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듀 2018 증시] ① 미중 고래 싸움에 등 터진 코스피

입력 2018-12-16 07:01  

[아듀 2018 증시] ① 미중 고래 싸움에 등 터진 코스피
2,600 돌파 후 2,000 밑 급락…삼바ㆍ반도체 등 악재 줄이어

(서울=연합뉴스) 임은진 기자 = 올해 국내 주식시장은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코스피는 올해 1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미중 무역갈등과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10월에는 심리적 지지선인 2,000선마저 무너졌다.
여기에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를 비롯한 제약·바이오 업종의 회계 이슈와 반도체 업황 논란 등도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 3,000 간다더니…코스피, 약세장 진입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올해 폐장일(28일)까지 9거래일을 앞둔 지난 14일 2,069.38로 장을 마감했다.
숨 가쁜 랠리를 펼쳤던 작년 말(2,467.49)과 비교하면 약 1년 사이 16.13%나 하락했다.
올해 '코스피 3,000 시대'를 맞게 될 것이라던 지난해 증권사들의 장밋빛 전망이 무색하게 됐다.
연초만 해도 분위기는 좋았다.
연일 신기록 행진을 펼치던 코스피는 지난 1월 29일 장중 2,607.10까지 오르며 사상 처음 2,600선을 돌파했다. 이날 지수는 2,598.19로 마감해 종가 기준으로도 사상 최고치 기록을 썼다.글로벌 경기 호조세와 풍부한 유동성이 지수 상승의 원동력이 됐다.
여기에 4차 산업혁명의 흐름 속에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의 수요 증가로 시가총액 1위와 2위인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 등 반도체 기업의 이익이 급증한 점도 힘을 보탰다.
'형님' 코스피의 승승장구에 '동생' 코스닥 지수도 함께 내달렸다.
코스닥은 지난 1월 30일 장중 932.01까지 오르며 16년여 만에 최고치 기록을 갈아치웠다. 종가 기준 올해 최고치는 1월 29일의 927.05다.
연초 정부가 야심 차게 내놓은 코스닥 활성화 방안과 4월 출시된 코스닥벤처펀드도 한몫했다.
그러나 올해 증시 활황은 사실상 거기까지였다.
2월 들어 코스피의 기세가 꺾이는가 싶더니 하반기 들어서는 2,200∼2,300 사이에 갇힌 '박스피'(박스권+코스피)가 한참 나타났다.
그리고 이어진 10월은 투자자들에게 그야말로 '검은 10월'이 됐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 만에 최악의 주가 급락을 경험한 것이다.
10월 한 달 동안 코스피는 13.37% 하락했고, 시가총액은 약 206조원 줄었다.
매도가 매도를 부르면서 10월 29일에는 급기야 심리적 지지선으로 여겨지던 2,000선마저 무너졌다.
같은 기간 코스닥 지수도 21.11% 떨어지며 증시 기록이 전산화된 1987년 이후 7번째로 높은 하락률을 기록했다. 코스닥 시총도 약 56조원 증발했다.
3월부터 본격화된 미중 무역갈등에 의한 실물 경기둔화 우려에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통화 긴축 노선 강화로 신흥국에서 외국인의 '팔자' 공세가 이어진 탓이다. 외국인은 10월 중 국내 증시에서 4조6천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이는 5년 4개월 만의 최대였다.
특히 한국은 무역분쟁의 당사자인 미국과 중국에 크게 의존하는 경제 구조여서 충격이 더 컸다.
여기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한 코스피 기업의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도 작년 동기보다 9.94% 감소한 66조원으로 집계되면서 투자심리를 한층 더 짓눌렀다.
서태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증시의 급락으로 글로벌 증시의 변동성이 확대하고 연준의 긴축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지면서 신흥국에 대한 자본 유출 우려가 커졌다"고 말했다.



미국의 11월 중간선거 이후 미중 무역분쟁은 일단 '휴전'에 들어가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던 국내 증시에도 잠시 훈풍이 불었다.
양국이 추가 관세를 유예하고 중국이 미중 무역갈등의 주요 원인으로 꼽혀온 '중국 제조 2025'(첨단 제조업 육성책)의 수정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무역분쟁 완화 기대감이 커졌다.
여기에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의 비둘기파적(통화 완화 선호)인 발언도 증시에 우호적으로 작용했다.
시장에서는 연준의 통화 긴축 속도가 한층 느려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올해 내내 글로벌 증시 변동성을 높였던 미중 무역분쟁에 대한 경계 심리가 후퇴하고 있다"며 "파월 연준 의장의 '비둘기' 발언을 계기로 미국 통화정책 속도에 대한 부담감도 완화됐다"고 진단했다.

