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유혹, 맛의 디아스포라 짜장면ㆍ풍류의 류경, 공원의 평양
(서울=연합뉴스) 임형두 기자 = ▲ 바이마르의 세기 = 우디 그린버그 지음.
바이마르 시대에 민주주의와 반공주의에 대한 아이디어를 발전시킨 5명의 독일 지식인을 연구한 저서다. 카를 프리드리히, 에른스트 프렝켈, 발데마르 구리안, 카를 뢰벤슈타인, 한스 모겐소가 그들이다.
저자는 세계의 역사, 특히 지적·정치적 역사들을 융합해 독일 재건의 토대가 최초의 근대적 민주주의 경험이었던 바이마르공화국(1913~1933)에 있음을 보여준다. 나치시대를 미국에서 보낸 이들 독일 망명자는 독일의 사상과 정치를 재구성함으로써 초기 냉전 흐름을 형성했다.
이 책이 특히 우리의 이목을 끄는 대목은 한국사회의 반공 이데올로기가 바이마르의 모순적 논쟁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고, 한국사회가 처한 모순이 세계사적 비극과 결코 별개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한국에서 반공 이데올로기를 처음으로 이용한 주역은 반민특위 해산 명분으로 반공을 앞세운 이승만이지만, 이 이데올로기는 미국에서 들여온 수입품에 지나지 않았다. 미국은 이승만에게 반공주의적 정당을 창설할 자금을 제공했고, 트루먼은 한국을 '이데올로기적 전쟁터'로 규정했다.
회화나무 펴냄. 456쪽. 2만3천원.
▲ 중국은 어떻게 세계를 흔들고 있는가 = 에드워드 체 지음.
제목이 시사하는 바처럼 독특한 국가체제에서 성장한 중국 기업의 전략과 비전을 살폈다. 중국이라는 국가와 중국인이 아니면 이해하기 힘든 중국 기업가의 특별한 가치관을 통합적으로 들여다보며 산업전쟁의 패권을 노리는 중국 글로벌 기업에 대한 모든 것을 파헤친다.
중국 기업가들이 다른 나라 기업가들과 구분되는 특별한 점은 국가에 대한 자부심과 공익 증진에 대한 강한 의지다. 이들의 독특한 가치관은 기업 운영 방식에도 고스란히 영향을 미친다. 저자는 장루이민 하이얼그룹 회장 등 거대 기업 수장들을 인터뷰해 중국 기업가의 비전을 분석하고 중국 기업의 미래를 예측한다.
이와 함께 중국 기업에 대응하고 중국 시장에서 성공하는 방법과 세계로 진출한 중국 기업에 대처하는 방법도 제시한다. 저자는 글로벌 컨설팅 기업 '가오펑'의 창립자이자 CEO다.
알키 펴냄. 288쪽. 1만6천800원.
▲ 검은 유혹, 맛의 디아스포라 짜장면 = 유중하 지음.
짜장면은 한국에서 누구나 좋아하는 중국음식의 대명사다. 이 땅에 뿌리내린 지 어언 100여 년. 바다 건너온 중국인들이 만들어낸 음식이건만 한국인 입맛에 맞게 재탄생해 널리 사랑받는다.
중국식 된장인 춘장에 국수를 비벼 먹는 작장면(炸醬麵)이 바로 짜장면 시조. 여기서 '작'(炸)은 불에 튀긴다는 뜻이고, '장'(醬)은 된장 등 발효식품을 의미한다. '면'(麵)은 밀가루 국수다. 즉 춘장을 볶아 면 위에 얹어 먹는 국수 요리인 셈이다. 이 음식 중국어 발음 '자지앙미옌'이 된소리화해 '짜장면'이라 불리게 됐다.
이 책은 면발로 잇고 읽는 한중일 문화 삼국지다. 저자는 중국에서 유래하되 지금은 삼국을 대표하는 음식이 된 짜장면을 통해 일상 속 동아시아 문화사 여행을 떠난다.
섬앤섬 펴냄. 316쪽. 2만원.
▲ 풍류의 류경, 공원의 평양 = 이선 지음.
철책 하나를 사이에 두고 대립한 남과 북이 최근 부쩍 가까워졌다. 하지만 북한과 그 수도 평양은 이념의 베일에 아직도 싸여 있다. 한국전통문화대학교 전통조경학과 교수인 저자는 정치적 색안경을 벗고 평양 시민의 일상과 가장 가까운 '공원'을 들여다봄으로써 북한 사람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 보자고 제안한다.
평양에는 약 80여 곳의 크고 작은 공원과 유원지가 조성돼 있다. 이 가운데 5~6곳은 규모나 방문객 선호도를 봤을 때 평양의 대표 공원이라고 할 수 있다. 조경 전문가가 들려주는 공원과 조경 이야기이기도 한 이 책은 조경 관련 지식은 물론, 우리를 둘러싼 꽃과 나무 등에 대해서도 박학한 지식으로 풀어낸다.
눈에 띄는 사실 중 하나는 평양과 서울의 공원이 무척 닮았다는 사실이다. 지리적 위치나 역사, 그 기능과 구성에서 서로 비슷한 점이 많다. 저자는 평양의 보통강유원지를 서울의 청계천에, 모란봉공원을 남산공원에 빗대어 설명한다.
효형출판 펴냄. 240쪽. 1만7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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