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이 들어와 당 망가뜨려"…친박계 중심 반발
홍문종 "비대위의 속셈", 김정훈 "어이 없다", 윤상현 "반문투쟁이 급선무"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회가 15일 당협위원장 자격을 박탈하거나 향후 공모에서 배제하기로 한 현역의원 21명 중 일부는 즉각 분통을 터뜨렸다.
특히 이번 인적쇄신 명단에 12명의 이름을 올린 친박(친박근혜)계 내지 잔류파 의원들을 중심으로 반발이 거세다. 인적쇄신을 빙자한 '친박계 찍어내기'라는 의구심이 깔린 것이다.
다만 이들이 조직적 반발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당협위원장 자격 박탈에 반발해 집단행동에 나설 경우 한국당은 또다시 계파 갈등이라는 격한 소용돌이에 휩싸일 수 있다.
친박 핵심인 홍문종 의원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당 개혁 운운할 때부터 나를 교체명단에 집어넣을 것으로 예상했다"며 "내가 친박계의 대표 인물인데 나를 어떻게 빼놓을 수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이번 발표로 비상대책위원회의 속셈이 그대로 드러났다"며 "당의 주인은 우리라는 생각에는 변화가 없고, 하루 이틀 더 생각해보고 추후 행보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범친박계로 통하는 김정훈 의원은 "어이가 없다"며 당혹스러워했다.
김 의원은 "20대 총선 때 정책위의장을 했다고 총선 패배의 책임을 물리는 것 같은데, 정책위의장이 왜 그런 책임을 져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또 지금 이 시기에 그런 책임을 물리는 자체도 분명히 문제가 있다. 앞으로 진행 상황을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윤상현 의원도 통화에서 "지난 총선에서도 공천에서 배제됐지만, 무소속으로 출마해 살아 돌아왔더니 이번에 또 이런 일을 당했다"며 "일사부재리 원칙도 없느냐"고 했다.
그는 "당무감사에서 의정활동 평가가 전국 최상위권이었고, 지역에서도 저의 개인 지지율이 당 지지도의 2∼3배가 넘는다"라며 "이번 명단에 포함된 것은 순전히 과거 친박이었던 상징성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과거 친박으로서 책임을 지라면 지겠지만, 단일대오를 형성해서 반문(반문재인) 투쟁을 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덧붙였다.
당의 사정을 잘 모르는 조직강화특별위원회 외부 위원과 비대위 위원들이 인적쇄신을 주도한 결과라는 불만도 이어졌다.
친박계로 분류되는 한 중진 의원은 "당에 주인이 없으니 객들이 들어와 당을 망가뜨리고 있다"며 "당이 흘러오거나 투쟁해온 과정이나 당내 미묘한 역학관계 지형을 전혀 모르는 분들이 이런 결과를 만들었다"고 울분을 토했다.
그러면서 "내년 2월에 뽑히는 새로운 당대표가 총선 공천을 앞두고 물갈이하는 게 맞다. 그런데 이렇게 현역의원들을 많이 자르면 어떡하냐"며 "당만 더 혼란스럽게 만들어놨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한국당의 혁신을 위해 인적쇄신 결과를 수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비박계로 통하는 황영철 의원은 "저는 당협위원장을 맡지 않겠다고 했고, 차기 총선 불출마도 선언했다. 이에 따라 이뤄졌다고 본다"며 "쇄신을 미래로 가기 위한 디딤돌로 삼겠다면 그것은 받아들여야 할 숙명"이라고 말했다.
그는 "탄핵 과정에서 국민의 뜻을 받들기 위해 부득이하게 탈당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며 "그것 때문에 저를 포함한 일부 의원들이 당협위원장에서 배제됐다면 이는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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