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청 앞서 항의집회…이전 시 교지 규모 줄어 야구장 사라져
"야구장 없는 야구부는 교실 없는 학생…이해되지 않아"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운동장 없는 야구부가 웬 말이냐."
서울 덕수고등학교 야구부 졸업생 50명은 13일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특성화 계열 통폐합 반대 집회를 열었다.
이날 장정석 넥센 히어로즈 감독, 김재걸 LG 트윈스 코치, 한규식 NC 다이노스 코치, 류제국(LG)·이용규(한화)·최진행(한화)·최재훈(한화) 선수 등 프로야구의 내로라하는 감독·코치·선수가 덕수고 졸업생으로서 집회에 함께 했다.
108년 전통 덕수고는 인문계열과 특성화 계열이 함께 있는 '종합고'다.
서울시교육청은 덕수고를 둘로 쪼개 인문계열은 2021년 3월 송파구 위례신도시로 이전하고 특성화 계열은 지금 자리에서 운영하다가 2023년 이후 다른 상업계열 특성화고와 통폐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문제는 교육청이 학교 이전 추진과정에서 명문으로 손꼽히는 덕수고 야구부 운영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덕수고 야구부는 1980년에 창단해 전국 규모 대회에서 우승만 21차례나 했다.
성동구 현 교지는 3만5천768㎡ 넓이에 야구장도 갖췄다. 하지만 덕수고가 옮겨갈 위례신도시 내 부지는 1만1천801㎡에 그친다. 교지가 3분의 1 규모로 줄어들어 지금처럼 야구장을 만들기는 불가능할 전망이다.
애초 서울시교육청은 덕수고 특성화 계열이 성동구 지금 자리에서 계속 운영된다고 설명했다. 이 경우 야구부는 특성화 계열에 남으면 돼 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교육청은 지난달 1일 덕수고 이전계획을 행정예고하며 돌연 특성화 계열 통폐합방침을 밝혔다.
정윤진 덕수고 야구부 감독은 이날 취재진과 만나 "교육청이 학교 이전과 관련해 (야구부 문제를 두고) 따로 설명해주지 않았다"고 섭섭함을 토로했다.
그러면서도 "야구장만 확보되면 된다"며 이전에 반대하는 것은 아님을 분명히 했다.
정 감독은 "야구장이 없다면 야구부가 존속해도 지금 같은 수준을 유지하지 못할 것"이라면서 이미 학교 이전 문제로 덕수고 야구부 진학을 포기한 학생도 나왔다고 설명했다.
야구부 문제를 제외하더라도 덕수고 이전과 관련한 불만이 계속 나온다.
일부 성동구 주민 사이에서는 교육청이 작년 고교 2곳을 신설해놓고 기존 학교는 다른 지역으로 옮기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행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덕수고 인문계열은 성동구 내 유일한 남고여서 남학생 학부모 불만이 크다.
서울시교육청은 덕수고 이전계획을 변경할 뜻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청 관계자는 "덕수고 야구부 문제와 관련해 추가 설명회를 여는 것 등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jylee2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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