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협상 진전되나…화웨이사태 교통정리·中 수입확대 이행중

입력 2018-12-12 10:05   수정 2018-12-12 13:04

미중협상 진전되나…화웨이사태 교통정리·中 수입확대 이행중
中 車관세 인하에 콩·석유 수입재개…美 멍완저우 사건 '투트랙' 대응
기술이전 강요·사이버절도 등 '기술도둑질' 협상은 여전히 난제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미국과 중국의 무역협상이 갖은 악재를 딛고 다시 속도를 내고 있다.
양국 정상이 합의한 협상의제의 윤곽이 점점 선명해지는 데다가 폭발력 있는 변수로 거론되던 멍완저우(孟晩舟) 화웨이 부회장의 체포를 둘러싼 논란도 급한 불은 껐다.
스티브 므누신 미국 재무부 장관과 류허(劉鶴) 중국 부총리를 비롯한 미국과 중국의 고위관리들은 지난 11일 전화통화로 협상계획을 조율했다.
중국 상무부는 "양국 정상회담의 공통인식 실천과 다음 무역협상 추진을 위한 일정표와 로드맵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주목할 부분은 협상 실무진들의 접촉을 통해 내년 3월 1일을 시한으로 진행될 줄다리기의 불확실성이 크게 줄었다는 점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1일 정상회담에서 무역 불균형 해소와 협상의제에 대한 합의를 이뤘다고 밝혔다.
그러나 합의 발표가 따로 이뤄진 가운데 미국의 발표가 중국보다 훨씬 구체적인 까닭에 합의 자체를 두고 의문이 일기도 했다.

당시 백악관은 중국이 상당한 양의 농산물, 에너지, 공산품을 미국으로부터 사들이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중국 시장에 진입하는 기업에 대한 기술이전 강요 ▲지식재산권 보호 ▲사이버 침투와 절도 등 '구조적 변화'에 대한 협상의제가 합의됐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중에 트위터를 통해 중국이 미국 자동차에 대한 고율관세를 인하하기로 합의했다고 별도로 밝히기도 했다.
이에 반해 중국 측에서는 합의 내용, 특히 협상의제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나오지 않았다.
그나마 가장 구체적으로 입을 연 왕이(王毅) 외교부장은 "필요에 따라 수입량을 늘릴 의사가 있다"고만 밝혔다.
나아가 합의된 협상의제와 관련해서도 "미국 측의 합리적 우려를 점진적으로 해소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만 설명했다.
그러나 고위관리 전화통화 전후에 백악관의 발표를 뒷받침하는 중국의 움직임들이 속속 나타나면서 이런 의문은 걷혀가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류 부총리가 므누신 장관,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와의 전화통화에서 미국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를 기존 40%에서 15%로 낮추겠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무역 불균형과 관련한 중국의 '공동인식 실천'은 공산품을 넘어 백악관의 합의 발표문에 명시된 또 다른 항목인 에너지, 농산물에서 목격된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중국은 무역협상 시한 전에 중국석유화공그룹(시노펙)의 계열사 유니펙을 통해 미국 석유를 수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중국이 미국산 대두(메주콩)와 액화천연가스(LNG)의 수입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로이터 통신은 12일 소식통을 인용해 백악관이 중국과의 협상에서 좋은 결과를 기대하며 고율관세로 인해 피해를 본 농민들에게 주기로 했던 보조금 지급을 연기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로이터 통신 인터뷰에서 대두 수입, 자동차 관세 인하 사실을 직접 확인했다.
이런 상황에서 무역 불균형보다 훨씬 껄끄러운 문제인 불공정 관행에 대한 '구조적 변화'도 점점 의제로 부각되고 있다.
WSJ는 전날 양국 고위관리들의 전화통화와 관련, 중국이 첨단분야 육성정책인 '중국제조 2025' 계획에 대한 변경까지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제조 2025는 '중화민족의 부흥'이라는 시진핑 주석의 국가비전을 뒷받침하는 정책으로 아예 협상테이블에 오르지도 못할 사안으로 그간 평가돼왔다.
중국에서는 아직 중국제조 2025에 변화를 주는 방안과 관련한 언급이 없다.
아직 갈 길이 멀고 지켜볼 부분이 많다는 진단이 우세하나 이 정책과 관련해 미국이 지적하는 관행에 대한 중국의 태도 변화가 일부 목격되기 시작했다.
일단 중국은 내년 초 확정을 목표로 지식재산권 보호를 강화하는 절차에 들어갔다.
지식재산권 보호는 미국기업에 대한 기술이전 강요, 사이버 절도와 함께 미국이 강력히 촉구하는 이른바 '기술 도둑질' 현안으로, 백악관이 밝혔으나 중국은 언급하지 않았던 협상의제이기도 하다.


미중 긴장을 완화하는 이 같은 신호 속에 갈등의 급속한 악화로 협상판을 뒤엎을 수 있는 대형변수도 사실상 교통정리가 됐다.
캐나다 법원은 이날 화웨이 창업자의 딸이자 최고재무책임자(CFO)인 멍완저우 부회장에 대해 캐나다 밴쿠버 체류, 보석금 지급, 전자발찌 감시 등을 조건으로 석방하기로 결정했다.
멍 부회장은 대이란제재를 위반할 목적으로 국제결제망에 접근할 수 있는 은행들을 속인 사기 혐의로 체포된 상태였다.
중국 당국과 화웨이의 강력한 반발과 함께 중국에서는 거대한 반미감정과 미국 제품 불매운동이 촉발됐다.
그러나 중국은 전날 미국 측과의 전화통화에서 멍 부회장 체포사건과 무역협상을 분리해 접근하는 태도를 보였다.
미국 역시 무역협상과 화웨이 사건은 다른 트랙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지난 9일 미국 폭스방송 인터뷰에서 멍 부회장의 사건은 법 집행의 문제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와 법무부의 소관이라고 밝혔다.
커들로 위원장은 "'무역 차선'과 '법 집행 차선'이 있는데, 서로 다른 차선이며 경로가 다르다"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로이터 인터뷰에서 멍 부회장에 대한 미국 법무부 수사에 자신이 개입할 수도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꺼내며 중국에 유화적 제스처를 보냈다.

jangj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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