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막히는 제주교통 문제' 도의회 제동에 골든타임 놓치나

입력 2018-12-13 09:00   수정 2018-12-13 14:23

'숨 막히는 제주교통 문제' 도의회 제동에 골든타임 놓치나
차고지증명제·교통유발부담금 도입 10∼20년 넘게 지지부진

(제주=연합뉴스) 변지철 기자 = 날로 심각해져 가는 제주의 교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들이 제주도의회의 문턱을 넘지 못한 채 짧게는 10년 길게는 20년 넘게 표류하고 있다.


폭증하는 자동차로 인해 시내 주요 구간에서 상습 차량정체 현상이 빚어지고, 주차할 공간이 없어 밤마다 골목길에서 주차 전쟁이 벌어지는데도 도의회의 반대에 막혀 주요 현안들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주요 교통대책들이 하세월로 미뤄지면서 문제해결의 골든타임을 놓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제주의 교통난은 하루 이틀 된 문제가 아니다.
제주특별자치도가 출범하기 직전 제주시의회는 2005년 12월 21일 제주국제자유도시특별법의 자동차관리법 적용 특례를 근거로 차고지증명제 시행조례안(현재 제주특별자치도 차고지증명 및 관리 조례)을 원안 통과시켰다.
제주가 전국 최초로 도입한 차고지증명제는 새로 자동차 등록을 하거나 변경·이전 등록을 할 경우 반드시 차고를 확보하도록 하고 있다.
배기량에 따라 대형차는 2007년 2월 1일, 중형차는 2009년 1월 1일, 소형차는 2010년 1월 1일부터 각각 단계별로 차고지증명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 제도는 제대로 이행되지 못했다.
대형차에 대한 차고지증명제는 계획대로 2007년 2월부터 제주시 19개 동(洞) 지역에 한해 시행됐지만, 중·소형차로의 확대 시행은 줄줄이 연기됐다.
제주도의회는 2008년 12월과 2011년 12월 시민 공감대 형성과 기반시설 확충을 위한 여유 기간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확대 시행 직전에 두차례 조례를 개정해 시행 시기를 늦췄다.
결국 제도 도입 후 햇수로 12년 만인 2017년에야 비로소 대형차에만 시행되던 차고지증명제가 제주시 동지역에서 중형차 이상으로 확대 시행됐다.
그 사이 제주도내 자동차는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났다.

2005년부터 2018년 7월까지 도내 등록된 자동차 대수는 21만3천310대에서 53만2천838대로 2.5배(149.8%) 가까이로 증가했다. 제주대 산학협력단이 분석한 도내 운행 가능한 적정 차량 대수 39만6천대를 훨씬 뛰어넘는다.
관광객 증가로 인한 렌터카 등록 대수(업체)도 2012년 1만5천605대(69개)에서 2018년 현재 3만2천450대(123개)로 2배 이상으로 늘었다.
제주는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1인당 자동차 보유대수(0.555대) 1위, 가구당 자동차 보유대수(1.346대) 1위를 기록하고 있다.
폭증하는 자동차로 인해 시내 주요 구간에서 상습 차량정체 현상이 빚어지고, 자동차 매연 탓에 전국 지자체 중 도로부문 온실가스 증가량이 가장 높다는 분석(2013∼2014 교통안전공단 도로부문 지자체 온실가스 배출량 조사 결과)도 나왔다.
제주시 간선·지선도로와 이면도로는 주차할 공간이 없어 매일 주차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도는 자동차 증가 추세에 제동을 걸기 위해 2017년 8월 23일부터 대중교통 우선 차로제를 시행해 제주의 대중교통체계를 전면 개편하고, 2019년 1월 1일부터 도 전역, 전 차종으로 차고지증명제를 확대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교통혼잡을 유발하는 일정 규모 이상의 시설물에 대해 원인자 부담 원칙에 따라 부담금을 부과하는 교통유발부담금 제도를 도입하는 카드를 꺼냈다. 교통유발부담금 제도는 1990년부터 인구 10만명 이상 되는 전국 53개 도시 중 52개 도시에서 시행하고 있지만, 제주에서는 28년째 논란을 거듭하며 시행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도의 차고지증명제 확대방안과 교통유발부담금은 올해 역시 도의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는 지난 7월 차고지증명제 확대실시 내용을 담은 '차고지증명 및 관리 조례 전부개정조례안'을 부결한 데 이어 11월 교통유발부담금 도입 안을 넣은 '제주특별자치도 도시교통정비 촉진에 관한 조례 전부개정조례안'을 심사 보류했다.
도의원들은 한결같이 제도의 도입 취지에 공감한다면서도 여전히 시기상조임을 지적하며 주민들의 반발을 우려했다.
차고지증명제가 확대 실시되면 자동차를 가지고 생업에 종사하는 서민들이 큰 부담을 갖게 될 뿐만 아니라 교통유발부담금이 도입되면 건물주에게 부과하는 세금이 임차인 또는 세입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논리를 폈다.

교통 환경이 날로 심각해져 가는데도 마땅한 대안을 내놓지 않은 채 10년 넘게 같은 주장만 되풀이하는 도의회에 시민사회단체의 쓴소리가 이어졌다.
도내 10여 개 단체로 구성된 제주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논평을 통해 "거꾸로 타는 보일러처럼 자꾸 도의회가 거꾸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다"며 "제주의 교통문제는 단순히 교통체증, 주차난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교통사고로 인한 물리적 피해, 배기가스 배출로 인한 오염문제로 이어져 도민들만 고통을 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소상공인과 임차인 피해를 걱정하는 듯하지만 뒤로는 교통문제를 유발하며 수익을 창출하는 대기업과 대규모 사업자의 눈치를 보며 그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이라며 "대책 없는 딴지로 교통문제를 관망할 것이 아니라 제주도와 협력해 소상공인과 임차인에 대한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마련해 즉각 제도 시행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안우진 제주도 교통정책과 과장은 "제도를 시행하면서도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문제점을 충분히 고쳐나갈 수 있다. 이들 제도가 시행하고 나서 효과를 보기까지는 20년 안팎의 긴 시간이 필요한데도 아까운 시간만 계속 흘러가 버려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12월 남은 마지막 제주도의회 회기에 교통유발부담금 관련 조례안을 다시 제출해 내년에 반드시 시행하도록 하고, 차고지증명제 역시 내년 상반기에는 도의회를 통과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bjc@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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