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건축물 안전관리 비상…서울 30년 이상 노후 건축물 40%
"겉만 봐선 위험요인 알 수 없어…민간건축물 안전확보 시급"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서울 강남의 15층짜리 오피스텔이 붕괴위험 진단을 받으면서 건물 안전에 대한 우려가 다시 커지고 있다.
앞서 올해 용산 상가 건물 붕괴, 상도동 유치원 건물 붕괴, 금천구 아파트 땅거짐 등의 사고에 이어 강남 한복판 대형 오피스텔 건물 붕괴위험 소식에 일하고, 생활하는 건물 어느 곳도 안심할 수 없다는 불안감이 퍼지고 있다.
특히나 오래된 건축물의 안전관리가 과연 제대로 이뤄지는지를 두고 의문 어린 시선이 많다.
서울연구원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서울의 40년 이상 노후 건축물은 16만 동으로 전체 건축물의 25%다. 30년 이상 노후 건축물은 25만3천705동으로 전체 63만9412동의 39.7%에 달한다.
11일 붕괴위험 진단을 받은 삼성동 대종빌딩은 1991년 지어졌다. 아직 30년도 안 된 건물이지만 서울시의 긴급점검 결과 안전진단 최하 등급인 E등급으로 추정되는 등 붕괴 발생 위험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하마터면 이러한 위험도 모른 채 그냥 넘어갈 뻔했다. 인테리어 공사 중 가까스로 이상 징후가 발견됐다.
시는 건물 중앙기둥 단면이 20% 이상 부서지고, 기둥 내 철근 등에서 구조적 문제가 발견돼 주변을 보강하는 등 응급조치를 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대부분의 건물이 대종빌딩처럼 민간건물이라는 점이다. 건물주에게 안전 관리 책임이 있고, 공공의 관리 영역에서 벗어나 있다.
올해 잇단 사고를 겪어 놀란 박원순 시장이 11일 저녁 대종빌딩 현장을 찾아 긴급조치 지휘를 하긴 했지만, 이는 이례적인 사례다.
서울시 관계자는 "관에서는 공공시설물에 대한 관리를 하는 것이지 민간 시설물 관리는 민간의 영역이라 노후 건축물에 대한 조사와 관리가 사실 큰 문제"라고 토로했다.
단적으로 용산 상가 건물 붕괴 사고와 관련해서도 법적으로 서울시와 용산구는 모두 책임이 없었다. 정비구역으로 지정됐지만 관리처분 인가가 나지 않아 철거하지 못하는 노후 건축물이 방치돼 있음에도 지자체에는 관리 책임이 없는 '안전 사각지대'가 많다.
그런 상황에서 서울 강남 한복판 지하7층, 지상 15층짜리 오피스텔도 안전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어느 곳도 안심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시설물의 안전 및 유지관리에 관한 특별법에 따르면 16층 이상 또는 연면적 3만㎡ 이상 건축물은 제1종이나 제2종시설물로 분류돼 정기안전점검과 정밀진단을 받아야 한다. 이밖에 행정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장이 지정한 3종시설물(제1종시설물 및 제2종시설물 외에 안전관리가 필요한 소규모 시설물)도 정기적인 안전진단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대종빌딩은 15층 이하 소규모 시설물에 해당해 그간 법적 안전관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더 큰 문제는 안전점검을 해도 형식적 수준에 그친다는 데 있다. 안전진단 대상이 아니었던 대종빌딩은 올해 2월 자체 육안 안전점검 결과를 구에 제출했으며, 3월에는 구가 육안 점검을 벌였지만, 특이사항은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간이 지날수록 30년 이상 된 노후 건축물이 점점 늘어날 텐데 하나하나 들여다보는 작업을 진행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라며 "겉만 봐서는 위험을 제대로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민간 노후 건축물 안전 확보에 대한 실질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잇따라 건축물 붕괴사고가 발생하자 지난 9월 건축 조례를 일부 개정해, 임의관리대상 건축물 소유자·관리자 또는 점유자가 시 또는 자치구가 설치·운영하는 건축안전센터에 현장 안전점검 지원 신청을 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이에 따라 건축안전센터는 관련법상 안전점검 의무관리대상이 아닌 민간 건축물의 안전에 대한 점검 신청이 들어오면 이를 지원한다. 안전 점검은 현장 육안점검을 원칙으로 하며 안전점검이 완료된 때는 결과를 즉시 통보하고 관련 정보는 전산으로 관리해 기록을 남긴다. 이 센터는 내년부터 가동될 예정이다.
하지만 안전센터 역시 점검 신청이 들어올 경우 지원하는 것이어서 사회에 만연한 안전불감증에 대한 근본 해결책으로는 역부족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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