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발생 나흘만…하청업체·비정규직 근로자 "임시방편에 불과" 비판
(태안=연합뉴스) 조성민 기자 = 20대 비정규직 근로자가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혼자 근무하다 사고로 목숨을 잃은 사건과 관련해 발전소를 운영하는 한국서부발전이 14일 하청업체에 소속 직원의 2인 1조 근무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사고 발생 나흘 만이다.
한국서부발전은 이날 석탄운송설비업체 등에 보낸 공문에서 "모든 현장점검을 2인 1조로 하기 바란다"고 요청했다.
특히 이 공문에서는 점검 대상을 '모든 현장'으로 확대했다. 사실상 대부분의 작업 현장에서 2인 1조로 근무할 것을 요청한 것이다.
서부발전은 "이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과 시간외 근무수당은 추후 정산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 회사는 지난 11일 인명사고 발생 이후 하청업체에 구두로 "사고 위험성이 있는 곳에서는 2인 1조로 근무해 달라"고 당부해왔다.
이번 서부발전의 2인 1조 근무 통보에 대해 하청업체와 소속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임시처방에 불과하다"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낸다.
석탄운송 분야에서 일하는 한 비정규직 노동자는 "인력증원 없는 2인 1조 근무는 오히려 근무영역이 넓어지거나 근무시간이 늘어나는 등 근로 환경을 악화할 수 있다"며 "1인 근무로 인해 쏟아지는 화살을 피하려는 임시방편에 불과하다"고 평가절하했다.
하청업체의 한 간부는 "애초에 용역을 맡을 때 어느 부서에 몇 명의 인원을 투입할 것인가는 원청인 서부발전에서 설계한 대로 배정한다"며 "1인 근무에 준해 인력을 배치한 것이어서 대책 없이 2인 1조 근무를 하게 되면 인력 운용에 심각한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서부발전 측은 "현장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회사 사정에 맞는 안전관리계획 수립을 요청했고, 여러 안전수칙을 준수하되 불가피할 경우 2인 1조 근무를 해달라는 공문을 보냈다"며 "이에 따른 경비 등은 추후 정산하되 장기적인 인력수급 계획도 마련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지난 11일 오전 3시 20분께 태안화력 9·10호기 석탄운송설비에서 혼자 일하던 김용균(24) 씨가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숨진 채 발견됐다.
고용노동부는 당시 '2인 1조 근무원칙'을 어긴 것으로 봤지만, 회사 측은 "운전원은 애초 '1인 근무'로 설계돼 규정을 어긴 게 아니다"는 입장을 밝혔다.
min365@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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