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인물] 국내① 11년만에 손잡은 남북…문재인·김정은

입력 2018-12-16 07:01   수정 2018-12-16 15:22

[2018 인물] 국내① 11년만에 손잡은 남북…문재인·김정은

(서울=연합뉴스) 지난해 북한 핵실험으로 긴장감이 고조된 한반도에는 봄부터 평화의 바람이 불었다. 남북은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대화를 이어 나갔고,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4월 27일 11년 만에 판문점에서 정상회담을 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다스 실소유주 논란 끝에 유죄 판결을 받았고, 차기 대권주자로 꼽힌 안희정 전 충남지사는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추행 혐의로 법정에 섰다. 유력 정치인 이재명 경기지사도 직권남용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고, 노회찬 전 의원은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가 불거져 극단의 선택을 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사법농단 의혹에 휘말려 피의자 신분으로 전락했으며,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은 엽기적인 '갑질' 행각으로 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
갑질 논란은 재벌가에서도 벌어졌다.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는 광고회사 직원에게 폭언하고 물까지 뿌린 사실이 알려져 공분을 샀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항소심 집행유예로 석방돼 경영 일선에 복귀했다.
문화계와 스포츠계에서는 많은 별이 뜨고 졌다. 방탄소년단은 미국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 '빌보드 200' 1위를 잇달아 차지했고, 국민배우 신성일은 81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테니스 선수 정현은 한국인 최초로 메이저 대회 4강에 진출했다.

◇ 정치·사회



▲ 전쟁 공포 걷어냈지만 경제 난제 마주한 문재인 대통령 = 불과 반년 만에 잇따라 열린 세 번의 남북정상회담으로 한반도 전쟁 공포를 걷어내고 평화·번영의 토대를 쌓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북미 간 비핵화 대화가 파국 위기에 처했을 때 북미 정상 사이에서 적극적으로 중재자 역할을 하며 한반도 비핵화를 추동, 노벨평화상 후보로까지 거론되기도 했다. 고용 부진 등에 따른 경제 실정론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집권 3년 차를 앞두고 민생·경제 분야에서 국민이 체감할 만한 성과를 내야 하는 도전적 과제 앞에 섰다.



▲ '다스' 실소유자로 15년형 받은 이명박 전 대통령 = '다스는 누구 겁니까'. 자동차부품회사 다스 실소유자는 10년간 논란 끝에 '이명박'이라는 법원 결론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는 10월 5일 1심 선고 공판에서 이 전 대통령이 거액 자금을 횡령하고 삼성 등에서 뇌물을 챙겼다며 징역 15년에 벌금 130억원이라는 중형을 선고했다. 이로써 전두환·노태우·박근혜에 이어 헌정사상 네 번째로 유죄판결 받은 전직 대통령이란 불명예를 안게 됐다.



▲ '미투' 파문에 벼랑 끝 안희정 전 충남지사 = 유력한 여권 차기 대권주자로 꼽혔으나 수행비서 성폭행 의혹에 휘말리며 정치생명 최대위기에 몰렸다. 올해 3월 5일 당시 충남도 정무비서 김지은 씨의 성폭행 주장이 나오자 이튿날 새벽 지사직 사의를 밝혔다. 검찰은 안 전 지사를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추행과 강제추행 등을 한 혐의로 기소했지만 1심 재판부는 '위력'이라 할 만한 지위와 권세는 있었으나 이를 실제로 행사해 김씨의 자유의사를 억압했다고 볼 증거는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심 선고 공판은 내년 2월 1일 열린다.



