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선 스캔들' 이재명 판정승…"사진 한장 없었다"

입력 2018-12-11 19:30  

'김부선 스캔들' 이재명 판정승…"사진 한장 없었다"
김부선 주장 뒷받침할 증거 없어…김 씨도 불기소 처분
이 지사 사상 초유 신체검증 등 숱한 화젯거리 낳아

(성남=연합뉴스) 이우성 최종호 기자 = 이재명 경기지사 앞으로 제기된 의혹 가운데 세간의 관심을 가장 많이 끌었고, 이 지사에게는 도덕적 타격의 위협이던 배우 김부선씨 관련 스캔들은 이 지사의 판정승으로 막을 내렸다.
스캔들 당사자인 김부선 씨가 "차고 넘친다"고 한 이 사건 관련 증거가 끝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사건을 수사한 수원지검 성남지청은 11일 이 지사에 대한 수사결과 발표에서 바른미래당이 고발한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에 대해 불기소 처분했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토론회에서 김영환 바른미래당 경기지사 후보가 이 지사에게 한 스캔들 관련 질문에 거짓으로 답했다는 게 고발 내용인데 '연예인 스캔들 문제 있죠?'를 비롯해 당시 김 전 후보가 한 질문이 추상적이고 이 지사는 이에 반박한 즉답 상황으로 볼 수 있어 죄가 안 된다고 판단했다"고 불기소 이유를 설명했다.
검찰은 설사 이 부분이 죄가 되더라도 이 지사를 재판에 넘기기는 어렵다고 봤다.
당시 김 전 후보는 토론회 전 김부선 씨로부터 "이 지사와 옥수동에서 밀회를 갖고 인천에도 함께 다녀왔다"는 말을 듣고 이에 관해 토론회에서 질문했는데 이 지사가 이를 부인한 것을 두고 허위사실 공표로 볼 수는 없다는 뜻이다.
특히 검찰은 김 씨의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가 나오지 않자 이같이 결론 내렸다.
검찰 관계자는 "옥수동이나 인천에서의 만남을 비롯해 여러 가지 상황과 관련한 김 씨의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객관적 증거가 거의 없다"며 "예컨대 같이 찍은 사진 한장이나 두 사람이 함께 있다는 걸 봤다는 제삼자 진술도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다만, 이 지사 측이 김 씨와 김 전 후보가 공모해 토론회에서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는 혐의로 고발한 건에 대해서도 검찰은 불기소 처분했다.
김 전 후보는 김 씨의 말을 사실이라고 믿고 토론회에서 밝힌 것이어서 허위사실이라는 인식이 없었던 것으로 보이고, 김 씨는 자신이 한 말을 김 전 후보가 토론회에 나가서 말할지 몰랐던 것으로 나타나 공모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이 지사 주장대로 김 씨와의 만남은 없었다는 결론이 나왔지만, 양측 모두 처벌은 피했다는 점에서 이 지사가 판정승을 거둔 것으로 보이는 이 사건은 이러한 결과가 나오기까지 숱한 화제를 뿌렸다.
시작은 지난 5월 김 전 후보가 경기지사 후보 방송 토론회에서 의혹을 제기하면서부터다.
당시 김 전 후보는 "여배우와 만남이 있었음이 밝혀졌는데, 어느 기간 동안 만남이 이루어졌는지, 유부남이 총각이라 사칭을 하며 만났던 것이 사실인지 등을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며 "1천300만 도민의 선택을 받아야 하는 도지사로서 도덕성에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고 포문을 열었다.
유력 정치인과 여배우의 밀회라는 자극적인 소재는 대중의 관심을 끌기 충분했다.
이 지사가 곧바로 "100% 가짜뉴스", "두 번에 걸쳐 김부선의 사과를 받았던 사항이며 악성 루머를 퍼트린 악플러의 최후는 철창행"이라는 글을 자신의 트위터에 올리며 진화에 나섰지만, 의혹은 경기지사 선거 막판까지 중요한 변수로 작용했다.


이 과정에서 양측이 서로를 고발해 수사기관이 나서게 됐다.
경찰 수사에서는 이른바 '옥수동 밀회'가 쟁점이 됐다.
김 씨와 김 전 후보는 2009년 5월 22일부터 24일 사이 비가 내리던 날 김 씨가 노무현 전 대통령을 조문하려 봉하로 내려가던 중 이 지사로부터 옥수동 집에서 만나자는 전화를 받고 옥수동 집으로 가 밀회를 가졌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 지사는 같은 해 5월 23일부터 노 전 대통령 영결식이 있던 29일까지 서울에서 비가 내렸던 날은 23일뿐이고 23∼24일 김 씨는 제주 우도에 있었다며 이 기간 우도 올레에서 찍은 김 씨의 사진을 담은 개인 블로그 내용을 증거로 공개했다.
경찰은 공지영 작가와 방송인 김어준 씨, 주진우 기자 등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
공 작가와 방송인 김 씨는 각각 자신의 페이스북과 신문 인터뷰 코너에서 과거 이 지사와 김부선 씨와의 관계에 대해 언급한 사실 등에 관해 조사를 받았다. 주 기자는 2016년 김 씨가 이 문제로 페이스북에 사과문을 올릴 당시 대필한 의혹에 대해 조사받았다.
이후 이 지사와 김 씨는 경찰에 출석하면서 주인공답게 더 큰 화젯거리를 내놨다.
이 지사는 경찰 출석을 앞둔 지난 10월 16일 스스로 아주대병원을 찾아 신체검증을 받았다. 김 씨가 밀회의 증거라며 "이 지사의 몸에 큰 붉은 점이 있다"고 방송에서 주장한 데 대해 반박하기 위한 '셀프 신체검증'이었다.
당시 의료진은 "이 지사 신체에 점이나 점을 제거한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 씨는 이에 앞선 지난 8월 22일 경찰에 홀로 출석했다가 "변호사 입회하에 고소장을 만들어 정식 진술하겠다"며 30분 만에 조사를 거부하고 나와 귀가했다.
이어 자신이 정한 재출석 날짜를 한차례 건너뛰고선 강용석 변호사를 선임하고 9월 14일 강 변호사와 함께 다시 경찰에 나와 조사를 받았다. 다만, 이후 강 변호사는 자신과 불륜설이 불거졌던 유명 블로거 '도도맘' 김미나 씨의 남편이 낸 소송을 취하시키려 문서를 위조한 혐의로 기소됐다가 법정 구속돼 현재 김 씨에 대한 법률 조력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처럼 의혹 제기부터 수사 종료까지 단계마다 관심이 집중됐던 이 사건은 검찰의 불기소 처분으로 길고 길었던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zorb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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