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의 눈으로 재발견한 아름다움…"기술은 예술 협업자"

입력 2018-12-13 19:28  

기계의 눈으로 재발견한 아름다움…"기술은 예술 협업자"
伊 미디어아티스트 콰욜라, 영종도 파라다이스아트스페이스 개인전
전 시기 아우르는 50여점 전시…고전·자연 재해석한 작업 화제



(영종도=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눈발이 거세던 13일 아침. 인천 파라다이스 아트 스페이스에서도 눈발이 날리고 있었다. 투명 큐브 안에서 눈을 잔뜩 뒤집어쓴 채 조각에 매진 중인 이는 쿠카라는 이름의 '로봇'이다.
이 산업용 로봇 팔 끝에는 조각용 드릴이 달렸다. 쿠카는 미디어 아티스트 다비데 콰욜라(36)가 입력한 프로그램에 따라 움직이면서 스티로폼을 깎아 조각을 완성한다. '스컬프처 팩토리'(조각 공장)로 이름 붙인 이 작업은 관객에게는 일종의 퍼포먼스인 셈이다. 그 바깥에는 로봇이 스티로폼을 쪼아 만든 로렌초 베르니니 걸작 '프로세르피나(페르세포네)의 납치' 4점이 놓여 있었다.
"로봇은 자신에게 어떠한 장치가 달려 있는지 모릅니다. (로봇에게) 이 지점에서 저 지점으로 움직이라는 지시를 통해 조각을 하도록 유도하는 건 인간 선택인 셈이죠. 기계와 인간은 이러한 방식으로 협업합니다."
콰욜라는 요즘 가장 자주 언급되는 젊은 미디어아트 작가 중 한 사람이다. 헬레니즘 조각, 바로크 건축 등 서구 고전 미술을 과학기술로 재해석하는 것이 특징이다. 그는 2013년 세계에서 권위를 인정받는 미디어아트 공모전 아르스 일렉트로니카에서 대상(골든 니카)을 받기도 했다.



14일 파라다이스 아트 스페이스에서 개막하는 '비대칭 고고학'은 아시아에서 열리는 최대 규모 콰욜라 개인전이다. 초기 '이코노그라피스'부터 신작 '스컬프처 팩토리'까지 전 시기 작업 50여점을 아우르는 흔치 않은 전시다.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도상학이나 풍경화, 고전 조각이 인류 시각문화에서 차지하는 지점들이 있다"라면서 "이 부분을 동시대 기술로 다시 봤을 때 새롭게 발견할 수 있는 지점이 무엇일까를 계속 연구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탈리아 로마에서 나고 자란 작가가 서구 고전미술에 매료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는 영국 런던 대학에 입학해 디지털 미디어를 공부했다. 건축을 전공한 친형 영향으로 다양한 컴퓨터 프로그램을 익힌 것은 미디어아트 작업의 큰 자산이 됐다.
'이코노그라피스'는 르네상스와 바로크 회화를 추상 이미지로 탈바꿈한 평면 작업이다. 컴퓨터 알고리즘을 거치면서 회화 속 서사와 도상은 사라지고, 단순한 구도와 색채만 남아 원본을 유추하게 한다.



거대한 흑백 풍경화처럼 보이는 '리메인즈'는 관객을 압도한다. 스위스 숲을 레이저 스캐너로 촬영한 다음, 거리와 크기 등의 데이터를 활용해 재창조한 풍경이다. 즉 기계의 눈으로 바라보고, 해석한 풍경인 셈이다.
기계를 이용해 고전 조각을 본뜨는 '스컬프처 팩토리'는 조각 과정 자체를 주목한다. 미켈란젤로 '미완성' 기법에서 영감을 받은 작업이다.
"기계나 기술 자체가 제 예술의 수단이나 도구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들은 협업자인 셈입니다. 작가가 고안하는 알고리즘은 '일 더 하기 일은 이' 식이 아니에요. 오히려 알고리즘은 '서프라이즈', 즉 기대하지 않은 결과를 돌려주기도 합니다."
작가는 자동차 운전을 비유적으로 들면서 "통상 인간이 차를 운전한다고 생각하지만, 거꾸로 보면 자동차에 의해 내가 운전이 가능해지는 부분도 있다. 인간 위주 사고방식이 주였다면 '기계의 시선'이라는 것도 재발견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시는 내년 2월 24일까지.


aira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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