▲ 당선에서 기소까지…영욕의 한 해 보낸 이재명 경기지사 = 6·13지방선거에서 남경필 전 지사에게 낙승, 대권 재도전 교두보를 확보했다. 그러나 도지사선거 당내 경선과 본선에서 쟁점이 된 각종 의혹에 대한 경찰 조사가 동시다발로 진행되며 암운이 드리웠다. 특히 '혜경궁 김씨', '여배우 스캔들', '조폭 연루설' 의혹에 세간 관심이 집중됐다. 검찰은 이 세 가지 의혹에 대해서는 증거불충분 등을 이유로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다만 '친형 강제입원' 의혹과 관련해서는 직권남용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 장기간 법정 진실게임이 펼쳐지게 됐다.



▲ 드루킹 의혹에 스러진 노회찬 의원 = 현직 국회의원으로서 한국진보정치의 아이콘으로 인식된 정의당 노회찬 전 원내대표가 7월 23일 유서를 남기고 투신 사망했다. '드루킹' 김동원 씨 측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가 특검 수사 중 불거져 압박을 이겨내지 못했다. 유서에 "금전을 받았으나 청탁과 무관했다"고 썼다. 영결식은 사망 나흘째인 7월 27일 국회 본청 앞에서 국회장(葬)으로 엄수됐다. 그를 기리는 시민들의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정치계·학계·시민사회계 인사들은 내년 1월 노회찬재단을 창립한다.



▲ '드루킹 공방' 지속하는 민주당 첫 경남지사 김경수 = 더불어민주당 계열 정당 후보로는 최초로 경남지사에 선출됐다. 6·13지방선거를 앞두고 불거진 민주당원 댓글조작 사건에 휘말려 위기에 처했으나 자유한국당 김태호 후보를 큰 표차로 이겼다. 이 사건은 한편으론 그의 전국적 지명도를 끌어올리는 부수효과를 가져왔다. 드루킹 특검은 8월 김 지사가 '드루킹' 김동원 씨와 함께 19대 대선 등을 겨냥해 댓글조작을 했다고 보고 불구속기소 했다. 12월 7일 특검 이후 120일 만에 김씨와 법정에서 재회해 사실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 '자유한국당 구원투수 등판'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 = 6·13지방선거 참패로 벼랑 끝에 내몰린 한국당 구원투수로 7월 등판했다.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내 원조 친노(친노무현) 인사로 분류된 인물이다. 그러나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당시 박근혜 정부의 국무총리 후보로 지명된 후 현 여권과 다른 길을 걷게 됐다. 지방선거에서 한국당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한국당 비대위원장으로 추대된 이후엔 당의 혁신 작업을 주도했다.



▲ 경제부흥 꿈꾸며 '일생일대 모험' 나선 김정은 = 신년사를 통해 남북관계 개선을 선언하고 4월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핵을 내려놓고 경제건설 집중 노선을 선택하며 북한을 그동안 한 번도 걸어보지 못한 길로 이끌었다. 핵 대신 경제를 움켜쥐기로 한 판단은 70년간 적으로 맞선 미국과 정상회담으로 이어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났다.
문재인 대통령과 세 차례 정상회담은 물론 이례적인 세 차례 방중을 통해 시진핑(習近平) 집권 이래 껄끄러웠던 북중관계도 원상회복했다. 집권 7년차이지만 국제무대 데뷔 신인치고는 선대의 '업적'을 모두 뛰어넘는 외교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다. 그럼에도 미국의 대북제재 강화로 경제난이 가중하고 비핵화 협상이 제자리걸음을 하면서 서울 답방과 제2차 북미정상회담 등 국제사회는 또다시 그의 결단에 주목한다.



▲ '북한에서 가장 강력한 여성' 김여정 =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유일한 여동생으로 공식 직함은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이지만 사실상 국정 운영의 동반자다. 지난 2월 평창 동계올림픽 개회식 참석차 특사 자격으로 남쪽을 찾은 그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평양 방문을 공식 초청하는 김 위원장 친서를 전달하며 올해 들어 한반도 정세의 물꼬를 트는 개척자 역할을 했다.
김 위원장의 사상 첫 북미정상회담과 남북 및 북중 정상회담 때마다 의전은 물론 비서실장 역할까지 도맡으며 1인 다역의 능숙한 모습이 주목받았다. 특히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10월 평양에서 김 위원장을 면담할 때 유일하게 배석, 최대 현안인 대미 외교에까지 깊숙이 관여하고 있음을 과시했다.



