾아서 성장하도록 도와야 한다. 우리 사회의 위기청소년들을 차별적 시선으로 보지 말고 동등하게 애정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



※ 이기순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 이사장은 고려대 사학과, 캐나다 요크대 대학원 여성학과를 졸업하고, 이화여대에서 여성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8년 여성부 권익증진국장, 2011년부터 여성가족부 가족정책관, 대변인, 여성정책국장, 기획조정실장, 청소년가족정책실장을 지냈고, 2018년 11월 12일 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 제10대 이사장에 취임했다.
kej@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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