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 침해당한 퀄컴 요구에 미국 무역위원회 검토
"기술패권·공공이익 먼저" vs "봐주면 애플 면책특권 생긴다"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불공정 무역관행으로부터 미국 시장을 보호하는 기능을 하는 미국 무역위원회(ITC)가 특허를 침해한 일부 아이폰의 미국 수입을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애플에 대한 타격이 미국 국익 훼손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정부 안팎의 견해 때문에 실제로 그런 조치가 이뤄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이다.
12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미국 반도체제조업체인 퀄컴은 휴대전화제조사 애플의 특허침해 판정을 들어 ITC가 수입금지를 고려하도록 설득했다.
대상이 되는 아이폰 모델은 다른 반도체업체인 인텔이 제작한 반도체를 탑재한 것들로 아이폰7, 아이폰8, 아이폰X의 일부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애플은 아이폰을 디자인한 뒤 세계 여러 국가에서 생산되는 부품을 중국에서 조립해 판매하고 있다.
앞서 애플은 지난 9월 ITC로부터 인텔 반도체를 사용하는 아이폰 일부가 퀄컴의 특허 하나를 침해했다는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당시 판결을 내린 토머스 펜더 ITC 행정법 판사는 퀄컴의 미국 반입금지 청구는 기각했다.
ITC는 퀄컴의 요구를 검토하고 있으나 국가안보 문제 때문에 실제로 수용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차세대 통신기술인 5G에서 미국의 우위를 위해 아이폰을 제재할 수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펜더 판사도 "국가안보가 이번 조사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가 돼야 한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판시한 바 있다.
5G 개발, 혁신, 기술 점유와 지배력이 궁극적으로 미국 경제의 경쟁 여건에 급격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이 그 배경으로 제시됐다.
펜더 판사는 "ITC가 퀄컴의 요구대로 실제로 배제 명령을 내린다면 미국에 매우 광범위하고 실질적인 해악이 있을 것이 확실하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는 ITC가 미국의 특허를 침해하는 물품의 수입을 금지하지만, 이례적인 경우에는 특허권 효력이나 그에 대한 판정보다 공공의 이익을 중시해야 할 때가 있다는 입장을 취해왔다고 설명했다.
같은 맥락에서 ITC가 일부 아이폰의 수입을 금지하더라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끄는 정부가 집행을 차단할 수도 있다.
올해 3월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 및 5G 기술개발과 연계된 싱가포르 기업 브로드컴의 퀄컴 인수 계약도 안보를 이유로 백지화한 바 있다.
ITC는 내년 2월 19일에 아이폰 수입 금지안과 관련한 최종판정을 내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인텔과 애플은 ITC의 아이폰 수입금지 조치가 집행되면 아이폰에 의존하고 있는 인텔이 시장에서 완전히 퇴출당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퀄컴은 ITC가 수입금지 요구를 외면한다면 애플이 앞으로 제기되는 어떤 법적 분쟁에서도 면죄부를 받게 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블룸버그는 퀄컴이 특허권을 앞세운 수입금지 요구를 교착상태에 빠진 애플과의 배상금 협상에서 지렛대로 삼고 있다고 분석했다.
퀄컴은 원래 애플에 아이폰용 모뎀 반도체를 공급해온 회사다.
그러나 애플이 아이폰7 시리즈부터 신제품에 경쟁사인 인텔의 반도체를 쓰면서 애플과 퀄컴은 견원지간이 됐다.
최근 중국 푸젠성의 푸저우 지방법원은 애플의 퀄컴 특허침해 2건을 이유로 일부 아이폰에 대한 판매금지를 명령, 퀄컴의 손을 들어줬다.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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