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훈 변호사 "이학수·김백준 꼭 나와야"…내년 1월 2일 첫 공판
(서울=연합뉴스) 이보배 기자 = 이명박 전 대통령이 1심 전략을 바꿔 22명에 이르는 증인을 대거 신청한 가운데, 검찰과 이 전 대통령 측은 항소심 첫 공판준비절차부터 증인신청의 적절성을 두고 다퉜다.
서울고법 형사1부(김인겸 부장판사)는 12일 이 전 대통령 사건의 항소심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고 양측의 항소 이유 및 입증계획 등을 들었다.
이 전 대통령 측은 1심 전략을 수정해 항소심에선 사건 관련자 22명에 대한 증인 신청서를 냈다.
이에 맞서 검찰은 "1심에서 동의한 진술 증거에 대한 변호인 측 증인신청이 불가하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냈다.
형사소송규칙에 따르면 항소심에서는 1심에서 조사되지 않은 것에 대한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없고, 그 신청으로 인해 소송을 현저하게 지연시키지 않는 등의 경우에 증인신문을 할 수 있다.
검찰은 "변호인이 해당 조항을 완화해서 보는 것 같다"며 "최근에 소명이 엄격하지 않은 이상 (증인) 채택이 어렵다는 법원 판례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전 대통령 측은 "검찰의 극단적 주장은 도저히 수긍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이 전 대통령 측 변호인인 황적화(62·사법연수원 17기) 변호사는 "검찰의 의견은 1심부터 이 사건 공소사실을 적극적으로 부인해온 피고인이 항소심에서 1심의 유죄 증거가 된 진술 증거를 다투는 어떠한 입증 노력도 하면 안 된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1심에서 검찰 증거에 동의했더라도 결코 검찰의 입증 취지에 동의한 것은 아니다"라는 논리를 폈다.
황 변호사는 "증인신청은 원심 판단의 부당성을 다투는 한도 내에서 최소한의 입증을 하려는 것인데, 증인신문 없이 판결하자는 주장은 검찰이 제출한 서류증거만으로 재판하자는 것으로 공판중심주의에 반하고 실체적 진실 발견을 위한 노력을 포기하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 사건은 전직 대통령 사건으로 역사에 길이 남을 사건이며, 피고인은 1심부터 성실히 재판에 임하고 재판절차 진행에 최대한 협조해왔다"며 "합리적 범위 내에서 변호인의 신청을 받아달라"고 호소했다.
재판부는 "1심에서 증거 동의해서 증인신문이 열리지 않은 것은 애석한 일이지만, 가능한 범위에서 충실하게 심리하려고 한다"면서 "채택 여부는 재판부 결정 사항이니 쌍방이 더 다툼하지 말고 신청된 증인의 적절성 의견을 내는 정도로 해달라"고 말했다.
다만 이 전 대통령의 구속 만기일이 내년 4월 8일인 점 등에 미뤄 가능한 공판기일 횟수 등 현실적 요소를 고려해 변호인 측에 증인 신청서를 다시 한번 정리해서 제출해달라고 요청했다.
재판부는 오는 26일 한 차례 더 공판준비기일을 열어 증인 채택 여부를 결정한 다음 내년 1월 2일부터 본격적인 심리에 들어가기로 했다. 재판은 '주 2회'로 진행된다.
이 전 대통령 측 강훈(64·연수원 14기) 변호사는 재판이 끝난 뒤 취재진에게 "(신청한 증인을) 절반 정도로 줄여야 할 것 같다"며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등은 (증인에서) 뺄 수가 없는 분들"이라고 강조했다.
또 이 전 대통령의 항소심 재판 출석 문제에 대해서는 "1심도 (선고일의) 생중계 문제 때문에 그랬던(불출석했던) 것"이라며 "당연히 나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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