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구, 내일부터 사용금지·정밀안전진단 추진…"기둥 시공, 설계와 달라"
건물주 110여명 동의 얻는 데도 시간 걸릴듯…입주자 대책 호소
(서울=연합뉴스) 고현실 기자 = 붕괴 위험이 발견된 서울 삼성동 오피스텔에 출입제한 조치가 내려졌다. 관할구청인 강남구는 이후 건물주와 협의해 사후 조치를 위한 정밀안전진단을 벌일 계획이다.
당장 건물을 비워야 하는 기존 입주자들은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지만, 현재로서 뾰족한 대책은 없는 상황이다.
강남구는 12일 붕괴 위험이 드러난 삼성동 143-48 소재 대종빌딩을 제3종시설물로 지정하고 13일부터 출입을 제한한다고 밝혔다. 3종시설물로 지정·고시되면 구가 입주자의 시설물 사용을 제한하고, 퇴거 조치를 할 수 있다.
구는 우선 이날 자정(13일 0시)까지 입주자들에게 건물을 비우도록 했다. 이후 지하 1층부터 지상 4층까지 층별로 20개씩 지지대를 설치해 정밀안전진단을 시작할 예정이다.
업무시설로 쓰이는 대종빌딩은 지하 7층 지상 15층에 연면적 1만4천799㎡ 규모로 1991년 준공됐다. 시공은 남광토건이 맡았다.
건물 균열은 지난 8일 오전 11시께 2층 내부 인테리어 공사 중 발견됐다. 2층 원형 기둥이 부풀어 오르며 단면이 떨어지고, 굉음과 균열이 확산되자 대종빌딩 측은 11일 강남구청에 해당 사실을 접수했다. 긴급안전진단 결과 안전진단 최하 등급인 E등급으로 추정됐다.
준공 27년 만에 붕괴 위험에 노출된 원인으로는 부실시공 가능성이 거론된다.
강남구는 이날 현장 브리핑에서 "안전진단을 통해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면서도 "육안으로 봤을 때는 잘못 시공된 부분이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강남구에 따르면 우선 건물을 받치는 기둥이 설계도면과 달리 시공된 것으로 확인됐다. 도면에는 사각 형태였지만, 실제로는 원형으로 시공됐다. 그만큼 단면적이 15%가량 줄어서 힘을 제대로 받지 못한다는 게 현장 점검에 나선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하중을 버티지 못하다 보니 기둥 단면은 20% 이상 부서졌다.
강남구 관계자는 "당시 지어진 건물의 내력 자체가 80% 성능으로 지어졌는데 기둥을 까서 보니 철근 이음새나 시멘트 피복 상태 등이 부실했다"며 "이런 상태에서 점점 힘을 못받아 내력이 50% 아래로 내려앉았다"고 설명했다.
건물이 붕괴 위험에 노출되는 동안 안전관리는 건물주에 의존해야 했다.
이 건물은 15층 이하 소규모 시설물에 해당해 그간 법적 안전관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시설물의 안전 및 유지관리에 관한 특별법에 따르면 16층 이상 또는 연면적 3만㎡ 이상 건축물은 제1종이나 제2종시설물로 분류돼 정기안전점검과 정밀진단을 받아야 한다. 이밖에 행정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장이 지정한 3종시설물(제1종시설물 및 제2종시설물 외에 안전관리가 필요한 소규모 시설물)도 정기적인 안전진단을 받아야 한다.
안전진단 대상이 아니었던 대종빌딩은 올해 2월 자체 육안 안전점검 결과를 구에 제출했으며, 3월에는 구가 육안 점검을 벌였지만, 특이사항은 없었다고 강남구는 전했다.
강남구는 정밀안전진단에 2개월가량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정밀안전진단에는 건물주의 동의가 필요하지만, 대종빌딩의 경우 건물주가 110여명에 달해 동의 절차에만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입주자들의 불편도 길어질 전망이다. 대종빌딩에는 80여개사가 입주해 있으며, 이 중 10여개사가 아직 건물을 비우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입주해 있던 사무실과 기업들은 부랴부랴 짐을 싸야 했다.
1층에 있던 SH수협은행 삼성동지점은 전날부터 인근 테헤란로지점에 임시영업점을 운영하고 있다.
구는 이날 브리핑에 앞서 인근에서 주민설명회를 비공개로 열고, 붕괴 위험과 향후 대책을 설명했다.
입주민들은 설명회에서 갑작스러운 퇴거 조치에 강한 불만을 드러내고 최소 2개월 동안 건물을 쓸 수 없게 된 만큼 대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구 관계자는 "당장 사고가 날 수 있어 (주민들의 불편을) 감수한 조치"라며 "임차인 보상은 건물주와 조정할 문제"라고 말했다.
okk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