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은경 기자 = 이미 세 번째로 '김만석'을 연기하는 이순재는 맞춤옷을 입은 듯 '김만석'으로 완벽하게 변신했다.
그가 '송씨'역을 맡은 손숙에게 사랑을 느끼고 다가가는 과정은 어색하지 않았고, 그의 '츤데레'(쌀쌀맞고 인정이 없어 보이나 실제로는 따뜻하고 다정한 사람) 같은 행동은 송씨뿐만 아니라 관객들의 마음 또한 사로잡았다.
손숙 또한 사랑을 모르던 송씨가 차츰 '김만석'에게 스며들어 가는 모습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치매 걸린 아내 '조순이' 역을 맡은 박혜진과 그를 돌보는 남편 '장군봉'을 연기한 신철진의 케미도 남달랐다.
모두가 잊었거나, 애써 외면하려 하는 노인들의 우정과 사랑, 그리고 죽음까지 배우들은 진솔하게, 하지만 너무 우울하지 않게 담담히 펼쳐냈다.
13일 '그대를 사랑합니다'를 관람한 관객들은 연극을 보며 배우들과 함께 웃고 울었다.
김만석이 찰진 욕을 날릴 때는 다 같이 폭소를 터뜨렸고, 배우들이 죽음의 문턱을 넘을 때는 소리 없이 눈물을 흘렸다.
50대 이상이 대다수였던 만큼, 마지막에 김만석이 송이뿐과 다시 만나 '사랑합니다'를 전할 때까지 아무도 자리를 뜨지 않고 그들의 사랑을 마음에 담았다.
강풀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연극 '그대를 사랑합니다'는 이순재, 박인환, 손숙, 정영숙, 이문수, 신철진, 연운경, 박혜진 등 대한민국의 내로라하는 명품 배우가 한자리에 모인다 해서 개막 전부터 기대감을 높였다.
6일 개막 후 첫 주에만 관객 2천600여명이 찾아 문전성시를 이뤘다.
원작자 강풀 작가도 관람하고는 영화와 드라마에 이어 연극에서까지 '김만석' 캐릭터로 작품과 특별한 인연을 맺은 이순재를 만나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대를 사랑합니다'는 우유배달을 하는 '김만석'과 파지 줍는 '송씨'(송이뿐), 주차관리소에서 일하는 '장군봉'과 치매로 기억을 잃어버린 '조순이'가 인생 끝자락에서 서로 인연을 맺고 진한 우정과 사랑을 나누는 이야기다.
새삼 낯설고 특별한 노년의 '사랑'에 대한 감정을 진솔하고도 섬세하게 담아냈다.
내년 1월 27일까지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1관에서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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