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차별주의 논란…말라위선 '동상 건립 반대' 3천명 청원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기자 = 인도에서 마하트마 간디(1869∼1948)는 '독립의 아버지'로 추앙받는다.
100여년 전 인도가 영국의 식민 통치 아래 신음하던 엄혹한 시절 독립을 위한 비폭력 저항 운동을 이끌며 인도는 물론 전 세계에 큰 영감을 준 인물이다.
하지만 아프리카 곳곳에서는 '인종차별주의자'로 낙인찍혀 동상이 철거되는 수모를 겪고 있다.
14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아프리카 가나대학 캠퍼스에 세워진 간디 동상이 12일 철거됐다.
이 동상은 2016년 6월 가나대학 캠퍼스를 찾은 프라나브 무케르지 당시 인도 대통령이 양국 연대의 상징으로 선물한 것이다.
하지만 3개월여 만에 교수들을 중심으로 철거를 요청하는 청원이 시작됐고 여기에 1천명 이상이 서명해 동상 철거가 결정됐다. 이번 동상 철거는 그로부터 2년여 만에 실행된 것이다.
청원의 요지는 간디가 인종차별주의자였으며 아프리카의 영웅이 우선시돼야 한다는 것이었다.
청원한 이들은 간디가 젊은 시절 21년간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살면서 남긴 자필 메모를 근거로 들었다.
메모에 따르면 간디는 남아공 흑인을 '깜둥이'(kaffir)라고 언급하는가 하면 '인도인들이 흑인보다 절대적으로 우월하다'는 식으로 말했다. 'kaffir'는 흑인을 가리키는 대단히 모욕적이고 인종차별적인 단어다.
가나대학 법학과에 재학 중인 나나 아도마 아사레는 BBC에 "그의 동상을 건립한다는 것은 그가 옹호하는 모든 것을 우리도 옹호한다는 의미"라며 "그가 (의혹이 제기된 것처럼) 인종차별을 옹호한다면 우리 캠퍼스에 그의 동상을 두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프리카 말라위에서도 인도의 컨벤션센터 건립 지원에 대한 화답으로 말라위 정부가 간디 동상 설립을 추진하자 반대 청원에 3천여명이 서명하는 등 논란을 빚고 있다.
간디가 인종차별주의자였다는 지적은 그동안 꾸준히 제기돼왔다.
간디의 손자이자 전기작가인 라즈모한 간디는 할아버지가 흑인에 대해 무지했고 편견이 있었다고 진술했다.
남아공 요하네스버그 대학의 애쉰 데사이 교수와 쿠아줄루 나탈 대학의 굴람 바헤드 교수는 2015년 출간한 공동 집필 저서 '남아공인 간디 : 제국의 들것 운반자'(The South African Gandhi : Stretcher-Bearer of Empire)에서 간디가 수시로 인종차별적 행태를 보였다고 주장해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이밖에 유명 인도 작가 아룬다티 로이는 2014년 간디가 불평등한 카스트제도를 옹호했다고 비판한 바 있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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