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언론 "미 국무부, 현지 범죄조직과 긴밀한 관계 의심"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 미국 정부가 중남미 지역 범죄조직과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의 연계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브라질 언론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브라질 일간 에스타두 지 상파울루 등의 보도에 따르면 미 국무부 대 테러 부처는 중남미 범죄조직과 헤즈볼라가 우려할 수준의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미 국무부는 특히 멕시코의 대형 마약 카르텔과 헤즈볼라 간의 협력 가능성과 브라질·아르헨티나·파라과이 접경 남미삼각지대에서 흘러나온 자금의 전달 통로로 의심되는 베네수엘라-이란 관계에 주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무부 대 테러 부처 관계자는 "테러조직과 범죄조직이 손잡을 경우 나타날 수 있는 위험을 주시하고 있다. 그들 사이에는 어떤 형태의 협력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고 브라질 언론은 전했다.
앞서 레바논과 인접한 국경 지역에서 헤즈볼라가 뚫은 '공격용 터널'을 파괴하기 시작한 이스라엘 정부는 터널 설치 책임자 중 한 명이 멕시코 카르텔로부터 훈련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는 멕시코, 베네수엘라, 남미삼각지대 등에서 헤즈볼라가 현지 범죄조직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증거가 될 수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한편, 지난 9월 말에는 미국 정부에 의해 헤즈볼라 자금지원책으로 지목된 아사드 아흐마드 바라카트(51)가 브라질 남부 파라나 주(州) 포즈 두 이과수 시에서 체포됐다.
바라카트는 여권을 갱신한다며 허위로 작성된 서류를 제출했다가 지난해 8월부터 파라과이 경찰의 추적을 받았으며 인터폴의 적색수배 명단에도 올라 있었다.
미국 재무부는 2006년부터 바라카트를 헤즈볼라 자금지원책으로 의심했다.
남미에서는 바라카트를 둘러싸고 그동안 여러 차례 테러 관련설이 제기됐다.
바라카트는 1994년 7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발생한 아르헨티나-유대인 친선협회(AMIA) 폭탄테러에 자금을 지원한 인물 가운데 한 명으로 거론됐으나 혐의는 입증되지 않았다. 중남미 최악의 테러로 기록된 이 사건으로 85명이 숨지고 300여 명이 다쳤다.
2000년대 초반 파라과이 검찰은 바라카트가 운영하는 업체들을 헤즈볼라의 자금줄로 의심하고 수사를 벌였다. 그러나 바라카트는 테러조직 자금 지원설을 부인하면서 레바논 이스라엘 점령지구 내 고아들을 돌보는 단체에 돈을 보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바라카트는 2002년 브라질에서 외환 도피와 공문서위조 등 혐의로 체포됐으며, 1년 후 파라과이로 추방돼 불법 해외송금 등 혐의로 징역 6년형을 선고받았다. 2008년에 석방된 후에는 브라질의 포즈 두 이과수 시로 거주지를 옮겼다.
브라질의 포즈 두 이과수 시는 아르헨티나의 푸에르토 이과수 시, 파라과이의 시우다드 델 에스테 시와 함께 남미삼각지대를 이루는 곳이다. 3개 도시의 인구를 합치면 100만 명 정도다.
남미삼각지대에서는 밀수와 마약·총기 밀거래가 대규모로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특히 미국 정부는 이곳에서 불법 조성된 자금이 이슬람 테러조직에 흘러 들어간다는 의혹을 제기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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