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발적 의무이행 유도에 불과…간접강제로 인격권 침해된다고 볼 수 없어"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특허권 이전과 관련해 '이전하겠다는 의사표시를 하지 않으면 간접강제 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외국 중재판정도 국내에서 집행할 수 있다는 첫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비록 우리 민사집행법에 따른 강제집행 방식이 아니더라도 자발적인 의사표시를 유도하는 것에 불과해 헌법상 인격권이 침해된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11일 네덜란드 중장비용 산업 열교환기 제조업체인 E사가 국내 열교환기 제조업체 S사를 상대로 낸 국제중재 판정 집행판결 소송의 상고심에서 '특허이전 의사표시에 대해 간접강제를 명한 국제중재 판정을 받아들인다'는 원심판결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우리 민사집행법과 달리 의사표시를 할 채무에 대해 간접강제를 명한 중재판정을 받아들인다고 하더라도 간접강제는 어디까지나 심리적인 압박이라는 간접적인 수단을 통해 자발적으로 의사표시를 하도록 유도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의사결정의 자유에 대한 제한 정도가 비교적 적어 그러한 간접강제만으로 곧바로 헌법상 인격권이 침해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S사와 E사는 1993년 'E사의 노하우를 S사에 제공한다'는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S사가 2008년 10월 인도 특허청에 '판형 열교환기'와 '열 교환기용 전열조립체 제조방법'에 대해 특허출원을 하자 E사가 계약위반이라며 네덜란드 중재원에 중재판정을 신청했다.
네덜란드 중재원은 2011년 12월 'S사의 인도 특허를 E사로 이전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매일 5천 유로를 배상하라'는 등 내용의 중재판정을 내렸고, E사는 이듬해 우리 법원에 '중재판정을 집행해달라'며 소송을 냈다.
재판에서는 우리나라에서는 허용되지 않은 '특허이전 의사표시 의무 간접강제'를 하라는 외국 중재판정을 국내에서 집행할 수 있을지가 쟁점이 됐다.
민사집행법은 특허이전과 관련해서는 조서나 판결에 따라 국가가 공권력을 동원해 직접 강제집행하는 방식만 규정하고 있다.
1·2심은 "중재판정 중 간접강제 배상금의 지급을 명하는 부분이 집행을 거부할 정도로 대한민국의 공서양속에 반한다고 볼 수 없다"며 네덜란드 중재원의 중재판정 집행을 허가했다.
대법원도 이 부분 판단과 관련해 하급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다만 인도 특허 이전 방법과 관련해 E사의 법률대리인과 S사가 협의한 내용이 유효하게 성립됐다고 볼 여지가 있다며 이를 인정하지 않은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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