▲ "북한에서 두 번째로 힘센 사람" 김영철 = 남북관계를 담당했음에도 김정은 위원장의 '복심'으로 대미 비핵화 협상을 이끄는 노동당 통일전선부 수장이다. 김 위원장의 남·미·중 정상회담에 모두 배석한 유일한 인물로 북한 대외정책 대전환의 한복판에 섰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CIA 국장이던 시절부터 대화 파트너로 활약했고 북미정상회담 직전 '특사' 자격으로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김 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를 '북한에서 두 번째로 센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군 출신인 그는 2010년 천안함 사건 당시에 정찰총국장이어서 폭침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져 방남 때 반대 목소리에 부딪히기도 했다. 또 협상에서는 양보 없는 태도로 미국 측에서 협상 파트너로 원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 '사법농단 의혹 피의자' 양승태 전 대법원장 = 권위의 상징인 사법부 최고 수장에서 '재판거래'와 '법관사찰'을 최종 지시한 혐의로 수사를 받는 범죄 피의자 처지가 됐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1년 9월부터 박근혜 정부를 거쳐 2017년 9월까지 대법원장을 지냈다. 근대 사법제도가 도입된 이래 대법원장을 지낸 인사가 현직 시절 비위로 검찰 수사 대상이 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그는 상고법원 도입 등 역점 사업을 추진하고자 박근혜 정권에 유리한 판결이 나오도록 법원 내부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재판거래' 의혹의 정점에 있다. 검찰의 사법행정권 남용 수사가 진척되면서 양 전 대법원장이 내년 초 검찰 포토라인에 서게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 "음주운전은 살인" 일깨워준 고 윤창호 = 법조인을 꿈꾸던 꽃다운 22살 나이에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세상을 떠나며 음주운전은 살인행위라는 인식을 깊게 심어준 주인공. 사고 직후 음주운전 처벌 강화를 요구하는 윤씨 친구들의 청와대 청원에 사흘 만에 20만 명 이상이 동참하고 문재인 대통령도 직접 관련 사실을 언급하면서 음주운전을 엄벌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도록 했다.
윤씨 죽음은 결국 음주운전으로 2회만 적발돼도 최고 징역 5년에 처하는 '윤창호법'을 끌어냈다. 과거에도 음주운전 사망사고는 많았지만 윤창호 씨가 사고 후 46일간 삶의 투혼을 발휘한 안타까운 사실이 널리 알려지며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은 더 커졌다.



▲ '엽기 갑질' 양진호 = IT업계 기대주에서 엽기적인 갑질 행각이 드러나며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진 인물. 2015년 자신의 웹하드업체인 위디스크 사무실에서 직원을 폭행하는 충격적인 동영상이 공개된 후 각종 엽기행각이 줄줄이 폭로되고, 범죄 의혹들까지 드러나며 사면초가에 놓였다. 양궁과 일본도로 살아있는 동물을 잡게 하거나, 40∼50대 임원에게 강제로 적색·녹색 등으로 염색하게 했고, 회식 중 화장실 이용을 금지하고, 상추를 빨리 씻지 못한다는 이유로 여직원을 해고했다는 것.
업무 중인 직원들을 BB탄으로 쏘고 아내의 내연남으로 의심된다며 모 교수를 두 시간 감금한 후 모욕적인 가혹행위를 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외에도 저작권자와 제휴한 콘텐츠 다운로드 수를 조작해 수익을 가로채고 저작물 5만점을 불법유통한 혐의로 구속됐다. 상상하기도 힘든 엽기행각의 주인공인 그는 '갑질'에 대한 문제의식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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