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업무부담 늘고 서술형 확대 따른 공정성 시비 필연적
교육청 대책은 '학기 전 3~5일 집중준비와 전문가 피드백' 그쳐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서울시교육청이 내년부터 중학교 주요과목 객관식 시험을 축소하기로 하면서 또 한 차례 논란이 예상된다.
특히 객관식 시험 축소의 부작용을 제대로 대비하지 않고 무리하게 밀어붙인다는 우려도 나온다.
서울시교육청은 12일 발표한 수업·평가혁신방안에서 내년부터 서울 모든 중학교가 국어·영어·수학·사회(역사와 도덕 포함)·과학(기술가정과 정보 포함) 등 5개 교과군 가운데 최소 1개를 택해 선다형(選多型) 시험 없이 논·서술형 시험과 수행평가로 학생을 평가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교육청 관계자는 "선다형 시험은 학생역량을 검증하기 충분하지 않다"면서 "마지막에 덧셈 뺄셈만 잘못해도 문제 자체를 틀리는 시험은 시대변화에 맞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교육계에서는 좋은 취지와 달리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걱정이 나온다.
교육청에 따르면 올해 일부 과목 객관식 시험 폐지를 먼저 시행해본 선도학교 21곳 가운데 7곳은 선도학교 재신청을 하지 않았다. 객관식 시험을 없애면서 교사의 평가업무부담이 많이 늘어난 탓이라고 교육청은 전했다.
객관식 시험이 없어지면 비중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서술형 시험'에는 항상 공정성 시비가 따라다닌다. 그러다 보니 상당수 학교가 정해진 답을 쓰기만 하면 되는 '단답식 서술형'을 출제한다.
서술형 시험은 또 교사마다 채점이 달라 학생들 불만을 사는 경우도 많다.
사전에 채점 기준이 수립되지만, 기준을 엄격히 따르면 서술형이 단답식과 다름없어지고 교사에게 재량을 주면 공정성 시비가 불거진다.
상황이 이러니 객관식 시험 폐지를 두고 학교현장에서는 논란이 많다. 특히 철저한 준비가 바탕이 돼야 제대로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서울시교육청이 내놓은 '부작용 대응책'은 원론적인 수준에 그쳤다.
우선 교육청은 수업·평가혁신방안 시행에 앞서 내년 2월 학교별로 3~5일간 '신학년 집중준비 기간'을 운영하겠다고 했다. 객관식 시험 폐지 외에도 변화가 많은데 일주일도 안 되는 기간 '집중준비'를 한다고 달라질 것 있겠느냐는 우려가 나온다.
교육청은 수석교사와 대학교수 등을 '서술형 문항·채점 기준 점검위원'으로 지정해 일선 교사들에게 피드백을 주겠다는 방안도 내놨다. 하지만 소수 점검위원이 380여개에 달하는 전체 중학교 시험문제를 어떻게 검토할지 자세한 설명을 하지는 않았다.
예산 9억9천만원을 들여 중고교 99곳에 교사들이 수업·평가방법을 분석하고 공유하는 공간인 '수업나눔카페'를 만들겠다는 방안도 비판받는다.
별도의 공간에 빔프로젝터 등을 설치해 교사들이 동영상으로 촬영한 서로의 수업 모습을 보며 노하우를 공유하게 한다는 구상인데 결국 회의실 하나 만들어주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외 ▲ 평가 기준 사전공개 및 이의신청기간 운영 ▲ 교과협의회와 학업성적관리위원회 책무성 강화 ▲ 학교별 학업성적관리지침 자체점검 ▲ 연 2회 학업성적관리 연수 시행 및 고사관리 전수점검 등이 교육청 대책인데 현재도 시행 중이거나 원론적인 수준에 그친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학부모님들 사이에 평가의 공정성에 대한 염려가 많은 것 같다"면서 "최근 숙명여고 (문제유출 의혹) 때처럼 일탈 사례에 대해서는 단호히 조처하되 과정 중심 평가나 논·서술형 평가를 확장하는 시대적 방향성은 잃지 않겠다"고 말했다.
jylee2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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