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을 만들어도 괜찮을까·고통은 나눌 수 있는가
(서울=연합뉴스) 이웅 기자 = ▲ 물어봐줘서 고마워요 = 요한 하리 지음. 김문주 옮김.
10대 시절부터 13년간 고용량 항우울제를 복용한 저자가 시간이 흘러도 낫지 않는 우울증의 실체를 밝힌다.
우울증은 왜 약으로 치료되지 않는 걸까. 전 세계 3억5천명 이상이 우울과 불안을 떨치지 못하는 이유는 무얼까.
뉴욕타임스 등을 무대로 활동하는 르포 전문기자인 저자가 3년이 넘는 기간 동안 의학자, 심리학자, 사회과학자, 우울증을 이겨낸 사람 등 전 세계 200여명 이상의 사람들과 한 인터뷰를 토대로 우울증의 진실을 파헤친다.
저자는 우울이 나약한 의지나 뇌의 호르몬 불균형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단절'에서 비롯된다고 말한다.
의미 있는 일로부터의 단절, 타인과의 단절, 자연과의 단절, 가치와의 단절, 지위와 존중으로부터의 단절, 안정된 미래로부터의 단절….
쌤앤파커스. 424쪽. 1만6천원.
▲ 청년 흙밥 보고서 = 변진경 지음.
시사인 기자인 저자가 쪽방에 갇혀 겨우 끼니를 때우며 취업을 위해 잠을 줄인 채 살아가는 우리 사회 '흙수저' 청춘들의 삶과 그들이 먹는 '흙밥'을 고발한다.
청년은 대부분 어려움에 처했을 때 가장 먼저 식사권을 포기한다. 젊고 건강하다는 자신감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미래를 당겨 쓰는 것이다. 젊은 시절 부실한 식사는 몸을 망가뜨려 만성질환에 빠트릴 수 있다고 연구진은 경고한다.
책은 식사, 주거, 생활, 노동 등의 각기 다른 영역에서 청년의 곤궁한 삶을 돌아보고, 서울중심주의에 갇혀 소외된 지역 청년들의 모습과 청년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서 청년수당제도의 의미를 살핀다.
들녘. 312쪽. 1만3천원.
▲ 생명을 만들어도 괜찮을까 = 시마조노 스스무 지음. 조해선 옮김.
생명공학이 진정 인간을 더 행복한 세상으로 이끌까? 일본의 원로 종교학자인 저자가 발전을 거듭하는 생명과학의 현재와 가능성을 진단한다.
책은 상업화한 생명과학이 인간의 존재 방식 자체를 바꾸어 놓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인간으로서 더 나은 존재 방식이 무엇인지 제대로 고민하지 않으면 무작정 앞으로 나아가는 생명과학의 폭주 속에서 끔찍한 세상을 맞이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저자는 이제까지 서구사회를 중심으로 이룬 생명윤리 논의 틀에서 벗어나 생명을 바라보는 문화 차이를 인식하고 서로 문화와 역사를 이해하려는 노력을 통해 좀 더 깊은 차원의 생명윤리에 대한 논의를 끌어낼 것을 촉구한다.
갈마바람. 212쪽. 1만4천원.
▲ 고통은 나눌 수 있는가 = 엄기호 지음.
사회학자인 저자가 한국사회가 겪는 고통과 고통의 억압을 성찰한다.
지금의 우리 사회는 타인의 인격과 존엄을 파괴하고 그 비참을 전시하는 것을 통해 관심을 끌려고 하는 관종(關種)이 활개 치는 사회라고 진단한다.
이를 로마시대 콜로세움, 사람들을 끌고 와 사자 밥이 되게 하는 노예상인, 자신의 생존을 위해 다른 사람의 비참과 고통을 밀쳐내며 자신의 고통을 드러내는 검투사에 비유한다.
저자는 타인의 시선을 끌기 위한 경쟁과 인간에 대한 혐오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단순히 사라지는 것보다는 신중하게 자신을 드러내는 기술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나무연필. 304쪽. 1만6천500원.
abullapi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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