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내년 재정적자 GDP 2.8%에서 3.4%로 치솟을 전망…EU 상한 훌쩍 넘겨
'노란 조끼' 물결에 정책 대폭 수정…고질적 재정적자 문제 다시 '적신호'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강력한 '노란 조끼' 시위에 세금 인상 계획을 줄줄이 철회하면서 프랑스의 고질적인 재정적자 문제에 또다시 적신호가 켜졌다.
내년 프랑스의 재정적자 규모는 유럽연합의 권고 상한선인 국내총생산(GDP)의 3% 선을 훌쩍 넘긴 3.4% 안팎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마크롱 대통령은 국내에서뿐 아니라 유럽연합(EU) 내에서도 신뢰도와 지도력에 심각한 타격이 예상된다.
11일(현지시간) 프랑스 정부에 따르면 노란 조끼 시위에 '당근'으로 마크롱 대통령이 전날 대국민 담화에서 제시한 유류세 인상 철회, 저소득 은퇴자 사회보장세 인상 백지화, 추가 근로 수당 비과세 조치만 합해도 연 100억 유로가량의 세수 감소가 예상된다.
내년 재정적자 규모는 당초 국내총생산(GDP)의 2.8%로 예상됐다가 대규모 노란 조끼 연속집회에 대해 여론 진정책들로 제시된 정책 후퇴로 3.4%까지 치솟을 것으로 프랑스 정부가 추산했다.
경제지 레제코는 "브뤼셀에서 건전예산의 수호자로서 마크롱의 긍정적 이미지가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됐다"고 평가했다.
마크롱은 취임 후 나랏빚을 통제해 건전재정의 기틀을 다듬고 이를 통해 EU의 경제통합 심화 논의에서 프랑스의 확고한 주도권을 점한다는 목표를 설정했었다.
그러나 프랑스 정부의 꾸준한 유류세 인상에 대한 반발에서 촉발된 대규모 '노란 조끼' 연속집회는 이런 마크롱의 구상에 심각한 타격을 입혔다.
마크롱이 '노란 조끼' 연속시위 국면에서 지난 한 달간 여론 진정책으로 내놓은 조치들을 합하면 연 150억 유로가량의 '마이너스 효과'가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EU가 금과옥조로 여기는 '재정적자 3% 이내' 룰을 지키지 못할 것이 확실시된다.
현행 유럽연합 재정규약은 유로존 경제의 안정적 운용을 위해 회원국의 재정적자 규모를 국내총생산(GDP)의 3% 아래로 제한하고 있다.
프랑스는 그러나 고질적인 재정적자와 국가채무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2017년까지 이 제한을 항상 지키지 못하다가 마크롱의 집권 후인 작년 10여년 만에 처음으로 재정적자를 3% 아래로 묶는 데 성공했다.
프랑스의 재정적자는 2017년 말 예상보다 높은 경제성장률과 재정지출 축소 조치에 따라 2.6%를 기록했다.
아울러 이번 조치들로 인해 프랑스의 누적국가부채가 사상 처음으로 GDP의 100%를 넘길 것이라는 암울한 관측도 나온다. EU의 권고 상한선은 GDP의 60%다.
이렇게 되면 프랑스의 EU 내에서의 입지는 크게 제약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마크롱은 그동안 EU에서 회원국들이 EU 전체의 건전성을 위해 재정적자 룰을 준수해야 한다고 촉구해왔다.
이탈리아의 내년 예산안을 놓고 EU 지도부와 이탈리아의 포퓰리즘 정부가 갈등을 빚는 것도 바로 과도한 재정지출 계획 때문이다.
이탈리아는 재정적자를 전임 정부가 약속한 것보다 3배 많은 국내총생산(GDP)의 2.4%로 설정한 내년 예산안을 제출, EU의 제재를 받을 처지에 놓여 있다.
특히 EU는 GDP의 130%가 넘는 막대한 공공부채를 안은 이탈리아가 재정적자를 확대하는 정책을 펼칠 경우 그리스식 채무 위기가 불거져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전체를 불안에 빠뜨릴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하다.
이런 상황에서 프랑스마저 재정적자 폭이 많이 늘어나게 되면 EU의 이탈리아에 대한 제재 노력의 '약발'이 희석될 가능성이 크다.
또한 EU 회원국들에 재정적자 규율 준수를 압박해온 독일, 네덜란드, 북유럽 국가들의 마크롱에 대한 신뢰와 지지 역시 크게 약화할 가능성이 있다.
이와 관련,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11일 프랑스의 새 재정지출계획을 면밀히 주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자산운용사 바렌베르크의 애널리스트 칼룸 피커링은 "마크롱이 유럽의 기대주에서 타락 천사로 순식간에 추락해버렸다"고 촌평했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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