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내 수직이동…백악관측, 임기 관련 "기한은 없어"
티파티 출신 보수강경파…트윗 소감 "엄청난 영광"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의 연말 퇴진으로 공석이 되는 비서실장의 대행으로 믹 멀베이니(51) 백악관 예산관리국장을 지명했다. 백악관 내에서의 '수직 이동'이다.
현재로서는 임기는 불투명하지만, 멀베이니 대행은 백악관 전체를 관장해가며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한 상황에서 첫 임기 집권 하반기의 국정운영 동력을 유지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 전략을 주도하는 역할을 맡게 됐다. 외신들은 멀베이니 대행 인선에 대해 "일단 '세번째 비서실장'을 맡게 됐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예산관리국장인 믹 멀베이니가 훌륭하게 우리나라를 위해 봉사한 존 켈리 장군을 대신할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으로 지명될 것이라는 걸 발표하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멀베이니 대행에 대해 "믹은 행정부에 있는 동안 뛰어난 직무 수행을 해왔다"며 "우리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어나가는 과정에서 이 새로운 지위에서 그와 함께 일할 것을 고대한다"고 말했다.
켈리 비서실장에 대해서는 "존은 올해 말까지 있을 것"이라며 "그는 위대한 애국자이며, 나는 그의 봉직에 대해 개인적으로 감사하고 싶다"고 말했다.
멀베이니 대행은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 인선' 발표 이후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이는 엄청난 영광"이라며 "나는 대통령 및 전체 팀과 일하기를 고대하고 있다. 대단한 2019년이 될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멀베이니 대행의 임기와 관련, 한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기한은 없다"며 '대행'이라는 직함과 관계없이 무기한으로 비서실장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
CNN방송도 문제가 없으면 멀베이니 대행은 '대행' 꼬리표를 떼게 될 수도 있다고 한 행정부 고위 관료가 말했다고 보도했다.
임시직을 의미하는 '대행'이라는 직함이 달린 이유에 대해서는 백악관 관계자들은 자신들도 모른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그걸 원했다고 전했다.
세라 샌더스 대변인은 멀베이니 대행이 예산관리국장직을 그만두지는 않고 겸임하되 일상적 예산관리국 운영은 부국장이 관장하고 멀베이니 대행은 비서실장 업무에 집중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인선 배경과 관련, 트럼프 대통령과 멀베이니 대행이 좋은 관계를 가져왔으며 트럼프 대통령이 멀베이니 대행의 브리핑 방식 등을 인정한 점 등이 고려됐다고 한 당국자는 AP통신에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한 가운데 재선 플랜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에서 멀베이니 대행의 의회 경험 및 정치적 감각 등도 높이 평가했다고 이 당국자는 덧붙였다.
멀베이니 대행은 트럼프 대통령과 개인적 인연이 있었던 사이는 아니지만 백악관 입성 후 업무 처리 스타일 등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신임을 얻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연방 하원의원(사우스캐롤라이나)을 지낸 멀베이니 대행은 공화당 강경보수세력인 티파티 출신으로, 당내 강경 그룹인 '프리덤 코커스'의 창립 멤버이다.
오바마 행정부 시절인 2013년 건강보험개혁안인 '오바마케어'에 대한 여야 간 대치로 촉발된 연방정부 셧다운(부분적 업무정지) 사태 당시 지도부에 강경 대응을 압박한 당내 그룹의 일원이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미 금융소비자보호국(CFPB)의 초대수장인 리처드 코드레이가 각종 금융규제 완화 정책을 추진해온 트럼프 정부와 갈등을 빚다 중도하차한 뒤 CFPB 국장 대행도 겸임해오기도 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일 켈리 비서실장의 연말 퇴진을 공식화한 뒤 "하루 이틀 내에" 후임을 발표하겠다고 공언했으나, 인선이 확실시되던 36세의 선거 전문가인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비서실장 닉 에이어스 카드가 막판에 무산되면서 후임 인선 작업이 원점으로 돌아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연말까지 후임 인선을 마무리하겠다는 입장을 보여왔으며, 13일에는 후보군을 5명으로 압축했다고 밝힌 바 있다.
멀베이니 국장은 그동안 후보군에 이름을 계속 올려왔으나 본인이 고사한 것으로 알려져 왔다.
앞서 후보군에 거론되던 인사들 가운데 마크 메도스 공화당 하원의원이 중도하차한데 이어 13일 트럼프 대통령과 회동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유력 후보로 거론된 크리스 크리스티 전 뉴저지 주지사도 이날 고사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후임 인선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딸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보좌관과 사위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보좌관의 개입설 및 이들과 부인 멜라니아 여사 간 갈등설 등 권력 암투설이 불거졌으며, 쿠슈너의 비서실장 발탁설까지 부상한 바 있다.
[로이터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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