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위 "고층건물 못 짓는다" vs 철도시설공단 "협약 따라 추진"
(부산=연합뉴스) 조정호 기자 = 동해남부선 옛 해운대역사와 정거장 부지는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주 진입로와 연결된 노른자위 땅이다.
지역주민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해운대역사에 고층건물을 비롯해 상업개발은 안 된다'고 반대하고 나섰다.
해운대구와 정치권까지 가세해 주민 편에 서서 상업개발 반대 주장에 힘을 보태고 있다.
반면 땅 소유자인 한국철도시설공단은 부산시에 제공하고 남은 옛 해운대 정거장 부지를 협약에 따라 개발하는 것으로, 전체 부지에서 3분의 1 이상을 녹지·광장 등으로 조성하겠다는 입장이다.
◇ "80년간 희생했는데…" 주민 비대위 구성, 상업개발 반대
지난달 발족한 옛 해운대역사·정거장 부지 공원화 추진 비상대책위원회에는 해운대구 18개 동 주민자치위원장과 각급 자생단체장 등 60여 명이 참여하고 있다.
이번 비대위 구성은 한국철도시설공단이 해당 용지에 고층건물을 비롯해 상업개발을 추진하기 위한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했다는 소식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비대위는 11월 24일 옛 해운대역사 광장에서 '옛 해운대역사 일원 공원화 촉구 결의대회'를 열어 상업개발을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참여자 모두가 거리시위까지 벌였다.
이날 행사에는 홍순헌 해운대구청장, 이명원 해운대구의회 의장, 하태경 바른미래당 국회의원, 석동현 자유한국당 전 해운대갑 당협위원장, 시의원, 구의원, 주민 등 1천여 명(주최 측 추산)이 참석했다.
비대위는 "지난 80년간 철도 운행으로 소음, 진동, 분진 등에 시달려 왔고 폐선이 되면 이 일대가 주민 휴식공간이 될 것이란 희망으로 버텨왔다"며 "국토부는 철도시설공단에 위임한 옛 해운대역 정거장 일원 국유지에 대한 관리권을 회수하고 철도시설공단은 특수목적법인 설립을 취소하라"고 요구했다.
해운대구의회는 '옛 해운대역·정거장 부지 상업개발 반대 결의안'을 의원 만장일치로 채택하기도 했다.
◇ "일부는 공원으로 꾸미는데…" 난감한 철도시설공단
한국철도시설공단은 옛 해운대 정거장 부지 개발사업은 공단이 부산시에 제공하고 남은 옛 해운대 정거장 부지를 협약에 따라 개발하는 것이라며 당혹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공단은 부산시와 해운대구 등과 협의를 거쳐 전체 대상 부지 2만5천391㎡ 중 36%에 해당하는 9천120㎡를 녹지·광장 등으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한국철도시설공단 관계자는 "동해남부선 폐선부지에서 추진되는 부산시 그린 레일웨이 사업과 연속성을 확보해 부산 시민에게 소통과 화합 공간을 제공할 예정"이라며 "해당 부지 전체를 상업시설로 개발하거나 70∼80층 규모 초고층 주거시설로 계획하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 "부산시의 성급한 약속"…공단과의 폐선부지 이면협약 논란
부산시와 철도시설공단은 2013년 11월 동해남부선 복선 전철화 사업으로 폐선되는 올림픽교차로∼해운대∼송정∼동부산 관광단지 9.8㎞ 구간과 고가하부 철도부지(부전역∼우동역 11.2㎞) 활용방안을 두고 협약을 체결했다.
전체 폐선부지 중 22.5㎞ 구간을 공원화하고 옛 해운대역 0.6㎞, 미포∼옛 송정역 4.8㎞에는 관광진흥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협약에 따라 시는 폐선부지를 활용해 자전거 길과 산책로, 전망대, 녹지 등을 설치하는 '그린 레일웨이 조성사업'을 단계적으로 펼치고 있다.
그린 레일웨이는 올림픽교차로∼부산기계공고 1.6㎞, 부산기계공고∼동부산 관광단지 3.4㎞ 구간에서 각각 2016년 12월과 2017년 2월에 준공됐고 나머지 구간은 현재 공사 중이다.
문제는 공단이 관광사업개발을 추진할 때 시가 협조하는 내용이 포함돼 논란이 제기됐다.
임순연 우1동 주민자치위원장은 "주민은 한국철도시설공단이 정거장터에 상업시설을 포함한 개발사업을 추진할 때 시가 인허가 등 절차에 협조하고 철도시설공단 개발사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기로 약정했다는 사실을 몰랐다"며 "정거장 부지 개발에 이해당사자인 주민을 무시하고 우롱하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철도시설공단은 19일 오전 10시 30분 해운대구청에서 옛 해운대역사 정거장 부지 개발과 관련해 주민 설명회를 연다.
공단은 이날 정거장 부지 개발 경위, 계획 등을 설명하고 주민 여론을 청취할 예정이지만, 가마솥처럼 끓어오른 주민 반발을 잠재울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c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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