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회 "초등생은 다소 무리, 정치화 우려도" 조례개정 반대…지역주민 참관도 배제
(울산=연합뉴스) 허광무 기자 = 학교운영위원회(이하 학운위)에 학생대표를 의무적으로 참석시키겠다는 노옥희 울산교육감의 공약사업에 울산시의회가 제동을 걸었다.
시의회 교육위원회는 지난 12일 울산시교육청이 발의한 관련 조례 개정안 심사에서 개정안 핵심이라 할 수 있는 '학생 의무 참석' 조항을 제외했다.
울산시교육청은 지난 10월 말 시의회에 '울산광역시립학교 운영위원회 조례 일부 개정조례안'을 제출했다.
학생 의견 수렴 범위를 넓히고, 학생대표의 학운위 참여 보장을 강화하자는 것이 개정 이유다.
개정안 골자는 '학운위는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 학생대표를 회의에 참석하게 해 의견을 들을 수 있다'는 기존 조항을 '학생대표가 참석해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수정해 강제성을 부여한 것이다.
학생대표가 심의하는 사항은 학교헌장과 학칙 제정 또는 개정, 정규학습시간 종료나 방학 중 교육활동과 수련활동, 학교급식, 학생자치활동과 학생복지에 관한 사항, 교복과 체육복 선정, 교육과정과 학사일정에 관한 사항, 학생들이 학운위에 제안한 사항, 그 밖에 학교생활에 밀접하게 관련된 사항 등 8개다.
개정안은 또 학운위 참관 대상을 기존 '학부모와 교사'에서 '학생, 교직원, 지역주민'을 추가한다는 내용도 담았다.
학생 의무 참석 조항과 관련해서는 일부 학부모들의 반대가 거셌다.
개정안 입법예고 기간에 '학생대표를 의무 참석시키면 회의 시기나 시간을 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의무가 아닌 선택 조항으로 바꿔야 한다'는 시민 의견이 3건 제출됐다.
시교육청은 그러나 '학생이 교육 주체로 능동적으로 참여함으로써 민주시민 자질과 태도를 함양하고, 학교민주주의를 달성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이들 의견을 반영하지 않았다.
한 학부모 단체는 12일 시의회를 방문해 "학생을 선동할 수 있고, 정치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학운위 조례개정을 철회하라"고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날 열린 교육위 회의에서도 개정안은 논란이 됐다.
김종섭(자유한국당) 교육위원은 "기존 조례로도 학생 의견을 충분히 수렴할 수 있는데, 학생대표가 참석하도록 강제로 규정하는 것이 오히려 합리적이지 않다"면서 "가령 초등학교 학운위에서 아직 가치관도 정립되지 않은 학생대표가 무슨 결정을 할 수 있겠는가"고 지적했다.
김 위원은 "학운위 참관 대상으로 추가된 '지역주민'도 범위가 모호하고 포괄적이어서 자칫 정치적으로 악용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같은 당 천기옥 교육위원장도 "학생대표 의무 참석은 학운위 자율성과 권한을 제약할 수 있다"면서 "의무로 강제할 것이 아니라 현행대로 유지해야 한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더불어민주당 안도영 위원은 "학교 주인은 학교이므로 학생 의견이 반영되도록 하는 것에 동의한다"면서 다른 목소리를 냈지만, "다만 초등학생 참여 부분에 대해서는 참석 의무가 무리라는 지적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결국 이 회의에서 개정안은 '의견을 들어야 한다'가 '들을 수 있다'로, 학운위 참관 대상에서 지역주민을 제외하는 내용으로 각각 수정돼 가결됐다.
시교육청이 기대했던 핵심이자 알맹이는 모두 빠진 셈이다.
이에 대해 시교육청 관계자는 14일 "'들어야 한다'가 '들을 수 있다'로 다시 회귀한 것은 아쉬운 점이지만, 학운위가 심의해야 하는 8개 사항을 구체적으로 명시화한 것은 성과라고 본다"고 밝혔다.
hkm@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