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망 잇고 전력망 연계 구상…모스크바에 한국 암·심장 특성화병원 개원 추진
2022년까지 환경산업 수출 1조원·농기자재 수출 1억달러·식량 100만t 확보 목표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정부가 한국과 유라시아 대륙을 잇는 철도망 구축과 초국경 협력사업 등을 골자로 내놓은 신북방정책 추진과제를 중간 점검했다.
과제 확정 반년 만에 성과를 낸 사업도 있지만, 대북제재 등으로 추진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확인됐다.
정부는 한국과 유라시아 간 협력펀드를 조성하고 '블록트레인' 운행과 러시아 항만 개발을 통해 북방지역 물류망 확대를 추진 중이다.
보건의료 및 문화교류에도 방점을 찍어 러시아에 특성화병원을 개원하고 한국유학박람회를 통해 청년 교류에 힘쓸 예정이다.
아울러 북방지역 환경 및 농수산 분야 진출을 늘려 올해부터 2022년까지 환경산업 수출로 1조원, 2022년 농기자재 연간 수출 1억달러를 달성하겠다는 새로운 계획도 내놨다.
대통령 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이하 북방위)는 12일 오전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권구훈 신임 위원장 주재로 제3차 회의를 열고 이 같은 북방지역 협력·진출 방안을 점검·논의했다.
우선 지난 6월 2차 회의에서 확정한 신북방정책 관련 16대 중점추진과제와 56개 세부과제가 약 반년 동안 어떻게 진행됐는지에 대한 점검이 이뤄졌다.
가장 먼저 완료된 세부과제는 신성장 동력 분야의 몽골 친환경에너지타운 조성이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 등이 48억원을 들여 날라흐 지역에 친환경에너지타운을 조성했다. 이 타운은 몽골지역 광해(鑛害·광물개발에 따른 오염)를 복구하고 풍력·태양광 전력을 생산하는 역할을 한다.
한국과 유라시안 간 협력펀드도 조성된다.
정부는 이미 내년도 예산에 한-유라시안 협력펀드 1차년도분 50억원을 반영했고 2022년까지 금융기관 등과 함께 총 1억 달러를 조성할 계획이다.
이 펀드는 인프라 협력기반을 강화하고 북방지역 투자개발형 사업을 지원하는 데 쓰일 예정이다.
또 보건의료 협력의 일환으로 분당서울대병원은 2022년까지 모스크바에 암·심장·관절·재활·건강검진 특성화병원을 개원할 준비 중이다. 한국 벤처기업의 러시아 진출을 지원하는 한-러 혁신센터도 내년도에 세운다.
한편 인적·문화 교류를 위해서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에 한국유학박람회를 열고 한류콘텐츠 수출도 지원한다.
한반도 물류망과 전력망을 북방지역과 연계하는 방안도 착착 추진 중이다.
올해 3월과 8월 각각 중국횡단철도와 러시아 횡단철도 블록트레인 운행을 개시했다. 블록트레인은 열차 1량을 전세 계약해 기업 부품을 직통 수송하는 방식이다.
남북철도를 잇기 위해 경의선 전철화(문산~도라산) 사업을 착공하고 남북철도 공동조사도 진행 중이다.
해운·조선시장 개척을 위해 러시아 슬라비얀카 항만 개발 타당성 조사를 진행 중이며 북극항로 이용을 위한 한·중·일·러 공동연구에도 착수한 상태다.
슬라비얀카 항만 개발이 결정되면 당장 연간 30만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대분)를 처리할 수 있는 부두를 조성하게 된다.
몽골에서 생산한 풍력·태양광 전력을 한·중·일 해저 고압직류송전을 통해 연계·사용하는 방안과 러시아에서 천연가스로 생산한 전력을 남·북·러 공동망으로 사용하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이와 관련 한국전력공사는 지난 4월부터 중국국가전망(電網)과 공동연구를 진행 중이며, 지난 10월에는 러시아 로세티와 공동연구를 착수했다.
한국가스공사[036460]는 러시아 노바텍[285490]과 액화천연가스(LNG) 관련 양해각서(MOU)를 맺었고, 가스프롬과도 파이프라인천연가스(PNG) 공동연구 추진방안을 협의 중이다.
대북제재 등으로 과제 추진이 어려움에 부닥친 경우도 있다.
나진항 복합개발과 광역두만개발계획 등 소다자협력 과제는 국제 제재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박진규 북방위 지원단장(청와대 통상비서관)은 전날 사전브리핑에서 "점검 결과 여러 어려움이 있었다"며 "대(對) 러시아 제재, 대북제재 등 국제정세로 소다자협력이 아직 진전을 보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그간 나온 중점과제 이외에도 북방지역으로 환경산업과 농·수산업 수출 확대를 꾀할 계획이다.
당장의 목표는 2018년부터 2022년까지 환경산업 수출 규모를 1조원으로 끌어올리는 것이다.
국내 종량제·분리배출 정책과 시스템이 발달했고 상하수도·폐기물 인프라 기술이 우수한 만큼 이를 북방지역 국가에 전파하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러시아는 하루 폐기물 발생량이 세계 7위 수준이지만, 재활용률은 7%에 그쳐 폐기물 관련 협력이 가능하다.
몽골의 경우 국내 대기 질 관리·모니터링 시스템을 공유하고 환경개선 마스터플랜 수립을 지원할 수 있다.
농·수산업과 관련해서는 2022년까지 농기자재 수출 1억달러를 달성하고 식량 100만t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국내 농기업 진출 지역을 기존 연해주에서 중앙아시아와 흑해로 확대하고 우크라이나 미콜라이프항에 곡물 수출터미널을 확보할 계획이다.
북방위는 동아시아 철도공동체 추진 방향을 이날 회의 토론 안건으로 올리고 대학, 연구기관, 물류업계 전문가와 의견을 나눴다.
이 자리에서는 동아시아 철도공동체가 유럽연합(EU)의 전신인 유럽석탄철강공동체(ECSC)와 유사점이 있다는 지적과 함께 철도의 궁극적인 목표는 동아시아 경제공동체라는 의견도 나왔다.
또 동아시아 철도공동체의 추진을 위해 양자 협력은 물론 소다자협력, 지역 다자협력을 동시 추진해야 한다는 견해와 철도를 포함해 항만, 도로 등 교통물류 전반에 대해 협력을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북방위는 수시로 민간위원 간담회와 전문가 회의를 개최해 동아시아 철도공동체 추진 노력을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he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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