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동일방직 분뇨 투척' 피해자들에 국가 배상책임 인정

입력 2018-12-14 17:26   수정 2018-12-14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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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동일방직 분뇨 투척' 피해자들에 국가 배상책임 인정
파기환송 재판부, 동일방직 해고자 14명에 4억여원 지급 판결
"생활지원금 받았어도 정신적 피해 청구 가능" 헌재 결정 따른 것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기자 = 1970년대 국가기관이 개입한 대표적 노조 탄압 사례인 동일방직 '분뇨 투척 사건' 피해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한 소송에서 추가로 위자료를 받게 됐다.
헌법재판소가 지난 8월 민주화보상법에 따라 보상을 받았더라도 정신적 고통에 대한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결정을 내린 결과다.
서울고법 민사15부(이동근 부장판사)는 14일 김모씨 등 동일방직 조합원 및 그 유족 14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파기환송심에서 국가가 이들에게 총 4억5천1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1인당 3천200만∼3천500만원 규모다.
이는 환송 전 2심 재판부가 인정한 총액 3억5천300만원보다 1억원가량 늘어난 액수다.
동일방직 사건은 여성 노동자들이 민주 노조를 요구하며 벌인 대표적 노동운동 사건이다.
1978년 2월 노조 차기 집행부를 선출하는 대의원 대회가 열리자 반대파 조합원들이 분뇨를 투척해 선거를 무산시킨 일로 유명하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는 당시 중앙정보부가 사측에 김씨 등 노조원 124명의 해고를 지시했고, 이들을 '블랙리스트'에 올려 재취업을 방해했다고 판단했다.
김씨 등은 민주화 운동 관련자로 인정받아 국가로부터 생활지원금을 받았고, 이후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1심은 국가의 잘못을 인정하며 1인당 1천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2심도 위자료 인정 폭을 넓혀 1인당 2천500만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반면 대법원은 2015년 2월 "민주화보상법에 따라 생활지원금을 받은 사람은 재판상 화해가 성립했으므로 다시 위자료를 청구할 수 없다"며 원고 패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재판상 화해란 당사자가 서로 양보해 다툼을 해결하는 합의 절차다. 화해가 성립하면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이 있다.
헌법재판소는 그러나 지난 8월 동일방직 다른 피해자들이 낸 헌법소원 심판에서 민주화보상법의 해당 조항을 위헌 결정했다.
헌재는 "민주화보상법상 보상금 등에는 정신적 손해에 대한 배상이 포함되지 않았다"며 "정신적 손해에 대해 적절한 배상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국가배상청구권마저 금지하는 것은 지나치게 가혹한 제재"라고 판단했다.
김씨 등의 파기환송심을 맡은 재판부 역시 헌법재판소의 이 같은 결정을 따랐다.
재판부는 "당시 국가의 행위는 원고들의 노동기본권, 직업 선택의 자유뿐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에서 유래하는 인격권을 침해하는 위법한 공권력의 행사였다"며 이로 인해 원고들이 입은 정신적 고통을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s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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