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보도개입' 이정현 1심 집유…"권력의 간섭 허용 안 돼"(종합)

입력 2018-12-14 15:13   수정 2018-12-14 19:09

'세월호 보도개입' 이정현 1심 집유…"권력의 간섭 허용 안 돼"(종합)
형 확정되면 의원직 상실…법원 "민주주의 질서 흔들 수 있는 위험한 행위"
방송법 위반 첫 처벌 사례



(서울=연합뉴스) 이보배 기자 =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 시절 KBS의 세월호 보도에 개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정현(60·무소속) 의원이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7단독 오연수 판사는 14일 방송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 된 이 의원에게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 의원은 이 같은 형이 확정되면 의원직을 상실하게 된다. 국회의원은 형사사건에서 금고 이상 형이 확정되면 의원직을 잃게 된다.
이 의원은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직후 KBS가 해경 등 정부 대처와 구조 활동의 문제점을 주요 뉴스로 다루자 김시곤 당시 KBS 보도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뉴스 편집에서 빼달라", "다시 녹음해서 만들어 달라"며 편집에 개입한 혐의를 받는다.
방송의 자유와 독립을 보장을 위해 제정된 방송법 제4조와 제105조는 방송 편성의 자유와 독립을 침해한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이 의원은 개인적 친분이 있던 당시 보도국장에게 사적으로 부탁한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방송법에서 금지한 편성에 대한 간섭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KBS 세월호 보도개입' 이정현 징역 1년·집유 2년…의원직 위기 / 연합뉴스 (Yonhapnews)
재판부는 "개인이 아닌 홍보수석 지위에서 이뤄진 행위"라면서 "보도국장의 입장에서는 그의 말이 대통령 의사에 기인한 것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고 봤다.
또 "피고인의 목소리 크기, 억양 등을 들어봐도 상대방에 반복하여 강요하고 거칠게 항의와 불만을 표시했다"며 "단순한 의견 제시에 불과한 게 아니라 해경 비판을 자제해달라는 등의 구체적인 요구로 상대방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려는 시도를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당한 공보 활동으로 위법성이 조각된다는 이 의원 측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보도자료를 내거나 브리핑 등 정상적인 방법이 있었음에도 이를 선택하지 않고 즉시 보도국장에 전화해 불만을 토로하고 변경을 요구하는 행위는 긴급성 등의 요건을 갖췄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해당 조항으로 기소되거나 처벌한 경우가 없다는 점을 거론하며 "아무도 이 조항을 위반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국가권력이 언제든지 쉽게 방송관계자를 접촉해 원하는 바를 요구하고 편성에 영향을 미쳐왔음에도 이를 관행 정도로 치부하거나 본연의 업무 수행으로 여기는 왜곡된 인식이 만연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피고인도 수석의 지위를 가진 사람이 공영방송의 편성권자와 쉽게 접촉할 수 있고, 그를 통해 방송 내용을 바꿀 수 있다는 안이하고 위험한 인식을 가졌음을 드러냈다"고 질타했다.

과거 한 번도 적용된 적 없고, 의미도 애매한 법률조항으로 기소해 현역 국회의원을 처벌하는 것은 정치적 목적에 사법적 절차가 이용돼 대한민국 사법제도가 후진적이란 것을 공표하는 수치적인 것이라는 이 의원 측 주장도 강하게 비판했다.
재판부는 "잘못된 상황을 유지해 관행이란 이름으로 언론에 대한 간섭이 계속되도록 용납하는 것이야말로 이 사회 시스템의 낙후성을 나타내는 것"이라며 "정치적 의도가 의심되니 사법적 판단을 변경해야 한다는 주장이야말로 위험하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한 번도 적용된 적 없는 처벌조항 적용은 역사적 의미가 있다"면서 "관행이란 이름으로 경각심 없이 행사된 정치권력으로부터의 언론 간섭이 더이상 허용돼서는 안 된다는 선언"이라고 강조했다.
또 "피고인은 여전히 자신의 행위가 왜 잘못인지 알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정치적 의미만 염두에 두고 범행 자체가 민주주의 질서를 흔들 수 있는 위험한 인식이고 행위임을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선고를 들은 이 의원은 '항소할 것이냐' 등의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씁쓸한 표정을 지은 채 법원을 빠져나갔다.
boba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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