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화웨이 사태에 미국엔 유화책…캐나다엔 강공

입력 2018-12-13 09:47   수정 2018-12-13 09:57

中, 화웨이 사태에 미국엔 유화책…캐나다엔 강공
미국산 대두 수입·車 관세 인하·'중국제조 2025' 수정도 검토
캐나다 전직 외교관 체포·캐나다산 유명 브랜드 불매운동 조짐



(베이징=연합뉴스) 심재훈 특파원 = 캐나다가 미국의 요청으로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의 멍완저우(孟晩舟) 부회장을 체포한 사건이 일어나자 중국이 무역전쟁 '휴전'을 선언한 미국에는 유화책을 구사하면서 캐나다에는 강공책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는 최근 미중 정상회담을 통해 90일간 무역 협상 기간을 갖게 된 상황에서 화웨이 사태를 미중대화 테이블에 끌어들여봤자 중국으로선 득 될 게 없는 데다 미국이 중국 관련 스파이·해킹 사건 등을 계속 들춰내면서 강력히 압박할 태세를 보이기 때문이다.
반면, 중국은 멍완저우를 체포한 캐나다에 대해서는 중국인의 신병을 구금했다는 중국인들의 분노를 내세워 전 캐나다 외교관을 국가안보 위해 혐의로 체포하는 등 강력한 보복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13일 베이징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멍완저우 부회장의 체포 소식이 전해진 뒤 긴급 회의를 통해 총력 대응을 선언하고 관영 매체와 외교 라인을 통해 석방을 요청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 소식통은 "중국 당국이 화웨이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해 캐나다 측을 강력히 압박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하지만 미국에 대해서는 화웨이 사태와 무역 협상은 별개라는 투트랙 전략 방침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를 보여주듯이 중국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 간의 휴전 합의 이후 처음으로 최소 50만t, 금액으로 최소 1억8천만 달러(약 2천32억 원) 상당의 미국산 대두(콩)를 사들여 화해의 손짓을 보냈다.


로이터통신은 대두 거래에 대해 미중 휴전 합의 이후 양국 간 무역 전쟁이 완화되고 있다는 확실한 신호라고 분석했다.
또한, 중국은 최근 미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미국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를 기존 40%에서 15%로 낮추기로 하고 적용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미국 상무부 통계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해 중국에 95억 달러(10조6천억원)어치의 승용차와 경트럭을 수출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국 언론은 미국이 전방위 공격에 나선 중국의 첨단 제조업 육성계획인 '중국제조 2025'에 대해서도 완화 또는 속도 조절에 나설 것이라고 보도했다.
'중국제조 2025'의 수정안은 첨단 제조업을 지배하기 위한 중국의 역할을 낮추고 외국 기업들의 참여를 더 많이 허용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등 미국을 다분히 의식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중국 당국은 캐나다에 대해선 철저히 보복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멍완저우 부회장이 체포됐다가 보석으로 풀려났지만, 캐나다 외교관 출신인 국제분쟁 전문 연구기관 국제위기그룹(ICG)의 마이클 코프릭이 중국 국가안보를 훼손한 혐의로 체포돼 중국에서 조사를 받는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특히, 코프릭을 조사하는 주체가 공안이 아닌 베이징시 국가안전국이라는 점에서 중국 정부 차원에서 이 사안에 개입했을 가능성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또 다른 캐나다 시민 한 명이 중국에서 연락이 두절된 상태인 것으로 알려져 중국과 캐나다 갈등이 커질 우려도 있다.
캐나다 당국이 코프릭 억류를 공식 확인한 뒤 캐나다 법원에서 멍 부회장의 보석을 허가했다는 점에서 양국 갈등이 전면전으로 확대되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중국 내에서는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 등을 통해 반(反)캐나다 정서가 퍼지면서 캐나다산 유명 파카 '캐나다 구스'를 불매하자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하지만 중국에는 이 파카의 가짜 제품이 이미 대량으로 유통되고 있어 실효성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기 생-자크 전 주중 캐나다 대사는 코프릭의 억류가 우연일 뿐이냐는 질문에 "중국에 우연은 없다. 그들이 메시지를 보내고 싶으면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소식통은 "중국은 이번 화웨이 사태를 맞아 버거운 상대인 미국보다는 캐나다를 집중적으로 공략함으로써 미국의 우군을 떼어내는 전략을 쓰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president21@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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