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언주 의원, "문재인 정부 화이트리스트" 주장
김미화 "동해북부선 철도 연결 '침목 놓기 운동' 봉사활동일 뿐"
추진위 "자발적 시민 모금 운동…정부 지원금조차 받은 적 없어"
(서울=연합뉴스) 김수진 기자 = 바른미래당 이언주 의원이 문재인 정부에 '화이트리스트'가 있다면서 방송인 김미화 씨를 지명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 의원은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죽어라 박근혜 정부를 비난하면서 당시 블랙리스트, 화이트리스트를 문제 삼아 수많은 사람을 감옥에 보냈던 문재인 정부에서 과연 블랙리스트, 화이트리스트가 없어졌습니까?"라면서 '김제동 연봉 7억ㆍ김미화 남북철도추진위원장'을 현 정부의 대표적인 화이트리스트 사례로 들었다.
화이트리스트는 정부가 '입맛'에 맞는 개인이나 단체를 골라 작성한 명단을 지칭하는 용어로, 이 의원의 말만 놓고 보면 김씨가 정부의 수혜를 입어 남북철도 사업을 추진하는 요직을 맡은 것처럼 해석될 여지가 있다.
실제로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개그맨 출신 김 씨가 철도 전문가냐' '전문성 없는 낙하산 인사'라며 현 정부를 비판하는 글이 여럿 게시됐다.
그러나 연합뉴스 확인 결과 김 씨가 위원장을 맡고 있다는 남북철도추진위원회라는 기구나 단체는 없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12일 "남북철도추진위원회라는 기구는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 씨가 철도와 관련돼 맡고 있는 직책은 '동해북부선 연결 추진위원장'으로, 이 추진위는 정부와 무관한 민간단체다. 올해 초 통일운동 시민단체 '희망래(來)일'이 주도해 출범했다. 희망래일은 남북철도 연결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높이려는 취지로 2010년 설립된 뒤 다양한 문화·교육 사업을 하고 있다.
동해북부선 연결 추진위도 이러한 사업의 일환이다.
현재 연결이 끊긴 강릉∼제진 구간 철길 약 110㎞를 이으면 부산∼강릉, 북한 금강산∼러시아 하산, 러시아 시베리아 횡단 선로를 지나 유럽 런던까지 갈 수 있다며 남북간 철도 협력을 주장해온 희망래일은 이중 강릉∼제진 구간 철도를 잇는데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는 비용 2조원의 1%를 시민 참여로 마련하자는 취지에서 추진위를 발족시켰다. 발족 당시 전 한국철도공사 사장인 이철 희망래일 이사장과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김미화 씨가 위원장으로 위촉됐다.
희망래일 이사인 황광석 추진위 부위원장은 "일반 시민이 많이 참여해야 하는 사업인 만큼 대중적 인지도가 높고, 저희 취지를 잘 대변해줄 수 있는 분에게 부탁한 것"이라면서 "김미화 씨가 흔쾌히 받아줬다"고 말했다.
그는 "시민사회 차원에서 사회 이슈 공감대를 넓혀나가려는 것이지 정부와는 전혀 관계가 없으며, 지원받는 것도 없다"고 강조했다.
김미화 씨도 이날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이언주 의원은 가짜뉴스 퍼트리지 말고 사과하라"면서 "남북철도위원장을 맡은 적이 없으며 희망래일이라는 민간단체와 동해북부선 철도 연결 '침목놓기 운동'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추진위는 현재 일반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1억8천만원 상당을 모았으며, 릴레이 모금 운동을 전국으로 확산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최근에는 재일 교포 단체로부터 2천만원을 기증받았다.
황 부위원장은 "대륙을 향한 미래 비전을 세우려면 남북을 연결해야 하는데 철도가 바로 그 상징이다. 대형 사업인 만큼 결국 정부가 정책으로 실현해야겠지만, 국민들이 직접 열망을 담아 남북 교류와 평화 번영을 촉구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추진위 사업에 관심을 가져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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