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미술사학회 '대고려전' 연계 학술대회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고려가 제작한 화려한 금속공예품인 거울걸이(鏡架) 장식 기법과 은제 주자(注子) 제작 시기를 새로운 시각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미술사학회는 국립중앙박물관이 고려 건국 1천100주년을 기념해 지난 4일 개막한 특별전 '대고려 918·2018 그 찬란한 도전'과 연계해 15일 박물관 대강당에서 추계학술대회를 열었다.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고려를 대표하는 유물인 청자, 불화, 불감(佛龕·소형 휴대용 법당), 나전칠기 등에 대한 발표가 이뤄졌다.
최응천 동국대 교수는 고려시대 금속제 거울걸이를 분석한 발표에서 금속을 파낸 뒤 다른 색상의 금속을 넣는 기술인 입사(入絲)에 주목했다.
최 교수는 "고려시대 입사와 타출(打出·금속제품을 두드려 문양이 도드라지게 표현하는 기술)의 특질을 잘 보여주는 것이 금속제 거울걸이"라며 "현존하는 거울걸이는 6점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은제 선 대신 면을 입사하는 방법을 사용한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 2점은 12세기 중엽 이전에 제작한 것으로 추정한다"며 "면을 입사하는 양식은 통일신라시대 기술을 계승했는데, 1177년에 만든 국보 표충사 향완에서도 확인된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고려 후기로 가면 면입사 전통은 사라지고 선입사 위주로 바뀐다"며 "거울걸이에 면입사를 하는 것은 매우 세밀한 기술을 요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아이치현 소장 거울걸이의 일부 장식이 기존에는 은제 도금으로 알려졌지만, 성분분석 결과 금동으로 나타났다"며 "지금까지 은제 도금이라고 파악한 많은 고려 금속제 유물이 금동일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신숙 한국전통문화대 초빙교수는 미국 보스턴 미술관 소장품인 은제 주자와 승반(承盤·그릇받침)에 대해 "은에 도금한 유물로, 내용물의 온기나 냉기를 유지하기 위해 고안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신 교수는 "중국에서 10세기에 주자와 승반의 조합을 창안했고, 이후 폭넓게 유행하며 우리나라에도 유입됐을 것"이라며 제작 시기를 기존에 알려진 12세기보다 앞선 11세기 후반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고려사에 정종 3년(948) 은제 주자를 사용했고 문종(재위 1046∼1083) 때 중국에 예물로 주자를 보냈다는 기록이 있다고 지적한 뒤 "문헌, 기능에 충실한 기형(器形), 문양의 세부 묘사를 검토하면 11세기 후반에는 고려가 주자와 승반을 만들 역량을 갖춘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려시대에 청자로 만든 주자·승반과 비교하면 금속 유물은 많지 않지만, 청동제 주자는 상당한 수량이 여러 곳에 소장돼 있다"며 화려한 장식이 없는 청동 주자도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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