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학력자 수백만 명, 농촌 바꾸고 도시생활 압박 벗으려 귀향"
(서울=연합뉴스) 정재용 기자 = 2013년 초까지만 해도 상하이(上海)시 인근 황푸(黃浦)강 지류에는 숨진 돼지들이 오염된 강물을 따라 떠다니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이것이 살충제와 화학비료, 산업 폐기물 등에 오염된 중국 농촌의 전형적인 모습이었다.
톈진(天津)과학기술대에서 고분자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정리싱 씨는 "만일 당신이 그곳에 있었다면 며칠간 아무것도 먹을 수 없었을 것이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중국 북서부 산시(陝西)성 출신인 정 씨는 그로부터 3년 뒤인 2016년 자신의 주머닛돈과 투자자들로부터 모은 돈 200만 위안을 들고 후베이(湖北)성 리촨(利川)현으로 귀향했다.
정 씨는 산시성 출신 대학 졸업자 4명과 함께 리촨현에서 13㏊의 농지를 매입했다.
그들은 유기농으로 전환했을 때 생기는 이득을 농민들에게 알리고자 했다.
정 씨의 농장은 닭과 돼지의 배설물과 같은 유기질 비료만을 이용해 농사를 짓는다. 화학 비료와 농약은 일절 사용하지 않는다.
물론 작물 수확량이 적어 다른 농민들은 아직 그들의 방식을 따르지 않고 있다.
정 씨는 "우리는 올해 말까지 유기농 방식을 중단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자신들이 생산한 고품질의 농산물이 높은 가격에 팔리는 것을 보게 되면 이웃 농민들도 마음을 바꿀 수 있다고 기대했다.
중국에서 정 씨처럼 도시 생활을 포기하고 농촌으로 귀향하는 박사학위나 경영학 석사(MBA) 소지자들이 급증하고 있다.
베이징(北京)사범대에서 생태학 박사학위를 받은 마옌웨이 씨도 귀향했다.
그는 2015년 네이멍(內蒙古)자치구 아라산현에 11㏊ 규모의 농지를 취득했다.
마 씨는 건조한 지역인 이곳에서 수자원 보호 방식으로 농장을 경영하면서 주변 농민들을 계도하고 있다.
마 씨는 농작물과 나란히 파이프를 설치해 20㎝의 간격의 작은 구멍에서 나오는 소량의 물로 농작물을 키우고 있다.
이 방법은 기존의 농사법에 비교해 절반의 물로 농사를 지을 수 있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2일 중국에서 수백만 명의 고학력자들이 농촌을 변화시키기 위해, 혹은 도시 생활의 압박에서 벗어나기 위해 농촌으로 귀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농촌 현대화를 중요한 국정 목표로 설정하고 있는 중국 지도부도 고학력 지식인의 귀향을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3월 재능있는 대학 졸업자들과 외국에서 돌아온 인재들이 농촌으로 이주해 농촌을 활성화하고 혁신을 촉진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주문한 바 있다.
중국 정부는 농촌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농업 경영에 대한 세금 감면, 자금 지원 등 다각적인 지원 조처를 하고 있다.
중국 농업부는 작년 도시에서 귀농한 인구가 700만명에 달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jj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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