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무용계 결산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올해 클래식 음악계는 유독 스타 음악가들과 명문 악단들의 줄내한이 두드러졌다.
국내 대표 공연장인 예술의전당과 세종문화회관도 각각 개관 30주년과 40주년을 맞아 1년 내내 기념 공연을 선보이며 '공연 차림새'에 풍성함을 더했다.
국내 오케스트라의 유일한 현대음악 시리즈로 꼽힌 '아르스 노바'가 막을 내리는 등 다양성·신선함이 부족했던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무용계는 스타 무용수와 단체를 앞세워 기존 애호가뿐 아니라 대중까지 끌어모으는 시도를 했다.
◇ 이목 쏠린 키신·지메르만 내한…장르 다양성은 부족
세계 클래식 팬들이 열광하는 스타 피아니스트의 잇단 내한이 큰 이슈가 됐다.
신동에서 거장으로 자리매김한 예브게니 키신과 15년 만에 한국을 찾은 크리스티안 지메르만이 대표적이다.
키신 리사이틀은 올해도 공연 넉 달 전 전석 매진, 1시간 25분간 이어진 커튼콜과 8곡 앙코르 연주 등으로 여러 화제를 낳았다. 지메르만 역시 특유의 정교하고 섬세한 연주로 호평을 끌어냈다.
2015년 쇼팽 콩쿠르 우승 이후 한국 클래식 이정표를 새로 써나가는 조성진의 인기도 여전했다.
그의 공연은 서울 등 전국 4개 도시에서 열린 독주회부터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와의 듀오, 협연 무대에 이르기까지 모두 몇 분 내 매진을 기록했다.
사이먼 래틀이 이끈 런던 심포니, 마리스 얀손스를 대신해 주빈 메타가 지휘봉을 잡은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 발레리 게르기예프 지휘의 뮌헨 필하모닉, 에사 페카 살로넨이 이끈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 등 세계적 명문 악단과 거장 지휘자 내한도 이어졌다.
외견상으로는 풍요로웠지만, 스타를 앞세운 안정적인 기획이 주를 이뤘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서울시향이 현대음악 저변 확대와 레퍼토리 확대 등을 목표로 12년간 이끈 현대음악 시리즈 '아르스 노바'는 청중 부족, 프로그램을 이끌 적임자 부재 등을 이유로 문을 닫기도 했다.
◇ 솔리스트 중심 문화 탈피…해외 악장 탄생 잇따라
해외 명문 교향악단의 높은 벽을 넘어선 한국 젊은 음악가들의 활약상도 돋보였다.
바이올리니스트 박지윤이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이지윤이 독일 명문악단 베를린 슈타츠카펠레의 종신 악장으로 각각 임명됐다.
김수연도 독일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 오케스트라에서 악장으로 활동 중이며, 김소진은 뮌헨 방송 오케스트라 부악장으로 선임됐다.
한국 음악가들의 글로벌 경쟁력을 보여주는 낭보일 뿐 아니라 솔리스트·콩쿠르 입상에만 환호하던 문화가 변화하는 신호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평창대관령음악제 예술감독으로 데뷔한 손열음은 아예 해외 교향악단 소속 젊은 한국인 연주자들을 주축으로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를 꾸리기도 했다.
독일 뒤셀도르프 심포니 첼로 수석 김두민, 독일 쾰른 귀르체니히 오케스트라 솔로 플루트 조성현,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클라리넷 수석 조인혁, 일본 도쿄 필하모닉 클라리넷 수석 조성호, 핀란드 방송교향악단의 제2수석 함경 등이 멤버였다.
연주자들뿐 아니라 기획사들도 연대와 협업 모델을 모색하는 모습을 보였다.
크레디아 등 국내 대표 기획·매니지먼트사 7곳은 소속 스타 연주자 10팀을 한 자리에 모으는 '스타즈 온 스테이지'를 성사시켜 화제를 낳았다.
피아니스트 임동혁·김선욱·선우예권, 바이올리니스트 김수연·김봄소리, 첼리스트 문태국·이상 엔더스, 소프라노 황수미, 실내악단 노부스 콰르텟·클럽M 등이 한자리에 모여 릴레이식 실내악 무대를 열었다.
◇ 스타 마케팅 활발했던 무용계
무용계는 스타와 단체 유명세를 활용한 마케팅을 활발히 펼쳤다.
러시아 마린스키 발레단 수석무용수 김기민, 볼쇼이발레단 수석무용수와 이탈리아 라 스칼라 발레단의 에투알을 동시에 맡는 월드 발레 스타 스베틀라나 자하로바, 23년 만에 합동 내한 공연을 펼친 볼쇼이 오케스트라-발레단, 16년 만에 한국을 찾은 '현대무용 최전선' 네덜란드 댄스시어터1(NDT1) 등이 이목을 끌었다.
다만 눈에 띄는 신작이 부족했다.
많은 스타를 객원으로 초청하며 화제 몰이에 성공한 유니버설발레단(UBC)은 신작을 아예 선보이지 못했다. 국립발레단은 올해 유일한 대형 창작 발레인 '마타하리'를 선보이며 의미 있는 도전에 나섰지만 장황한 전개를 다듬어야 한다는 지적도 받았다.
올해 국악계는 큰 별을 잃었다.
'가야금 명인' 황병기가 지난 1월 31일 향년 82세로 타계했다.
고인은 창작 가야금 음악의 창시자이자 독보적 존재로 현대 국악 영역을 넓힌 거장으로 꼽힌다.
sj997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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