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설립·결사 자유, 자주적 단체운영, 노조활동 따른 불이익 배제 조항
한국, ILO 189개 중 29개만 비준…핵심협약도 8개 중 4개만
(서울=연합뉴스) 성서호 기자 = 국가인권위원회가 내년 국제노동기구(ILO) 설립 100주년을 앞두고 ILO 핵심협약 중 결사의 자유·단결권·단체교섭권을 규정한 제87호, 제98호에 가입(비준)할 것을 정부에 권고한다.
12일 인권위에 따르면 이달 10일 열린 인권위 제19차 전원위원회에서는 'ILO 제87호, 제98호 협약가입 권고의 건'을 의결하고,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조속히 해당 협약에 가입할 것을 권고하기로 했다.
인권위는 우리나라가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한 약속을 지키고, 국제사회에서의 위상을 제고하려면 87호와 98호 협약을 비준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또한, 헌법에 근거한 노동기본권을 보장하고, 다양한 노동인권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해당 협약을 비준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우리나라는 1991년 ILO 152번째 회원국으로 가입했지만, ILO 전체 협약 189개 가운데 29개만 비준한 상태다.
특히 87호와 98호를 비롯해 29호(강제노동에 관한 협약), 105호(강제노동 폐지에 관한 협약) 등 핵심협약 8개 중 4개는 가입 30년이 다 돼가도록 비준하지 않고 있다.
ILO 핵심협약은 비준 여부와 상관없이 모든 회원국이 준수해야 하는 것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 회원국 중 87호와 98호를 모두 비준하지 않은 나라는 미국과 한국 둘뿐이다.
87호와 98호는 노동조합 등 단체 설립에 관한 자유와 결사의 자유, 자주적 단체 운영과 활동, 노조 등의 활동을 이유로 한 불이익 배제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특히 87호와 98호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의 합법화와도 관련돼 있다.
현행 교원노조법 제2조는 노조의 자율적 결정을 인정하지 않고 현직 교원만을 조합원으로 인정하고 있으며, 이를 근거로 고용노동부는 2013년 해직자가 조합원에 포함된 것은 위법이라며 전교조에 법외노조 통보를 했다.
핵심협약을 비준하지 않음으로써 이런 노동기본권 침해가 발생했고, 지금까지 ILO 결사의자유위원회(CFA)에 14건의 진정이 제기돼 10건에 관해 개선 권고(4건 계류 중)가 나온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들 협약의 비준을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됐고, 100대 국정과제에도 '노동존중 사회 실현'의 주요 내용으로 이를 포함한 바 있다.
고용노동부 역시 87·98호를 비롯해 29·105호를 비준하라는 '유엔 국가별 정례인권 검토(UPR)' 권고를 검토 후 수용하겠는 입장이다.
현재 한정애(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심상정(정의당)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ILO 핵심협약 비준 촉구 결의안' 또한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인권위는 "87호와 98호 협약을 비준하면 공무원 등의 노조 결성과 노조 가입 범위에 대한 제한이 해소되고, 결사의 자유 행사에 따른 불리한 조치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노조 활동에 따른 과도한 민·형사상 책임 부과의 문제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so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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