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야당 총재로 주 의회 선거서 이변 연출
'정치명문가 도련님' 이미지 탈피 평가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인도 최고 정치 명문가인 '네루-간디 가문' 출신 라훌 간디가 인도국민회의(INC) 총재 취임 1년 만에 야권을 대표하는 거물급 정치 지도자로 급부상했다.
'존재감 없는 정치 명문가 도련님' 이미지를 벗고 내년 총선에서 나렌드라 모디 총리를 꺾을 유일한 대안으로 거론되는 분위기다.
지난 7일 열린 주 의회 선거에서 집권 인도국민당(BJP)에 충격적인 패배를 안기면서다.
12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연방의회 제1야당인 INC는 지난 11일 진행된 주 의회 선거 개표에서 BJP의 '텃밭' 마디아프라데시 등 3개 주에서 압승했다.
2014년 총선 때 이들 3곳 주에서 연방의회 총 65석 가운데 62석을 싹쓸이했던 BJP는 3곳 모두에서 '2등 정당'으로 전락했다.
덩달아 내년 총선 판세도 요동치는 분위기다.
그간 총선은 모디 총리의 낙승으로 끝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으나 이번 선거를 계기로 알 수 없는 싸움이 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변이 연출되자 세간의 관심은 간디 총재에 쏠렸다.
그는 11일 이들 3곳 주 의회 승리가 사실상 확정되자 "이제는 바꿔야 할 때"라고 자신 있게 선언했다.
이어 "모디는 나에게 하지 말아야 할 게 무엇인지 잘 알려줬다"며 '정적' 모디 총리를 향한 날 선 공격도 잊지 않았다.
타임스오브인디아는 "간디는 이번 선거 승리로 내년 총선에서 모디와 예상보다 더 치열한 접전을 펼칠 발판을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이 신문은 INC는 총재 취임 1주년을 맞은 간디에게 가장 큰 선물을 줬다고 덧붙였다.
간디 총재는 2014년 총선에서 INC 총리 후보로 나서서 모디 총리에 완패했다.
연방하원 543석 가운데 역대 최저인 44석을 얻는 수모를 당하자 "네루-간디 가문에서 INC 정당원의 존경을 받지 못하는 첫 번째 인물"이라는 혹평까지 쏟아졌다.
이어 지난해 12월 INC 총재에 취임했지만 변변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
19년간 INC 총재를 지낸 모친 소냐 간디의 영향력이 여전한 데다 모디 총리보다 인기와 카리스마가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INC는 지난 5월 남부 카르나타카 주 의회 선거에서 BJP에 완패했다.
하지만 간디 총재는 방산 비리, 농촌 저소득 문제, 일자리 창출 실패 등 BJP의 약점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며 입지를 넓혔다.
최근에는 BJP의 지지기반인 힌두교도 표를 끌어오기 위해 전국 주요 힌두 사원을 차례로 방문하기도 했다.
19세기 설립된 인도 최대 사회단체이자 독립운동 단체 INC는 1947년 해방 후 정당으로 변신, 지난 70여년간 인도 정치를 좌우했다.
특히 INC를 이끈 '네루-간디 가문'의 역사는 곧 인도 현대 정치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와할랄 네루가 초대 총리를 역임했고 그의 딸 인디라 간디, 인디라의 아들 라지브 간디 등 총리 세 명이 이 가문에서 나왔다. 2004년 총선에서도 라지브 간디의 부인 소냐 간디가 이끄는 INC 주도의 정당 연합인 통일진보연합(UPA)이 승리했다.
간디 총재가 내년 총선에서 '가문의 영광'을 재현하려면 여러 과제를 먼저 해결해야한다고 현지 전문가들은 전했다.
우선 INC는 이번 선거에서 동부 미조람 주에서 재집권에 실패하는 등 여전히 전국적 지지기반은 약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반면 힌두민족주의 성향이 강한 BJP는 전국에 걸쳐 힌두교도의 지지세를 등에 업고 있다.
간디 총재의 인기가 경제 개혁으로 큰 성과를 거둔 모디 총리보다 아직 떨어진다는 점도 숙제다.
대를 이은 '가문 정치'에 염증을 느끼는 인도 국민이 많다는 점도 부담이다.
이에 현지 언론은 간디 총재가 이번 선거 승리를 계기로 지역 정당 등 야권연대 세력을 본격적으로 규합해 나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힌두비즈니스라인은 간디 총재가 야권과 함께 모디 정부 하에서 소외된 저소득 농민·근로자 계층을 공략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간디 총재의 성은 인디라가 페로제 간디와 결혼하면서 바뀐 것으로 인도 독립의 아버지 마하트마 간디와는 무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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