◇ 맥 못 춘 '국민주' 삼성전자…회계 이슈에 눌린 바이오株
국내 증시가 약세장에 진입하는 상황에서 여러 이슈가 불거지면서 투자자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먼저 지난 1월 삼성전자는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50대 1의 주식 액면분할을 결정했다.
260만원을 넘나들던 가격 탓에 단 한 주를 보유하기도 부담스럽던 삼성전자 주식이 5만원대 '국민주'로 변신할 수 있을지 이목이 쏠렸다.
삼성전자 주식은 3거래일간의 이례적으로 짧은 거래정지를 거쳐 액면분할 후 5월 4일 재상장했다.
당일 주식 거래량은 3천956만5천주, 거래대금은 2조780억원이었다. 거래량은 액면분할 전 올해 일평균의 133배에 달했고 거래대금은 2.9배에 육박했다.
그러나 액면분할 후 주가는 좀처럼 맥을 못 췄고 결국 이달 14일에는 장중 3만8천700원까지 하락하며 4만원선 아래로 무너졌다.
반도체 수급 악화에 따른 실적 부진 전망에 우울한 연말 성적표를 받게 된 것이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올해 4분기 영업이익은 전 분기보다 21% 감소한 13조9천억원, 내년 1분기에는 11조6천억원으로 전망한다"며 "D램 공급 증가와 주요 데이터센터 고객의 메모리 구매 지연, 스마트폰 판매 부진, PC 판매 둔화가 겹치며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 폭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시총 2위인 SK하이닉스도 반도체 업황 우려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한때 장중 9만7천700원까지 오르며 10만원에 육박하던 주가는 이달 14일 6만1천200원까지 떨어지며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 논란 등 제약·바이오주의 회계 이슈도 증시를 흔들었다.
금융 당국은 삼성바이오가 2015년 말 회계처리 기준을 바꿔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단독지배)에서 관계회사(공동지배)로 변경하면서 4조원대의 분식회계를 저지른 것으로 판단했다.
삼성바이오는 회계처리 기준을 변경해 보유 중인 삼성바이오에피스 주식에 대한 공정가치 평가를 했고 이를 통해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 가치는 3천억원에서 4조8천억원으로 급증했다. 이에 따라 2011년 설립 이후 줄곧 적자를 보이던 삼성바이오는 2015년 순익 1조9천49억원의 흑자기업으로 전환했고 그다음 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됐다.
이에 대해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이하 증선위)는 7차례의 회의 끝에 고의 분식회계로 결론짓고 검찰 고발, 대표이사 해임권고, 과징금 80억원 부과 등의 제재를 의결했다. 증선위 조치로 삼성바이오 주식 거래는 정지됐고 한국거래소가 상장 폐지 여부를 심사했다.
다만 거래소는 "경영 투명성 측면에서 일부 미흡한 점이 있지만 기업 계속성과 재무 안정성은 심각하게 우려할 것이 없다"며 상장 유지를 결정했다.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사건은 아직도 매듭이 안 지어진 상태다. 삼성바이오는 증선위 처분에 대한 행정소송 및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을 냈고 검찰도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이 이번 분식회계 사건을 수사하면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까지 함께 들여다볼 가능성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게다가 금융감독원이 연초부터 진행한 제약·바이오 기업에 대한 테마감리도 제약ㆍ바이오주를 흔들었다. 다만 연구개발비 회계처리에 대해서는 경고나 시정요구 등 계도 수준에서 제재를 마감하면서 테마감리의 충격파는 수그러들었다.
12월 들어서는 금감원이 코스닥 '대장주' 셀트리온헬스케어[091990]에 대해 감리에 착수한 사실이 알려져 제약ㆍ바이오주에 대한 투자심리를 다시 얼어붙게 했다.
이에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의 주요 헬스케어 종목으로 구성된 'KRX헬스케어 지수'는 작년 말 3,845.25에서 이달 14일 3,438.95로 10.57%나 하락했다.
서미화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금감원의 테마 감리 시작 후 제약·바이오 섹터 내 불확실성이 커졌다"며 "다만 금감원이 지난 9월 '회계처리 관련 감독 지침'이라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서 지금까지 기준이 모호했던 무형자산의 자산화에 대한 이슈는 어느 정도 해소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ngin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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