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필 탐심·사랑이 사랑을 부른다
(서울=연합뉴스) 이웅 기자 = ▲ 담대한 목소리 = 캐럴 길리건 지음. 김문주 옮김.
남성 위주의 주류 심리학에 반기를 든 미국 여성 심리학자 캐럴 길리건 뉴욕대 교수의 신간.
심리학의 주류 이론이 남성 편향적이라는 사실을 고발함으로써 심리학계를 뒤흔든 저자의 전작 '다른 목소리로'(동녘선서 펴냄)에서 한 발 더 진전된 이야기를 펼친다.
심리학의 한계를 벗어나 뒤틀린 젠더 전쟁의 층을 하나씩 살피며 정치로 시선을 확장하는 저자가 제시하는 답은 명쾌하다.
건강한 몸이 감기를 이겨낼 수 있듯이 건강한 심리는 가부장제와 같은 부당한 권위에 저항할 수 있다는 것.
부당한 권력에 대한 저항은 보편적 민주주의와 맞닿아 있다.
저자는 페미니즘이 말하는 인류애의 조건과 민주 시민의 조건은 하나고 동일하다고 지적한다. 권력을 남용하지 않을 것, 차별하지 않을 것,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외면하지 않을 것, 도움이 필요한 사람 무리에서 자기 자신을 빼놓지 않을 것. 즉 자기다움과 인간다움을 회복하고 잘못된 권위에 저항하는 것이다.
저자는 열혈 페미니스트로 한국 여성주의 연구활동가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다.
생각정원. 1만5천원. 308쪽.
▲ 우리를 지키는 더러운 것들 = 김철 지음.
문학평론가이자 연세대 국문과 명예교수인 저자가 2010년부터 발표한 글을 모은 산문집.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초상을 자기동일성 혹은 정체성에 대한 병적인 강박, 공포에 시달리는 근대인으로 그린다.
자기동일성은 자기 자신에게 내재한 어떤 자연적 속성이 아니라 타자와의 관계, 즉 타자라는 거울에 비친 이미지에 의해 주어진다는 사실을 다양한 일제 식민지의 시공간을 통해 보여준다.
한국 근대문학을 통해 식민주의, 민족주의, 제국주의 문제를 분석하는 데 천착해온 저자는, 식민지 조선이 한국 정치의 수원지일 뿐 아니라 폭력의 마르지 않는 저수지라고 지적한다.
저자는 근대 국민국가가 필연적으로 양산하고 배제하는 비천한 잉여적 존재들을 환기하며, 이를 자신에게 내재한 타자성으로 인식할 때 비로소 정체성의 강박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말한다.
"모든 혐오는, 타자에게서 보이는 자신의 모습에 대한 공포와 혐오라는 점에서, 결국은 자기 혐오다. 타자에 대한 혐오는, 내 안에 있지만 내 눈에 보이지 않는/보고 싶지 않은 '더러운 것'에 대한 혐오와 공포를 타자의 신체 위에 형상화함으로써 그 공포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욕망의 표현이다."
뿌리와이파리. 272쪽. 1만6천원.
▲ 만년필 탐심 = 박종진 지음.
40여 년을 만년필에 마음을 빼앗긴 채 산 저자가 만년필에 새긴 사람과 세상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김정은과 트럼프가 사인할 때 고른 펜, 박목월 선생이 사용한 만년필을 10년 동안 추적한 사연, 히틀러와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쓴 만년필 등 만년필에 얽힌 27가지 에피소드와 만년필 수집 팁을 소개한다.
저자는 서울 을지로에 우리나라 유일의 만년필연구소를 열어 만년필을 좋아하는 이들과 지식을 나누고 만년필을 수리해 주고 있다.
틈새책방. 256쪽. 1만5천원.
▲ 사랑이 사랑을 부른다 = 이유진 지음.
청소년문제 전문가이자 시인인 저자가 소년원 생활을 한 청소년 10명과 함께 한 해외 봉사활동을 모티프로 삼아 쓴 시집.
아이들이 봉사활동을 통해 인류애를 배우고 자존감을 세우는 과정을 시로 그려낸다.
저자는 2015년 7월 10대 시절 폭행, 절도 등 크고 작은 비행으로 보호처분을 받은 청소년 10명과 함께 9박 11일 동안 동아프리카 탄자니아 작은 섬 잔지바르에서 에이즈 감염 어린이 돕기, 우물 파기, 보건소 담장 쌓기, 레크리에이션 수업 등의 봉사활동을 했다.
저자는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에서 청소년 보호에 관한 연구를 하며 2016년 한국문학예술 시 부문 신인상을 받았다.
매직하우스. 120쪽. 1만1천200원.
abullapi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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