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적쇄신 현역 21명 중 3선이상 67%…진통 속 비대위 의결
친박 12명·비박 9명 '계파 균형 맞추기'
차기 총선 불출마·재판 중 의원 대거 포함…"눈 가리고 아웅 인적쇄신" 지적도
(서울=연합뉴스) 이한승 김보경 기자 = 자유한국당이 15일 단행한 인적쇄신 규모는 당초 예상보다 컸다.
그동안 '10명+α(알파)'의 현역의원이 포함될 것이라는 관측이 이어졌지만, 발표 결과 현역의원 112명 가운데 18.8%에 해당하는 21명이 인적쇄신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한 전체 253개 당협 가운데 79개(31.2%) 당협에서 위원장이 교체되거나 새롭게 선출된다. 이미 당협위원장이 공석인 당협이 적지 않다는 사실을 감안해도 물갈이 규모가 작지 않은 것이다.
인적쇄신의 칼날을 피하지 못한 현역의원 21명 중 친박(친박근혜)·잔류파는 12명, 비박(비박근혜)·복당파는 9명이다. 인적쇄신에 따른 계파 간 갈등을 의식, 수치상 균형을 맞춘 결과로 해석된다.
다만 물갈이 대상이 된 의원 중 재판 중이거나 이미 내후년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한 사람이 상당수여서 기대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 친박 12명·비박 9명…계파 간 균형 시도
한국당이 발표한 당협위원장 교체 및 공모 배제 대상을 보면 친박계 의원은 12명, 비박계 의원은 9명이다.
특히 양 계파의 핵심 인사들이 대거 포함됐다.
친박계에서는 최경환·홍문종·윤상현 의원이 포함됐다.
박근혜정부에서 청와대 참모나 관료를 지낸 김재원(전 청와대 정무수석)·윤상직(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곽상도(전 청와대 민정수석)·정종섭(전 행정자치부 장관) 의원도 교체대상에 포함됐다.
박근혜정부 국정실패와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책임을 물은 결과다.
지난 2016년 20대 총선 당시 각각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으로서 선거운동을 지휘한 원유철·김정훈 의원에 대해서는 '총선 공천 파문'이라는 명목으로 당협위원장 박탈 또는 공모 배제 결정을 내렸다.
탄핵 정국에서 탈당해 바른정당을 만들었다가 다시 한국당으로 돌아온 비박·복당파 의원들도 대거 포함됐다.
비박계의 좌장격인 김무성 의원의 경우에는 이미 2020년 21대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하고 당협위원장을 내놓았는데도 향후 공모 대상에서 배제한다고 발표했다. 권성동·김용태·이종구·이군현·이은재·황영철·홍일표·홍문표 의원 등도 물갈이 대상으로 이름을 올렸다.
이 중 이군현·권성동·홍일표 의원은 검찰 기소가, 홍문표 의원은 지난 지방선거 참패가 물갈이 대상에 오른 주된 이유다.
한국당의 텃밭인 서울 강남갑과 서울 강남병을 지역구로 둔 이종구·이은재 의원의 경우에는 '기득권 안주'라는 이유가 붙었다.
◇ 3선 이상 67%…영남 다선·존재감 없는 의원 대거 생존
교체 대상을 보면 3선 이상의 의원이 14명으로 전체 21명 가운데 67%를 차지했다.
4선 이상 중진 의원은 김무성(6선)·원유철(5선)·김정훈·이군현·최경환·홍문종(이상 4선) 의원 등 6명이고, 3선은 김용태·윤상현 의원 등 8명이다.
여당 시절 중책을 맡았던 이들 다선 의원에게 '한국당 위기'의 정무적 책임을 물은 결과로 보인다.
그러나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기대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영남 다선 의원들이 대거 살아남았다는 점에서 그렇다.
당초 조직강화특별위원회는 '존재감이 약한 영남 다선'을 인적쇄신의 기준으로 꼽았다.
하지만 교체대상 21명 가운데 영남 다선은 김무성(부산 중구영도·6선)·최경환(경북 경산·4선)·김정훈(부산 남구갑·4선)·이군현(경남 통영고성·4선) 등 4명에 불과하다. 한국당의 전통 텃밭인 TK(대구·경북) 다선 의원은 최경환 의원 1명뿐이다.
실제로 논의 과정에서 일부 TK 다선 의원들을 교체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2차 인적쇄신, 즉 내후년 총선 공천 과정에서 물갈이하는 쪽으로 정리됐다는 말도 있다.
여기에 중앙 정치를 하지 않고 지역 활동에만 올인하는 '존재감 없는' 의원들 상당수가 당협위원장직을 유지하도록 해 인적쇄신의 의미가 퇴색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한 최경환 의원 등 11명의 의원은 현재 재판을 받고 있어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재판 결과에 따라 자연스럽게 공천에서 배제될 수 있다.
김무성·이군현·황영철·윤상직·정종섭 의원 등은 이미 2020년 21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굳이 당협위원장을 박탈하거나 공모에서 배제하지 않더라도 교체되는 인사들이다.
결국 한국당이 순수한 의미에서 물갈이를 한 현역의원은 5∼6명 수준에 불과하다는 말도 나온다. 이번 인적쇄신을 놓고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일각의 평가도 이 때문이다.
◇ 비대위 진통…나경원 "현역의원 많다" vs 조강특위 "물러설 수 없어"
이날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나경원 원내대표와 조강특위 위원들은 인적쇄신의 폭을 놓고 충돌한 것으로 전해졌다.
나 원내대표는 현역의원의 숫자가 너무 많다고 문제를 제기했지만, 조강특위 위원들은 양보할 수 없다고 맞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진곤 조강특위 위원은 기자들과 만나 "우리가 준 (교체 대상) 명단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그냥 명단을 갖고 가겠다"고 말했다.
결국 비대위는 조강특위 위원들이 빠진 상태에서 표결했고, 조강특위 원안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견이 과반이 나와 명단을 확정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나 원내대표는 의결 직후 기자들과 만나 "당이 단일대오를 이루고 대여투쟁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많은 전사를 잃는 경우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보고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며 "통합에 있어서 진통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jesus786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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